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이치마츠와 아내와 사별한 카라마츠의 이야기.
자기 전에 올리려다보니 퇴고가 제대로 되지 않아 글이 다소 엉망진창일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ㅠㅠ
+) 4:56 수정 완료
누군가를 앓는 것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식 중의 하나다.
ㅡ박진성, 「시인의 책상」 中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하늘을 올려다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계기에 따라 하늘이 지닌 의미는 달라진다. 누군가는 후련함에, 누군가는 눈물을 삼키기 위해, 누군가는 외로움에 대한 위로를 얻기 위해. 어떤 심정으로 올려 봐도 하늘은 전부 같았지만, 그럼에도 새파란 하늘은 사소한 의미에서부터 아주 각별하고 소중한 의미까지 그 드넓음만큼 전부 포괄적으로 수용해 다시 그들의 마음으로 되돌려준다. 하늘은 모두에게 평등하고, 포용력 있고, 상냥하다.
마츠노 이치마츠의 경우는 어떨까. 그는 살면서 고개를 뒤로 90도 꺾어서 제대로 하늘을 쳐다본 적이 없었다. 그에게는 하늘보다 가까운 땅이 익숙했다. 어렸을 적에는 낯을 가리는 유순한 성격 탓에, 성장하고 사춘기에 접어들어서는 타인과 정면에서 시선을 마주해야 한다는 커뮤니케이션의 압박을 견디지 못해 고개나 시선을 아래로 숙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에게 땅은 포근하고 마음 편한 존재였고, 원한다면 언제든 다다를 수 있는 그만의 도피처였다. 당시의 이치마츠에게 하늘은 감히 쳐다볼 수 없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그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거쳐 올라갈수록 등은 굽어졌고 시선을 아래로 파고 들어가 사람들이 기피하는 음울한 인상을 줬다. 그래도 그는 그것으로 좋다고 여겼다. 사람들이 알아서 피해준다면, 일찌감치 기대를 거둬들여 준다면 오히려 이치마츠 쪽에서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다. 그는 이미 이 시기부터 타인에 대한 기대에 보답하는 일을, 타인의 호의를 받아들이는 일을 포기했다. 학교에서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겉돌기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누군가가 땅으로 파고들어 몸을 웅크리는 이치마츠를 파헤쳐서 끄집어냈다. 손길을 거듭 거부하고, 역으로 마구 할퀴며 반항하는 그를 억지로라도 땅 밖으로 끌어내려는, 강한만큼 분명한 온기가 머무르고 있는 손길이 있었다.
이치마츠가 짐작하길 아마도 자신이 살아갈 기력을 거의 소진하고 진지하게 추락이라는 수단으로 완전한 도피를 떠날 것을 고려하고 있던 시기였을 것이다. 당시의 그는 살아갈 기력을, 의미를 찾지 못해 전부 다 자포자기한 상태였다. 그런 제 사정을 어떻게 알아냈는지(아마도 이런 쪽으로는 쓸 때 없을 만큼 눈치 빠른 장남이 진즉에 촉새처럼 떠벌였을 것이다.) 카라마츠가 대뜸 이치마츠의 교실로 찾아왔다. 당시의 카라마츠와 이치마츠의 사이는 좋은 편도 나쁜 편도 아닌 미적지근한 관계였다. 고등학교에 들어서 형제들은 각자의 학교생활에 집중하느라 뭉쳐 다니는 경우가 적었고, 특히 카라마츠는 연극부에 들어간 후 부 활동에 매진했기에 더욱 얼굴 마주치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가 형제들의 일에 무관심한 것은 아녔다. 이치마츠는 몰랐지만 카라마츠는 틈틈이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를 통해 이치마츠의 사정을 들어왔고, 그의 나태한 태도에 나중에 시간을 내서 따로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했다. 다만, 오소마츠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다. 이치마츠에게는 갑작스럽지만, 실상은 언젠가 들이닥칠 예정 중 하나였다.
“…뭐야.”
“이치마츠. 오늘은 이 몸과 함께 일탈을 시도하지 않겠나?”
“하아?”
연극부 활동의 영향으로 멋이 잔뜩 들어가다 못해 토도마츠의 표현을 잠시 빌려와 ‘안쓰러운’ 말투로 뜬금없는 제안을 던진 카라마츠의 말에 이치마츠는 반문했지만, 카라마츠는 대답을 해주는 대신 이치마츠의 손목을 잡고 자리에서 억지로 일으켜 그대로 교실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잠깐, 어디로 가는 거야! 어이!!”
