사실 제목을 BGM 제목으로 할까 조금 고민하다가 제목하고 내용 자체로만 보면 어울리지 않아서 지금 제목으로 정했습니다ㅎㅎ
그래도 몇몇 부분에서 가사를 모티브로 쓴 부분이 있으니 참고해 주세요.
째깍, 째깍, 째깍.
벽에 걸어둔 시계가 건조한 초침소리를 규칙적으로 내며 평소와 같이 묵묵히 제 할 일을 해갔다. 오전 2시. 시침과 분침이 가리키는 숫자를 통해 시간을 파악하고 나면 자연스레 시선이 창밖으로 옮겨간다. 자정이 넘은 시간인데도 여전히 도심지 쪽은 여러 불빛들이 어지러이 섞여 머물러있어 멀리서도 눈이 아플 만큼 부담스레 빛나 저 밤하늘 위에 뜬 연약한 별빛들마저도 집어삼켰다. 그러기에 울렁이는 불빛들은 밤의 깊은 어둠 속에서도 녹아들지 못해 부자연스럽게 밤공기를 배회했고, 밤공기는 인위적으로 만든 불빛의 색채만큼이나 탁하고 차가웠다. 병원에서 일하다보면 지겹도록 맡을 수 있는 에테르의 차가움을 품고 있는 공기를 피부로 생생히 느끼며 나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흑, 으흑… 우으…”
불 꺼진 방 안, 반쯤 열려버린 창문, 그 틈새로 들어온 밤공기와 어지러운 야경의 불빛, 그리고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흐느끼는 소리, 얼굴 위로 뚝뚝 떨어지는 뜨거운 눈물, 가늘게 팔딱이는 맥박, 죄여져가는 기도.
새벽의 황량한 방 안을 메우는 것들은 하나 같이 이질적이고 익숙한 요소들뿐이었다.
계속해서 귓가에 끈질기게 달라붙어 속삭이는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여본다. 짐승의 신음소리를 닮은 울음소리에는 이럴 수밖에 없는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한탄과 원망으로 진창이 된 감정과 마음이 고스란히 스며져 있었다. 애타면서도 도저히 미워할 수 없는 애달픔이 안타까이 묻어나 있어 도저히 귀를 막고 울음소리를 외면할 수가 없었다. 가는 목을 조르는 커다란 두 손은 시간이 지나고 울음이 깊어질수록 조여드는 힘이 더 강해져 기도는 점점 짓눌려가 드나드는 숨소리는 점차 가늘게 약해져갔고, 머리도 산소가 부족해서 그런지 띵한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그것에 굳이 힘든 내색을 드러내기는커녕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모든 것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숨통을 조여 오는 떨리는 손길도, 괴로움으로 몸부림치는 울음소리도, 얼굴 위로 떨어지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허무히 식어버리는 열기의 잔상마저도.
“…로우….”
울음소리 사이에서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읊는 코라손의 부름에 로우는 감았던 눈을 슬며시 떠서 코라손을 올려다봤다. 코라손은 여전히 물기가 가득 차오르다 못해 흘러넘치는 눈으로 로우를 내려다 봤고, 로우는 그런 코라손을 평소와 다름없는 눈빛으로 올려다봤다.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이런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어찌할 수 없는 상냥함과 상대에 대한 애정으로 그득히 차올라 있었다.
익숙한 밤이었다. 로우에게 있어 이번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가끔씩 코라손은 새벽마다 잠에서 갑자기 깨어나 동거인의 방으로 들어가서는 그의 몸 위를 올라타 목을 조르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코라손은 어디서 났는지 모를 만큼의 수많은 눈물을 로우에게 흘려보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울면서 목을 조르는 행위만을 이어가다가 해가 뜨기 전에 조용히 사라지는 코라손의 기이한 행위.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좋지 못한 꿈을 꿔서 그런 것인지, 그간 알게 모르게 쌓여왔던 감정이 폭발하면서 제 몸을 주체 못해 찾아오는 것인지. 어느 쪽도 확실한 대답은 되지 못했다. 그런 반복되는 의문투성이 상황 속에서 로우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코라손의 모든 것을 온전히 받아주는 것뿐이었다.
알 수 있었다. 동거인이자 사랑하는 연인 사이인 로우는 코라손의 행위에서 한 가지 사실만은 확신할 수 있었다. 자신의 목을 조르며 죽이려고 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코라손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것이 집착인지, 애증인지, 원망인지, 아니면 한없이 망가진 연심인지는 가늠할 수 없었으나 로우는 이유 같은 것을 따지지 않아도 코라손이 자신에게 주는 어떤 감정이라도 전부 다 받아들이고 이해해줄 준비가 되어있었다. 코라손이니까. 코라씨니까. 그것이 로우가 가지고 있는 이유의 전부였다. 그것은 로우에게 있어서 코라손이 자신에게 벌이는 모든 행위와 감정들을 용서할 만큼으로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였기에 가능했다. 이 순간에도 로우는 코라손을 사랑하고, 코라손 또한 로우를 사랑한다. 일그러지고 비틀어져 흉하기 짝이 없기에 비난 받아도 마땅하다 해도 그들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래도, 이왕이면 당신이 웃는 얼굴이 더 좋은데.
모든 것을 사랑한다고 해도,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래도 당신이 괴로워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행복 속에서 웃어줬으면 좋겠어.
이 눈물을 내가 전부 받아내는 만큼, 당신이 더 많이 웃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이제 목을 조르는 손의 힘이 더 강하게 들어가 아슬아슬하게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위험한 와중에도 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지금까지 지나간 새벽들과는 다르게 처음으로 두 손을 뻗어 코라손의 목을 끌어안았다. 그의 바람과 애정이 처음으로 형태로 나타나게 되었다. 자신의 목을 두르는 밤공기에 젖어 차가워진 두 팔에 코라손은 깜짝 놀라 몸을 굳혔다. 흐느끼던 울음소리는 멈춰졌고, 목을 조르는 손에는 더 이상의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로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그대로 코라손의 품에 안겼다. 아니, 안아주었다.
이 사람이 나에게 보여주는 모든 것들이 한없이 사랑스러워 있는 그대로 품어주고 싶다.
“울지 마, 코라 씨. 내 앞에선 웃어줘.”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았다. 이제 로우의 귓가에 들려오는 것은 조금씩 크게 뛰어오르는 코라손의 심장 소리였고, 그의 피부가 생생히 느끼는 것은 서로를 끌어안으면서 피어나는 미약한 온기였다. 이제야 손에 넣을 수 있게 된 그것들을 놓치고 싶지 않아 로우는 조금 더 세게 코라손을 끌어안았고, 코라손도 방금 전까지 로우를 조르던 손을 아주 천천히 들어 올려 조심스레 로우의 등을 쓸어줬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흘러내리는 눈물에서는 식지 않은 열기와 안식이 숨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