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우인장 2기 6~7화 패러디. 타키ts 주의.
조각글들을 모아놓아서 급전개+중략된 부분이 많습니다.
모름지기 특별한 만남은 사소한 계기와 별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에서 비롯된다.
다홍빛의 저녁놀이 서편의 산등성이 너머로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초저녁 무렵이었다. 여름이 지나 가을철이 되자 새파랗던 벼가 옅은 갈색으로 무르익고, 억새풀들이 빼곡히 자란 덕분에 옅은 차색으로 뒤덮여진 넓은 들판은 보는 이들의 마음에 풍요와 너그러움을 안겨줬다. 특히나 물에 곱게 풀어헤쳐 놓은 모양새를 한 가을하늘의 황혼과 어우러지면 더욱 장관이 되어 사람뿐만 아니라 산 속에 사는 요괴들도 슬그머니 마을 어귀로 내려와 가을의 정취를 즐기곤 한다. 코헤이타도 그 중 하나였다. 저녁거리를 구하러 간 아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한 손에 꺾은 억새풀을 쥐고 흔들며 마을 외곽을 휘적휘적 걸어 다니는 그의 모습은 소나무가 그려진 남색 기모노와 머리에 달린 뿔이 아니었더라면 마을 사람으로 보일만한 여유로움을 지니고 있었다. 평소에는 자신이 사는 산내를 중심으로 이곳저곳 쑤시고 다니며 호기롭게 기합소리를 외쳤겠지만, 인간들이 사는 마을 근처에서 그런 소란을 피웠다가는 마을 사람들이 자연재해로 착각하여 소란을 피울 것이 분명했기에 인간 마을 근처에 오면 코헤이타는 나름대로 자신의 행동을 자제했다. 오니의 힘은 분명 강하지만 여러모로 제약이 있다는 점에서 자유분방한 코헤이타의 입장에서는 불만인 요소였다. 저녁놀을 감상하기 위해 마을 근처까지 내려왔지만 노을 감상에 젖어있는 것도 잠시였다. 금세 질려버린 코헤이타는 몸을 근질거리게 만드는 무료함에 억새풀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얼른 킨고와 시로베, 산노스케가 돌아오기만을 고대했다.
묘한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은 그 때였다.
코헤이타가 지나가는 듬성듬성 베어나간 흔적이 드러나 있는 억새풀 들판 안에 인간으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있었다. 작은 몸을 덮은 갈색의 롱코트와 머리에 푹 눌러쓴 모자 때문에 성별을 쉽게 파악할 수 없으나 체격으로 봐서는 어린 축에 속하는 인간으로 추정되었다. 낯선 인간은 노을을 배경으로 한 손에 기다란 막대기를 들고 땅바닥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발견한 코헤이타는 의도를 짐작할 수 없는 인간의 기이한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땅바닥에 무언가를 그리는 것은 다른 인간들도 종종 벌이는 행동이었으나 코헤이타가 알기에 그런 행동을 하는 인간들은 킨고나 시로베와 같이 비슷한 체격의 어린 인간 아이들이나 쵸지처럼 요괴 퇴치를 목적으로 진을 그리는 요괴 퇴치사들 뿐이었다. 의문은 곧 호기심으로 변하였고, 때마침 지루하던 참이었기에 흥미가 생긴 코헤이타는 좀 더 가까이서 살펴보기 위해 인간이 있는 곳으로 서서히 다가갔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코헤이타는 먼저 인간의 근처에 위치해 있는 나무 위로 올라가 땅바닥에 그리고 있는 것을 살펴봤다. 인간 아이가 그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진이었다. 요괴인 코헤이타는 인간들이 사용하는 진에 대해서 박식한 편이 아니지만 인간 친구이자 요괴 퇴치사인 쵸지를 통해 몇 번인가 요괴 퇴치 관련 진들을 눈으로 익혀둔 적이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그리고 있는 것은 그런 종류의 진도 아니었다. 요상한 문자와 그림으로 이루어진 기이한 진. 게다가 주변을 살펴보니 똑같은 진이 여러 개 그려져 있었다. 어째서 저 인간은 저런 진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리는 걸까. 코헤이타는 나무에서 단번에 뛰어내려 착지한 뒤에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아이는 진을 그리는 것에 집중해서인지, 아니면 요괴가 보이지 않는지 코헤이타가 자신의 바로 지척에 접근했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요괴를 볼 수 있는 인간은 손에 꼽을 만큼 적기에(지금까지 코헤이타가 만난 요괴를 볼 수 있는 인간은 둘, 아니 토메사부로를 합하면 셋 정도였다.) 코헤이타는 아이가 자신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에 전혀 개의치 않으며 고개를 옆으로 숙여 모자 아래의 아이의 얼굴을 보고자 했지만, 모자를 하도 깊게 눌러쓴 탓에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뺨을 타고 흐르는 구슬땀과 조금 거친 숨소리에서 아이가 지쳐있음을 알 수 있었다. 때마침, 아이는 드디어 진을 완성시켰다. 그리고는 후우, 하고 숨을 크게 내뱉어 한숨을 돌린 뒤에 잠시 진을 내려다봤다. 그러자 아이에게서 진을 전부 그려냈다는 찰나의 만족감이 사라지고 어딘가 실망스러운 기색이 느껴졌다. 모자 아래에 감춰진 아이의 얼굴이 보이지 않음에도 어쩐지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진을 통해서 무언가를 소환하려다 실패라도 한 것일까. 오리무중인 아이의 행동을 빙빙 살펴보며 코헤이타가 막 아이의 정면에 섰을 때였다.