몇 번이고 카라마츠의 손을 뿌리치려 했지만 이치마츠의 힘으로는 카라마츠의 완력을 뿌리칠 수 없어 제 몸을 반대 방향으로 잡아 빼면서도 행선지를 묻는 걸 잊지 않았지만, 카라마츠는 그저 따라와 보면 알 수 있다는 유보적 대답만 이치마츠에게 들려줬다.
카라마츠가 이치마츠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학교 옥상으로 통하는 입구 앞이었다. 예비용 책상과 의자들이 잔뜩 쌓여진 틈 사이로 보이는 문은 출입금지라는 의미에서 잔뜩 녹이 슨 자물통과 사슬이 걸려있었지만 이미 제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라 요령만 있으면 누구든 들어갈 수 있었다. 형님이 일전에 여는 방법을 알려줬다. 카라마츠는 그리 말하면서 잠시 이치마츠의 손을 놓고는 거치적거리는 책상과 의자를 양 옆으로 치운 뒤 잠시 사슬과 자물통을 만지작거렸고,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자물쇠가 철컥 소리를 내면서 무사히 열렸다.
“자, 이제 됐다. 가자, 이치마츠.”
카라마츠는 다시 이치마츠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손목이 아닌, 손이었다. 자연스럽게 맞잡아진 두 손에 이치마츠는 흠칫 놀라 시선을 잡혀진 자신의 손이 있는 곳으로 내렸다. 자신과 비슷한 크기의 손. 힘줄이 도드라져 있는 억세어 보이는 손이지만 제 피부로 와 닿아지는 감촉은 놀랄 만큼 따듯하고 든든했다. 그리고 이치마츠는 자신이 카라마츠와 손을 맞잡은 적이 어렸을 적 이후로 급격히 그 횟수가 줄어들었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그래서일까, 이치마츠는 자신이 무의식중에 카라마츠의 손을 그리워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덜컹, 하고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보이는 것은, 탁 트인 널따랗고 새파란 하늘.
커다란 산처럼 하나로 층층이 뭉쳐진 새하얗고 커다란 구름과 사선으로 가로질러가는 비행기가 지나간 기다란 꼬리 같은 흔적.
그리고 그 아래서, 하늘보다 더 짙은 색의 파란 후드를 교복 재킷 밑에 받쳐 입고는 그 하늘 자체라 할 수 있는 미소.
“이치마츠.”
그는 자신의 아픈 넷째 손가락 같은 동생의 이름을 불렀다.
그가 부르는 자신의 초라한 이름마저, 놀랍도록 아름답게 들려왔다.
아아, 아름답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던가. 처음부터 자신의 곁에 있던 찬란함의 존재를 이제야 깨달았다.
그 말을 들어서일까, 아니면 처음으로 제대로 올려 본 하늘이 너무 눈부셔 눈을 시큰거리게 만들어서 그럴까. 이치마츠는 자신의 눈두덩이 뜨듯해지는 것을 느껴 더욱 고개를 위로 치켜들었다. 고개를 뒤로 젖히면 젖힐수록 맑고 연한 하늘빛이 고스란히 이치마츠에게로 쏟아졌다. 이치마츠에게 기꺼이 제 품을 빌려주는 하늘은 가슴을 시리게 할 만큼 상냥했다. 지금까지 뭐가 두려워 줄곧 땅속에 머리를 처박았는지 의아함이 들 만큼의 온화함이었다.
“이치마츠. 난 널 믿는다. 그러니 도망치지 마.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니까.”
처음 보는 하늘은 눈물이 솟구칠 만큼 아름답고 상냥했으며, 그 하늘을 빼닮은 카라마츠는 애달프도록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하늘이 되었다.
[이치카라]하늘로 돌아가는 길 (上)
W. Arcadia.
“나, 이 사람과 결혼하기로 했어.”
카라마츠는 난생 처음 보는 얼굴로, 낯선 사람과 함께, 의미를 알 수 없는 생소한 말을 읊었다.
변화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일어났다. 어느 날부턴가 부쩍 외출이 잦아졌고, 평소 안쓰러운 패션도 조금씩 정상적인 모양새를 갖추게 된 것이 변화의 시작이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이치마츠를 포함한 가족 모두가 신경 쓰지 않았다. 변화가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수위를 벗어나게 된 건, 카라마츠가 구직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쌍둥이들 중에서 자립과 취직 활동에 대해 가장 의욕이 없는 축에 속한데다가 일하지 않는 인생이 최고라고 환호했던 ‘그’ 카라마츠가 구직 활동을 시작하다니, 이것은 쌍둥이들에게 있어서 쵸로마츠가 더 이상 동정이 아니게 된 것이나 쥬시마츠가 정상인이 된 것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게다가 한술 더 떠서 몇 달 뒤, 카라마츠는 정말로 취직에 성공했다. 작지만 견실한 회사에 취직한 것을 부모님과 형제들 앞에서 쑥스럽지만 당당히 알린 카라마츠의 모습에 형제들 모두가 경악했지만, 어쨌든 경사이기에 카라마츠 혼자 앞서나간 것에 대한 불평을 한들 취직 자체에 대해서는 제 일처럼 축하해줬다.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이치마츠와, 동요 없이 형제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오소마츠를 제외하고.
