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어님의 리퀘로 드리는 코라로우입니다.
내가 여자가 되는 꿈을 꿨다.
꿈에서의 나는 짧은 단발머리를 하고 여자가 되어서도 여전히 평균치보다도 큰 키에, 마르지만 들어가고 나올 곳은 확실하게 갖춰져 있는 비율 좋은 몸매를 가지고 있었고, 거울을 통해 확인한 얼굴은 내가 사실은 나르시스트였던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을 정도로 스스로의 취향에 맞아 떨어지는 미인이었다. 성격도 무뚝뚝하고 냉정한 본래의 성격과는 정 반대로 기본적으로는 침착하고 이지적인 성격이지만 감정표현이 더 풍부해져서 본래의 나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주 미소 짓는 모습을 보여줬기에 원래 모습보다도 인상이 훨씬 더 밝은 느낌이었다. 여자가 되어서 그런지 좀 더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게 들었고, 자주 보여주는 미소만큼이나 화내는 모습도, 슬퍼하는 모습도 종종 드러내어 희노애락을 분명히 표현했다. 언제나 속으로 감정을 숨기는 것에 급급했고, 그것에 익숙했던 나와는 달리 여자로서의 나는 자존심이 강해 쉽게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으려고 애쓰다가도 저도 모르게 울컥 쏟아내는 등 나보다는 감정을 다루는 능력이 좀 더 능숙치 못했다. 그런 여자로서의 내 모습은 한심하게 보이기보다는 뭐랄까, 사랑스러웠다.
그리고 꿈의 마지막에서 여자로서의 내가 코라씨와 함께 걸어가는 모습이 나왔다. 팔짱을 끼고 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느 하나 부족한 점 없는 연인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함이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볼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여자로서의 나와, 그런 나를 애정 가득한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코라씨의 모습은 서로가 서로만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사실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나는 꿈이 끝나기 직전까지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이 눈을 돌릴 수 없을 만큼 너무나 인상적이라 계속, 계속 바라보기만 했었다.
“ㅡ라는 꿈을 꿨어.”
이야기를 마친 뒤 로우는 혼자 이야기를 하느라 조금 말라버린 목을 축이기 위해 가볍게 빨대에 입을 갖다 대어 주문한 음료수를 빨아마셨고, 맞은편에 앉아있는 코라손은 로우의 이야기에 여운이 남은 것인지 멍하니 로우의 얼굴만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모처럼의 데이트 날에 밖에 나온 두 사람은 평소에 자주 다니던 데이트 코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휴식 차로 카페에 들어가 쉬게 되었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로우가 며칠 전에 꾼 꿈 이야기를 코라손에게 해준 것이었다. 워낙에 인상적이면서 이상한 기분이 느껴지는 꿈인지라 며칠 전에 꾸었는데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로우는 꿈의 내용을 술술 이야기할 수 있었고, 코라손은 그런 로우의 이야기를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퍼특 정신을 차린 코라손이 아직도 멍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이더니 이야기를 들은 소감을 말해줬다.
“음, 뭐랄까… 조금 특이한 꿈이었네. 여자가 된 꿈이라니.”
“뭐, 그렇지. 마지막에는 여자가 된 나를 바라보는 시점이 되었지만.”
“기분은 어땠어?”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 자각몽이라서 그런지 꿈이라는 사실을 알고 보니까 그리 놀랍지도 않았고.”
“헤에. 그나저나 보고 싶기는 하네. 여자가 된 로우라니. 로우가 미인이라고 평할 정도면 분명 엄청난 미인이었겠네. 로우는 본판이 잘생겼으니까 여자가 되어도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을 거야.”