“도대체 뭘 하는 거지?”
“우, 우왓!?”
코헤이타가 아이의 바로 코 앞에서 얼굴을 내밀며 불쑥 말을 꺼내자 갑자기 아이가 코헤이타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깜짝 놀라더니 그로 인한 반동으로 몸이 뒤로 기울어져서 그대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쿵 하는 소리를 내며 넘어진 아이의 모습에 코헤이타도 덩달아 화들짝 놀람과 동시에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는 것을 알아챘다. 방금 전까지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더니, 지금은 자신을 분명히 알아본 것에 신기함과 호기심으로 눈을 동그랗게 떠서는 그대로 무릎을 굽히고 앉아 넘어진 아이와 시선을 맞췄다.
“어라? 너 내가 보이는 거야?”
“아야야… 저, 그 말은 혹시… 당신은 요괴인가요?”
아이는 얼얼한 아픔이 올라오는 엉덩이를 쓰다듬은 뒤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물었다.
(중략)
타이라 가문은 먼 옛날에 음양사와 관련된 일에 종사했다고 전해지는 가문이다. 지금은 요괴를 보고 다룰 수 있는 힘이 더 이상 없기에 몇 세대 전에 음양사나 요괴 퇴마사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게 되었으나, 과거의 영광은 현대에도 기록으로 남겨져 집안 대대로 전해 내려왔다. 그 중의 태반이 요괴와 관련된 주술들이었다. 이런 남들과 다른 집안 환경이 타키야샤마루와 요괴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였다. 처음에는 진지하게 믿은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타키야샤마루에게는 요괴를 볼 수 있는 능력이나 요괴 퇴치 재능이 전무했기에 그저 생전에 낡은 고문서를 읽어주며 요괴와 관련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던 할아버지의 말씀들을 어리고 순수한 마음으로 곧이곧대로 받아들였을 뿐이었다. 믿는다는 것과 흥미를 가진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후에는 더 이상 그녀에게 고문서를 읽어주는 사람이 없게 되었지만 가끔 할아버지와 함께 한 어린 시절의 향수에 이끌려 가끔씩 창고 안에서 책들을 꺼내 뒤적여보거나 조부가 알려준 몇 개의 진을 장난삼아 그려보곤 했다. 타키야샤마루가 들판에 반복해서 그리던 진도 생전의 조부가 그녀에게 가르쳐준 주술 중 하나였다. 할아버지도 그 능력에 대해 알아내지 못한 진이었기에 어린 타키야샤마루도 그 진의 능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낙서처럼 땅바닥에 끄적거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마당에 진을 그리며 놀고 있었을 때, 그녀는 처음 보는 낯선 생물이 진 안으로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보고 말았다. 낯선 생물은 할아버지의 고서에 그려져 있던 텐구였다. 그 날, 타키야샤마루는 처음으로 요괴를 목격했다. 그녀의 조부가 알려준 진은 평범한 사람도 요괴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능력을 가진 진이었던 것이다. 진 안에 들어간 요괴만 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풍문으로만 들어서 그 존재에 대해 반신반의 여겼던 요괴의 실물을 직접 보게 되자 타키야샤마루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요괴를 한번이라도 좋으니 보고 싶으셨던 조부의 소원과 그 존재를 믿었던 조부의 마음이 보답 받은 것 같았다. 그 후로 타키야샤마루는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진을 그렸다. 어렸을 적에 할아버지와 함께 동경했던 요괴를 다시 한 번 보고 싶다는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비극은 1년 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던 가을과 겨울 사이의 어느 날에 일어났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진을 그리고 있던 타키야샤마루는 진 안에서 어떤 요괴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거대한 체구와 섬뜩한 표정, 불길한 분위기를 풍기는 기괴한 요괴는 살기를 품은 눈빛으로 겁에 질려 진 앞에 주저앉아 있는 타키야샤마루를 내려다보고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인간 계집 주제에 감히 나를 봤구나. 건방진 계집 같으니.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여기서 너를 먹어치우고 싶지만 그러면 재미가 없으니 나와 내기를 하자. 1년 안에 나를 찾아낸다면 네가 이기는 걸로 하고 넘어가주마. 하지만 찾아내지 못한다면 너는 물론이고 네 주변의 인간들까지 전부 먹어치우도록 하마.」