이치마츠는 알았어야 했다. 자신은 둘째치더라도 어째서 오소마츠만이 유일하게 동요 없이 카라마츠의 취직을 납득했는지를 말이다. 카라마츠가 그에게는 자신의 유일한 형으로서 의지하기에 가족 내 공식적인 자리에서 발표하기에 앞서 오소마츠에게만 따로 귀띔을 해주는 중요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 때라도 떠올렸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어떻게든 오소마츠를 붙잡고서 카라마츠가 이렇게 변한 이유를 조금이나마 빨리 알아챘을 텐데.
그러나 그것도 다 부질없는 후회였다. 설령 오소마츠를 통해 사실을 한 발 앞서 알게 된다고 해도 이치마츠가 바꿀 수 있는 현실은 얼마 없었다. 시기가 어쨌든 간에, 카라마츠는 마츠노 가에 결혼을 전제로 사귀게 된 여인을 기어이 데리고 왔을 것이다.
카라마츠의 옆자리를 무혈입성으로 차지한 여인은 연갈색의 긴 머리카락에 수줍게 웃으면 드러나는 한쪽 보조개가 매력적인 여자였다. 평균보다 조금 마른 체격에 말수도 적은 편이지만 상대방 말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주고 성심성의껏 답해주는 모습이 참하고 성실하며 배려심이 깊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카라마츠의 안쓰러운 발언에도 항상 멋진 단어로 근사한 말을 하는 점이 카라마츠 씨의 가장 큰 매력이라며 싫은 기색 하나 없이 수줍게 웃는 모습은 과연 카라마츠의 연인 자리를 얻어낸 여자다웠다.
이치마츠가 질투할 여지도, 좌절할 여지도 주지 않을 만큼의, 카라마츠의 옆자리를 완벽하게 차지한, 카라마츠를 닮은 상냥함을 지닌 여자였다.
그 이후의 일을 이치마츠는 대부분 기억해내지 못했다. 기억을 제대로 하고 있는데 본능적으로 떠올리는 것을 거부하는지 몰라도 이치마츠는 그 일을 전부 한꺼번에 꽁꽁 싸매어 기억 한 구석에 깊이 묻어뒀다.
두 사람은 일사천리로 결혼 준비를 했고, 마츠노 가는 그로 인해 한동안 분주해졌다. 카라마츠는 미리 애인과 함께 모은 돈으로 작은 방을 얻었기에 결혼과 동시에 자립하겠다고 선언했다. 부모님은 너무 무리해서 급하게 자립할 필요가 없다고 했고, 형제들도 결혼에 이은 자립 소식에 내심 서운한 태도를 표했지만 카라마츠는 결심이 제대로 섰는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 결혼식이 코앞으로 찾아왔을 때, 이치마츠는 결혼식 전날에 한숨도 자지 않고 뜬눈으로 별밤을 올려다보며 긴긴 시간을 보내다가 새벽녘 청록색의 얇은 막이 아침 햇살의 손길에 하나씩 벗겨질 때가 되어서야 카라마츠와는 또 다른 결심을 세웠다.
결혼식 당일. 형제들이 먼저 결혼식장으로 출발할 때, 대충 핑계를 대어 혼자 마지막까지 집에 남은 이치마츠는 조용히 2층으로 올라가 입고 있던 예복을 벗고 평소의 보라색 후드 티와 츄리닝 바지로 갈아입은 뒤 벽장 안 깊숙이 숨겨놓은, 그 날 이후로 이때를 예감했다는 듯 제 짐을 전부 싸놓은 간소한 가방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20년 이상을 보내온, 이제는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정겨웠던 집 안을 하나씩 찬찬히 둘러봤다. 그러나 형제들과 부모님의 추억으로 가득찬 집인데도 빈 방 안에서 잔상으로 떠오르는 것은 푸른 후드 티를 입고 있는 그 녀석이라 이치마츠는 마지막으로 거실에 도착했을 때 더는 참지 못하고 긴 한숨과 함께 마른세수를 했다.