그리 말한 뒤 코라손은 제 나름대로 여자가 된 로우의 모습을 상상해보는지 흐뭇한 표정을 짓고 시선을 먼 곳으로 던지며 딴 생각에 잠겨버렸다. 그런 코라손의 모습에 로우는 민망함과 한심함이 반씩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가볍게 흔들어버리고는 턱을 괸 채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그러다 로우는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만약 자신이 여자였더라면 코라손하고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코라손이 여자가 된 자신을 좋아해 줄 것이라는 사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 꿈속에서의 코라손은 여자로서의 로우도 진심으로 사랑해주지 않았는가. 하지만 동성의 관계가 아니라 정상적인 이성적 관계가 되어 바라보게 된 자신과 코라손의 모습은 연인으로서 흠 잡을 데 없이 너무나도 완벽해서, 이대로 자신이 여자가 되어도 상관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더 나아가 남자로서의 자신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심지어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코라씨는 본래의 자신보다도 여자로서의 자신을 더 사랑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여자로서의 자신은 스스로가 봐도 아름답고 사랑스러웠으며 한 남자의 사랑을 온전히 받을 자격이 충분해보였다. 그래서 로우는 두 사람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자신의 자리를 빼앗겼다는 분함보다도 패배감이 앞섰다.
“…코라 씨는 분명 여자인 나를 더 좋아하겠지.”
상념에 잠겨있던 로우는 무심코 본심을 내뱉었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은 로우는 재빨리 정신을 차려 일말의 희망으로 코라손이 여전히 망상에 빠져 자신의 말을 못 듣길 바랐지만, 로우로서는 불행히도 코라손도 로우가 무의식에 의지해 중얼거린 말을 듣게 되었다.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코라손의 모습에 제 발이 저린 로우는 재빨리 자신의 말을 어떻게 해서든 무마시키기 위해 저 답지 않게 횡설수설한 모습을 보였다.
“아니, 코라 씨 내 말은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별 의미 없이 내뱉은 말이니까 신경 쓰지 않아도, 우왓!”
코라손의 시선을 슬슬 피하며 어떻게 해서든 변명을 하려던 로우의 머리를 코라손이 꾹 눌러내어 로우의 말을 막아섰다. 갑자기 제 머리를 세게, 그렇지만 거칠지 않게 누른 코라손의 손길에 로우는 깜짝 놀라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냐고 항의하려 했으나, 그 전에 코라손이 먼저 선수를 쳤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망할 꼬맹이.”
“코, 코라 씨?”
“나는, 지금의 네 모습이 좋아.”
그 말에 로우는 눈이 동그랗게 커졌고, 코라손이 로우의 머리를 누르던 손에 힘을 빼자 로우가 바로 고개를 들어 코라손을 올려봤다. 로우를 바라보고 있는 코라손의 모습은 드물게 진지한 모습이라, 로우는 그 얼굴이 처음 자신에게 고백했을 당시의 모습과 무척이나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그 때도 코라손은 로우의 모습을 똑바로 바라봐줬고, 로우의 모든 것에 집중해줬으며, 오로지 트라팔가 로우라는 인물 하나만을 생각해줬다.
“네가 여자이건 남자이건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너를 좋아할 거라는 맹세는 얼마든지 할 수 있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너보다도 여자인 너를 더 좋아한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아. 나는 지금의 너를, 남자로서의 너를 좋아하기에 여자로서의 너도 좋아할 수 있는 거야. 나는 그 어떤 모습보다도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트라팔가 로우라는 남자를 좋아하고 있어. 지금의 너라서, 너의 모든 것들을 사랑할 수 있는 거다.”
“코라, 씨.”
“그러니까 여자였으면 날 더 좋아했을 거라는 그런 한심한 소리하지 말라고.”
코라손은 이제 로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고 있었고, 그 뒤에 조용히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줬다. 그것은 로우가 꿈속에서 봤던 그 미소였다.
“좋아해, 로우.”
아아, 이 사람은 정말인지.
로우는 가슴 속에서 솟구쳐 오르는 감동과 애정에 그만 울컥해져버려 도로 고개를 숙여 분명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 이상하게 되었을 제 얼굴을 재빨리 숨겼다. 하지만 귀까지 새빨개진 것만큼은 숨길 수 없었던지라 코라손은 로우의 새빨간 양쪽 귀를 발견하고는 기쁨으로 더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계속해서 로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로우를 바라보는 코라손의 시선은 꿈 속에서 사랑스러운 눈길로 로우를 보는 그 시선과 한치 다를 바 없었다. 그 시선만은, 지금의 로우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었다.
“코라 씨.”
“응?”
“…나도 좋아해.”
여자로 태어나든, 남자로 태어났든 간에 나는 이 사람을 좋아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분명히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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