그런 말을 남기고 요괴는 진 밖으로 나가 홀연히 사라졌다. 그 후로 1년 동안 타키야샤마루는 필사적으로 진을 그리며 요괴의 행방을 쫒아 다녔으나 요괴가 살고 있는 곳이나 정체에 대한 실마리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자신이 죽는 것도, 자신으로 인해 주변 사람들마저 잡아먹히는 것도 싫었다. 약속한 때가 가까워질수록 초조한 마음은 더해졌고, 불안함은 증폭되어 매일 밤 악몽으로 요괴가 자신을 먹어치우겠다 협박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되자 타키야샤마루는 요괴를 찾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마을 주변에 진들을 그려나가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우연히 코헤이타가 목격하게 된 것이다.
(중략)
시간이 지날수록 두렵고, 외롭고, 괴로워 날마다 지쳐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부모나 친한 친구들에게도 속사정을 말하지 못하고 밤마다 남은 날짜를 곱씹으며 요괴와 죽음에 대한 공포에 시달려 벌벌 떠는 탓에 맘 편히 잠자리를 가지지 못하고 밤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사방에 진을 그리며 돌아다니다가 새벽이 옅어지고 아침 해가 떠오를 때가 되어서야 아침 이슬을 맞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자신의 고충을 이해해줄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서글프고 억울해서 자연스레 타인과 멀어지게 되었다. 이전에 친하게 지낸 친구들과도 1년 사이에 서먹해져버렸고, 하나뿐인 외동딸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시선을 피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살아남기 위해서, 나 하나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요괴에게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단지 그 일념 하나로 지금껏 버텨왔으나 이제는 그것도 한계였다. 그러던 때, 타키야샤마루는 드디어 자신의 사정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이다. 비록 상대가 요괴라는 것이 아이러니했지만 지쳐있는 그녀에게는 자신의 속사정을 원없이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생겼다는 것이 더 중요했다. 게다가 그는 이제껏 홀로 힘들어한 타키야샤마루를 위해 기꺼이 도와주겠다며 구원의 손길을 건넸다. 그런 이에게, 어찌 고마움과 감격을 품지 않을 수 있을까.
그렇기에 그녀의 두 눈에서 뚝뚝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할지도 모른다.
“타키?”
도와주겠다는 자신의 말을 듣고는 갑자기 울음을 터트리는 타키야샤마루의 예상 밖의 모습에 코헤이타가 깜짝 놀라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으나 곧이어 무언가를 알아차린 것인지 입가에 짙은 호선을 그려낸 뒤, 타키샤야마루의 머리에 손을 얹고는 그대로 쓱쓱 쓰다듬어줬다. 요괴라서 그런지 크고 거친데다가 꽤나 투박한 손이라 감촉 자체는 그리 좋다고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손길에는 따스한 위로와 마음 깊숙이 의지가 되는 큰 힘이 느껴져 타키야샤마루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타인의 위로와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음으로서 가지는 안락함에 더욱 긴장이 풀려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리고 코헤이타는 그런 타키야샤마루의 고충을 알아주기라도 한 듯 계속해서 그녀의 적갈색 머리카락을 소중히 쓰다듬어줬다.
아, 역시 아름다운 머리카락이야. 마치 황혼과 같아.