거실에 들어설 때마다 바로 눈에 선연히 들어오는, 거울 안의 자신의 얼굴에 심취된 너의 든든한 등을 볼 때마다 나는 얼마만큼의 애달픔을 삼켰던가. 그러나 그것도 이제 와서는 다 부질없는 짓이 되었다.
아무리 애타게 올려다보고, 막연히 기다려도 보고, 하염없이 손을 뻗어본다 한들, 잡을 수 없는 하늘은 결코 자신에게로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다행이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추락하는 것보다, 저를 한층 더 환히 밝혀줄 태양과 같이 있는 편이 나았다.
이치마츠는 다시 짐 가방을 들고 마지막으로 신발을 갈아 신고 밖으로 나와 문을 닫은 뒤 문단속을 하고는 열쇠를 문아래 틈 사이로 밀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이치마츠는 뒤를 돌아봤다. 작고 낡았지만 소중했던 자신의 요람이자, 보금자리였고, 그와 가장 많은 추억을 쌓은 보금자리를 떠나는 날은 쓸쓸했다. 그러나 그 쓸쓸함이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것임을 알기에 이치마츠는 기꺼이 그 쓸쓸한 독립을 받아들였다.
자, 이제 어디로 갈까. 일단은 가능한 멀리 가는 편이 낫겠지. 이치마츠는 되는대로 행선지의 방향을 막연히 결정한 뒤 지금쯤 자신이 와야 하는 것도 잊고 경사가 한바탕인 예식장과는 정 반대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었다.
하늘을 올려보면 변함없이 푸르렀다. 그 하늘 아래서,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자신이 곁에 있을 테니 도망치지 말라고 했다.
그러나 이제 카라마츠는 이치마츠의 곁에 있지 않았다. 이치마츠에게 남은 건 도망치는 일 뿐이었다. 하늘로부터, 카라마츠로부터.
이제 다시 땅 속으로 기어들어갈 때가 된 것이다.
* * *
도피 이후의 삶은 생각보다 꽤 정신없었다.
어느 한 도시에 정착하게 된 이치마츠는 바로 취직 활동을 시작했다. 더 이상 멋대로 세탁되고 밥이 나오는 편한 생활을 할 수 없는데다가, 무엇보다 일을 하면서 머릿속을 비우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가만히 있으면 머릿속이 뒤엉켜져 진정이 되지 않았다. 이치마츠는 여러 회사에 이력서를 넣었고, 그 결과 어느 한 회사에서 이치마츠를 고용했다. 합격통지서를 받았을 때, 이치마츠는 우습게도 카라마츠가 기쁜 얼굴로 들고 온 합격통지서를 떠올렸다.
회사에 취직한 후, 이치마츠는 성실히 회사 일에 임했다. 애사심이 투철하기 보다는 앞서 말했다시피 머릿속을 비우기 위한 도피의 일부분이었지만, 동기야 어쨌든 겉으로만 봤을 때 이치마츠는 착실하고 스펙에 비해 능력도 좋은 사원이라 동기들과 상사들의 평이 꽤나 높았다. 그리고 회사에 정착하고 승진이 결정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치마츠는 자신과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한 여자와 교제를 시작했다. 이치마츠보다 1년 앞서 입사한 그녀는 능력 좋고 이지적이며 이치마츠의 결점도 쿨하게 넘길 수 있는 여자였다. 상당히 적극적인 그녀는 교제를 시작한 뒤에도 주도적으로 연인 관계를 이끌어갔고, 이치마츠는 고분고분 그녀의 말에 존중해줬다. 이치마츠가 그녀와 사귀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에도 주눅 들지 않고, 자기 주관이 확고한 부분이 카라마츠와 은근히 닮았다. 그게 전부였다. 땅에 묻어도 썩지 않는 쓰레기는 여전히 쓰레기구나 하고 이치마츠는 자조했다.
그렇게 2년을 어영부영 보내고, 이치마츠는 아카츠카 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출장을 갔다가 그곳에서 우연히 토도마츠와 마주치게 되었다.
“이치마츠 형!”
“…토도마츠.”
당연히 토도마츠는 놀라며 2년 만에 자신의 넷째 형의 이름을 불렀고, 이치마츠도 보자마자 그리움이 복받치는 막내 동생의 얼굴에 벙 찐 목소리로 어색하게 혀를 굴려 상대방의 이름을 불렀다.
두 사람은 가까운 스타버에 들어가 그간 쌓인 이야기를 나눴다. 토도마츠는 이치마츠가 쪽지 하나 없이 그리 나가버린 것에 대해 얼마나 놀랐는지 아냐며 불평을 늘어놓는 것을 시작으로 이치마츠가 알지 못했던 마츠노 가의 그간 있었던 일들을 들려줬고, 이치마츠도 지금은 제대로 회사에 다니면서 직장 동료 여성과 교제 중이라는 말도 해줬다. 토도마츠로서는 이치마츠의 폭탄선언이 상당히 쇼킹이었는지 마시던 딸기 쉐이크를 뿜어버리고는 ‘그 어둠마츠 형이!?’라며 반쯤 비명 지르는 소리를 질렀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듣게 된 가족들의 이야기는 상당히 반가웠다. 2년 만에 보는 막내 동생은 여전히 드라이 몬스터의 면모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막내로서의 귀염성도 예전 그대로였다. 이치마츠는 정말로 우리들 사이에 2년이라는 공백이 생겼던가 하는 의구심으로 살포시 반가운 미소까지 지었다. 예나 지금이나, 이치마츠는 여전히 피를 나눈 쌍둥이 형제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편하고 좋았다.
그러나 2년이라는 공백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이치마츠 형은 아직 모르겠구나.”
그 시간 동안 잔뜩 벼려둔 비수를,
“카라마츠 형, 조만간 애 아빠가 될 거야. 이제 4개월이래.”
이치마츠를 향해, 서슴없이 내리꽂았다.
누군가가 허락도 없이 퍼석거리는 제 땅을 헤집어 놓은 기분이었다.
그 후로 어떻게 자신이 집까지 돌아왔는지 이치마츠는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가쁜 숨을 고를 틈도 없이 가슴을 움켜잡고 현관문 앞에 주저앉아 앓는 소리만 끙끙 내뱉었다. 그는, 카라마츠는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서, 가장이 되고, 이제는 머지않아 태어날 자식을 기다리며, 아빠가 될 것이다. 점점 자신이 아는 카라마츠가 사라져가고, 자신이 모르는 카라마츠가 생겨난다. 가장이 된 카라마츠, 아빠가 되는 카라마츠.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카라마츠라는 사실이, 이치마츠는 무엇보다도 괴로웠다. 예고도 없이 들이닥친 현실에 이치마츠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하늘은 점점 이치마츠가 모르는 색으로, 알 수 없는 형태로 변해갔다.
이치마츠는 주머니에서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주소록에서 자신의 연인인 여자의 번호를 찾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긴 신호음이 가고, 오밤중에 걸려온 전화로 잠에서 깨어나 짜증이 조금 섞인 나른한 목소리에도 상대가 자신의 남자친구라 참는 기색이 드러나는 말투로 여자가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한참의 침묵 끝에, 이치마츠는 그녀에게 결혼하자고 말했다.
그는 한 번 더, 좀 더 깊숙이 땅 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길을 택했다.
* * *
결혼식은 치르지 않았다. 신랑 측에서 하객이 없다는 이유였다. 가족들은 부르지 않을 거냐고, 상견례도 하지 않아도 정말 괜찮냐는 여자의 질문공세에도 이치마츠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결혼식은 생활이 안정되면 그 때 하자는 식으로 에둘러대는 태도를 일관하자 결국 여자 쪽도 답답한 한숨을 쉬면서도 예비 남편의 말을 들어 간단하게 혼인신고를 하는 것으로 조촐히 마무리했다.
여섯에서 하나, 그리고 다시 둘이 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적응 기간이 필요했지만 이치마츠는 여섯에서 하나가 될 때보다도 하나에서 둘이 되는 것이 더 익숙해지기 힘들었다. 가족끼리 있으면 마음이 편했다. 그러나 이제부터 함께 지내게 된 여인은 아직 ‘가족’이 아닌 ‘타인’이었다. 타인과 한 공간을 공유하는 것은 여간 불편한 게 아녔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 가족이 된다면 조금은 편해지겠지. 이치마츠는 애써 자신을 그리 달랬다. 그러나 이치마츠는 은연중에 그녀가 앞으로도 자신의 ‘가족’이 되지 못할 것이라 짐작했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의 신혼 생활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결혼 후 이치마츠는 더욱 일에 매진해버려 가정에 소홀해졌고, 아내는 그것에 불만을 가졌다. 열심히 일하는 것도 좋고, 좀 더 편안한 생활을 위해서라는 이유도 그럴듯하게 들렸지만 그런 변명이 통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다. 그녀가 아무리 인내심 있고, 그녀 또한 커리어 우먼으로서 회사 일에 대한 의욕이 있다한들 그것과 부부 문제는 별개로 치부되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를 때마다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이치마츠에게 잔소리를 쏟아놓았고, 이치마츠는 그 말에 침묵이라는 태도를 굳건히 유지했다. 반항도, 변명도, 사과도 없는, 마치 무너지지 않는 답답한 벽과 마주하는 것과 같아 지켜 쓰러지는 쪽은 아내가 될 수밖에 없었다. 이치마츠도 그런 그녀에게 미안함을 가졌고, 좀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이치마츠는 여전히 그녀가 불편했다. 자신의 침대 옆에 누워있는 그녀의 얼굴을 볼 때마다 위화감이 들었고, 뒤이어 그 얼굴 위로 자신의 왼편을 늘 차지했던 그의 얼굴이 떠올라버려 침대에서 일어나 줄담배를 뻑뻑 피워댄 적이 한 두 번이 아녔다. 부부의 관계는 위태롭기 그지없었다. 처음부터 어긋난 관계였기에 필연적인 형태였다.