그런 감상이 문득 생겨들었다. 몇몇 요괴들은 인간을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존재라 표현한다. 코헤이타는 그런 표현에 대해 납득이 가면서도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코헤이타에게 있어서 인간은 자신의 흥미를 돋우게 만드는 존재이자 친구가 될 수 있는 존재였다. 미에 대한 관심도, 요괴로서 무언가에 애정을 가진 적도 없었기에 코헤이타는 ‘사랑스러움’에 대해 알지 못했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붉은 황혼빛을 머금은 적갈색의 긴 머리카락과 티 한 점 없는 맑고 새하얀 피부, 눈물로 젖어있어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이는 말린 장미 꽃잎과 같은 아몬드 모양의 눈동자와 오물거리는 입술, 건드리면 바스라질 것 같은 가녀린 체구. 처음 타키야샤마루를 마주했을 때도 인간들 중에서도 보기 드문 미인이라고 인정했지만, 지금은 그 때의 감상과 다른 이미지가 코헤이타의 안에 살며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ㅡ아, 이것이 사랑스럽다는 건가.
(중략)
“어렸을 때는 참 신기했어요. 평소에는 요괴의 흔적조차 전혀 볼 수 없는데 이렇게 진을 그려놓고 요괴가 안으로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한 순간이나마 요괴가 진을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그래서 할아버지가 남겨준 이 진을 통해 저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세계와 요괴가 사는 세계는 무척이나 멀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타키야샤마루는 그렇게 말한 뒤, 천천히 손을 뻗어 코헤이타의 열린 앞섶으로 드러난 그의 가슴에 손가락을 살짝 닿게 했다. 그러자 단단하고 따뜻한 가슴팍의 감촉이 가느다란 손가락을 통해 타키야샤마루에게 전해져왔다. 실체에 대한 감각이 분명히 느껴지는데도, 신기루마냥 실체가 없는 머나먼 곳에 손을 뻗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둘을 이어주는 것은 오로지 그녀의 조부가 남겨준 유산이었고, 그마저도 없으면 둘의 세계와 인연은 무력하게 단절되고 만다. 요괴와 인간이 공유할 수 있는 세계는 무척이나 작고 한정적이면서, 가까우면서도 아득한 곳에 위치해있었다. 이 진이 조금이라도 지워지면, 타키야샤마루가 진을 그리지 않으면, 혹은 코헤이타가 진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면 둘은 이어지지 않게 된다. 하나가 기다리고, 다른 하나가 다가가야지만 서로가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허락되는 것이다. 어느 하나가 기다리지 않으면, 다가가지 않으면 허무하게 사라지는 인연이다. 그것이 인간과 요괴의 인연이었다.
“나카자이케 씨가 왜 할아버지의 진을 금술이라고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아요.”
타키야샤마루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 뒤 코헤이타에게서 손길을 거두려고 했다.
“타키.”
코헤이타의 손이 떨어지려는 타키야샤마루의 손을 잡아챘다. 갑자기 자신의 손을 낚아채는 커다란 손에 타키야샤마루가 깜짝 놀라 시선을 살짝 위로 올리자 코헤이타가 보기 드물게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마주보더니 잡아챈 손을 그대로 자신의 입술에 가져다 대었다. 손등에 키스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코헤이타의 행위에 타키야샤마루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요괴들 가운데서도 힘이 세다고 알려진 오니의 손을 일개 여고생에 불과한 타키야샤마루가 쉽사리 뿌리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의 손을 아프지 않을 만큼만 꼭 잡아주는 코헤이타의 반응에 타키야샤마루는 부끄러운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 타키야샤마루의 모습마저도 귀여워서 코헤이타는 씨익하고 큼직한 미소를 지어줬다. 천진하면서도 의지가 되는 듬직한 미소에 타키야샤마루는 반쯤 넋이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코헤이타를 올려다봤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타키랑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다고. 그러니까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네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난 항상 너를 만나러 갈 테니까! 그러니까 제대로 기다리고 있어야해, 알았지?”
…정말인지,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이다지도 쉽게 흔들어 놓을 수 있는 건지.
말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신의 불안감을 정말로 사소한 일로 만들어 쉽게 날려버리는 코헤이타의 단순하면서도 마음에 강하게 와 닿는 말에 타키야샤마루는 다시 한 번 왈칵 눈물을 터트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