그러니 결과 또한 이미 정해져있었고, 한 치의 틀림없이 그대로 이뤄졌다.
“이혼하자.”
그녀의 입에서 마침내 그 말이 나오게 된 건 그들이 결혼한 지 3년째가 되었을 때였다. 이정도면 오래 버틴 거지. 이치마츠는 덤덤히 그녀의 이혼선고를 받아들였다.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위자료는 청구하지 않을 테니 그냥 조용히 진행하자고 말했고, 이치마츠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말이 없었다. 시계의 초침 소리가 두 사람의 사이를 갈라 메웠다. 그리고 지리멸렬한 침묵 끝에, 이치마츠가 자리에 일어날 준비를 하면서 불편하면 오늘부터 호텔에서 지내겠다고 말할 때야 그녀가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당신의 그런 점이 좋으면서도 싫었어.”
그 말에 이치마츠는 시선을 그녀에게로 돌렸다. 오랜만에 보는 그녀의 얼굴은 울고 있지 않았지만, 그 울음이 전부 새하얗게 굳어 얼굴에 달라붙은 것처럼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
“당신이 예감한 것처럼, 나도 우리 둘 사이가 이렇게 끝날 거라고 짐작했었어. 그런데도 당신이 전화로 대충 말한 그 청혼, 왜 받아들였는지 알아? 시간이 전부 해결해 줄 거라고 믿었으니까. 시간이 지나 한 지붕 아래 지내다보면 언젠가 그가 나를 바라봐줄 날이, 한순간이나마 좋아해줄 날이 오겠지 하고 바랐으니까. 그런데, 결국 그 날은 오지 않았구나. 더 기다리고 싶어도, 이제 더는 지쳐서 안 되겠어.”
그녀는 처연히 웃었다. 자신과, 남편과,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동정 섞인 비웃음이었다.
“부럽네. 당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한 번이라도 만났더라면, 여기까지 올 필요는 없었을 텐데.
그래도, 그런 당신이라서 좋아했었어. 그래서 미련스럽게도, 당신이 준 허상 같은 기회를 잡아버린 거지만.”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남겨진 이치마츠는 그 자리에 오도카니 서서, 그녀가 들어간 방문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진심으로 미안하다 말하고 싶었다. 이런 쓰레기 같은 자신을 좋아해주고 여기까지 기다려준 그녀에게 기꺼이 무릎을 꿇고 엎드려 빌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그녀를 향한 사죄의 절반도 채울 수 없어서, 자신에게는 이런 잘못을 빌 자격조차 없어서 이치마츠는 그저 입술만 콱 깨문 채 그 자리에서 떠나지 못했다.
* * *
마츠노 오소마츠가 찾아온 것은 호텔 방에서 지내면서 한창 이혼 준비를 진행하고 있을 때였다.
“요, 이치마츠. 아직까지 멀쩡히 살아있었네. 이야, 이 횽님께서 그동안 널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답지 않게 검은 정장을 차려입고 한 손에는 편의점에서 산 캔 맥주와 팩소주, 그리고 안주거리가 들어있는 검은 비닐 봉다리를 들고서 밤늦게 자신의 호텔방을 찾아온 첫째 형의 뜬금없는 등장에 이치마츠는 왜 이 상황에서 그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니 귀신이라도 본 듯 5년 만에 본 장남의 얼굴을 봤고, 오소마츠는 형님을 언제까지 밖에 세워 둘 거냐면서 어물쩍 이치마츠를 밀고 방 안으로 들어가 한 자리를 제 안방에 들어온 것 마냥 익숙하게 차지했다. 봉다리 안으로 캔 맥주 두 개와 마른 오징어를 꺼내는 손길이 분주하다. 이치마츠는 일단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오, 이치마츠. 얼른 앉아. 오소마츠는 한 사람이 앉을 만큼 딱 알맞게 비어있는 자신의 앞자리를 호쾌하게 두드렸다. 5년 만의 재회인데도 감동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마츠노 오소마츠와의 재회이기에 그런 거겠지. 이치마츠는 끝내 자신의 첫째 형의 말을 거스르지 못하고 고분고분 그의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반항적인 이치마츠라 해도, 형제들에게 있어서 장남의 발언은 상당한 발언력이 있었고, 동생들에게 있어서 그의 말은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만나지 않았다 해도 그 지배력은 여전했다.
5년 만에 보는 오소마츠는 역시나 예전 그대로였다. 당연한 이야기겠지. 이치마츠는 그의 변함없음을 쉽게 납득했다. 그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할 테니까. 그래도 몇 년 전에 토도마츠를 만났을 때는 세월이 흐름이 느껴졌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치마츠는 오랜만에 그 시절의, 자신이 아직 마츠노 가를 떠나지 않고 마츠노 가의 넷째로 있던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을 실감했다. 낯설지 않은, 오랜만의 익숙함이 이치마츠의 몸을 부드럽게 둘러쌌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당연히 네 형수에게 물어서 왔지.”
“뭐!? 오소마츠 형이 어떻게 그 사람을 아는 거야.”
“아니, 나도 안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어쩌다보니 그쪽과 연락이 닿아서 간간히 연락을 받다가 너 이혼 준비한다는 소식 듣고 온 거지. 그나저나 놀랐다고? 결혼했다는 말도 놀랐는데 이혼까지 하다니. 형님은 아직 결혼도 안한 니트인데 저 혼자 형님을 앞지르다니 말이야.”
“아직도 니트인거냐고…. 다른 녀석들은 알고 있어?”
“아니. 그 녀석들은 네가 결혼했다는 것도 몰라. 내가 여기 왔다는 것도 모르고.”
오소마츠는 한 번 캔 맥주를 들이켜 마신 뒤 꼬리표처럼 뒷말을 한 박자 늦게 덧붙였다.
“물론, 카라마츠도 모르고 있고.”
카라마츠.
오랜만에 귀에 들어온 그 이름에, 이치마츠는 반사적으로 어깨를 움칫 털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의 이름을 한동안 떠오르지도, 입 밖으로 부른 적도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처음 의도한대로 바쁘게 살다보니 차차 머릿속에서 잊혀져갔던 이름. 그러나 오소마츠가 한 번 부른 것만으로도 이름은 다시 선명히 떠올라 이치마츠의 머릿속을 차지했다. 아니, 이미 한참 전부터 그 존재감은 이치마츠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업자득으로 이런 파국까지 치달았지만. 이치마츠는 참지 못하고 캔맥주를 벌컥 들이켰다. 쓰디쓴 맥주의 뒷맛이 개운치 않게 남겨졌다. 오소마츠는 그런 이치마츠를 잠시 동안 지그시 쳐다보더니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문득, 이치마츠는 오늘 오소마츠의 분위기가 묘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지만, 검은 정장을 입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묘하게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특히나 담배를 피우는 그의 비스듬한 얼굴에서 이유 모를 쌉싸름함이 맴돌았다.
“무슨 일 있었어? 그 옷은 또 뭐고.”
“음? 아아. 장례식 끝나고 바로 와서 옷 갈아입을 시간이 없었거든.”
“장례식?”
이치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는 대답을 잠시 미루고 이치마츠를 쳐다봤다. 흘겨보는 시선에 담긴 의미가 뭔지 알 수 없어, 이치마츠는 절로 몸이 굳어졌다. 그리고 이치마츠는 그 시선을 마주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렸다. 아득히 저편으로 던져둔, 잊어버렸노라 여겼던 기억의 일부분에서 오소마츠의 눈빛이 비어져 나왔다. 이치마츠는 그 기억이, 카라마츠가 처음 가족들에게 지금은 형수가 되어버린 그 여자를 소개해 준 날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때, 오소마츠는 남들 모르게 저 혼자 이치마츠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묘하게 감이 좋았다. 주로 형제들에 대한 일들에 있어서 감이 좋았는데 그 대부분이 형제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혹은 그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비밀스런 어두운 이야기들이 태반인지라 오소마츠의 입은 자연히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고, 필요할 때가 아니면 그것을 경솔하게 발설하지 않았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던 일도 그 중 하나였다. 오소마츠는 그것에 대해 알고 있다고 티를 내거나, 둘 사이를 터치하는 일 없이 한 발짝 떨어져 관망하는 태도를 유지했지만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눈치 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딱히 그것에 대해 오소마츠에게 따지거나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다만 오소마츠의 태도에 자신도 따랐다. 그래도 가끔씩,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에게 지금과 같은 눈빛을 은밀히 보낼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이치마츠는 그 눈빛을 피했다.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까지 알지 못해도, 그 눈빛을 정면으로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서 항상 피하기 급급했다. 언제나처럼.
오소마츠는 어느 새 다 비운 빈 맥주 캔 안에 담뱃재를 털면서 말했다.
“뭐, 네 지금 사정 들어보니까 너라도 이건 너도 알아두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뭘, 말이야.”
이치마츠는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을 직감했다. 처음으로, 오소마츠가 두 사람 사이의 문제에 끼어든 것이다.
심장이 불안하게 뛰었다. 오소마츠 형이 굳이 나섰다는 것은, 결코 좋은 징조가 되지 못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너머, 커튼 사이로 보이는 밤하늘을 봤다. 별도, 달도 뜨지 않은 새까만 하늘만이 그를 우울하게 반겨줬다.
“오늘, 제수씨 화장식이 있던 날이었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 * *
카라마츠의 그녀이자 이치마츠의 형수님이 되는 그녀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었다.
어렸을 적부터 잦은 병치레를 치렀고, 그나마 나아진 어른이 된 당시에도 종종 빈혈로 휘청거릴 때가 있어 데이트 때마다 카라마츠는 그녀가 중간에 쓰러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고,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져 조금이라도 빈혈의 징조가 보이면 바로 한적한 곳으로 데려가 자신의 무릎에 눕히고 그녀가 심심하지 않게 여러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녀는 항상 자신의 허약한 몸으로 인해 카라마츠에게 신세지는 것을 미안해했고, 카라마츠는 그런 그녀의 미안함에 정색하면서 미안해할 일이 아니라며 그녀를 듬직하게 위로해줬다. 연인 사이가 되고, 결혼하게 되었을 때도 그녀는 자신이 카라마츠에게 짐이 될 것을 항상 걱정했지만 카라마츠는 그녀를 전혀 짐처럼 여기지 않으며 오히려 자신이 그녀를 필요로 한다며 필사적으로 설득하여 끝내 그녀가 카라마츠의 청혼을 받아들이게 해줬다. 카라마츠가 취직을 하고, 결혼을 서두르고, 자립을 한 것도 조금이라도 둘 만의 시간을 함께 지내기 위해서였고, 그녀는 자신의 짐이 아니라는 것을 모두에게 증명해주고 싶어서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 그녀는 임신을 하게 되었다. 당연히 두 사람은 눈물이 날 만큼 기뻐했고, 특히나 카라마츠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그날 회사에서부터 본가로 가서 소식을 알려줄 때까지 하루 종일 울어서 다음 날 앞이 보이지 않을 만큼 눈이 퉁퉁 부어버렸을 정도였다. 두 사람은 아이에게 모든 정성과 관심을 쏟아 부었고, 마침내 출산일이 되었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린 난산은 가뜩이나 연약한 그녀의 몸에 지워지지 않을 후유증을 줬고, 그녀의 체력은 급격히 약해져 아이가 태어난 뒤로 그녀는 죽을 때까지 병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도 카라마츠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자신의 아내가 다시 기력을 되찾아 집으로 돌아갈 그 날이, 자신과 아내와 아이 셋이서 함께 지낼 날이 분명히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늘은 카라마츠의 믿음을 져버렸다. 아내는 아이를 낳고 3년 뒤에 힘없이 세상을 떠났다.
“장례식 때 말이야, 카라마츠 녀석 조문객 상대하는 동안 제 아내 영정 앞을 떠나지 않으면서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더라. 다른 녀석들은 울고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그래서 쵸로마츠 녀석이 그 때 난리도 아니었지. 눈물 콧물 다 흘리면서 이럴 때 울지 않으면 어떡해하냐고, 이 와중에 이치마츠 그 망할 새끼는 이런 날까지 코빼기도 안 보이냐면서 온갖 욕을 다하는데, 너 한동안은 쵸로마츠 눈에 띄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오소마츠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몇 번째의 맥주 캔을 땄다.
장례식 마지막 날, 아내의 관이 화장되기 위해 불구덩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야 맨 앞에 있던 카라마츠는 이제껏 굳건히 유지시켰던 두 무릎을 무너뜨리고 오열을 터트렸다. 그것을, 뭐라 말해야 할까. 지금껏 이 악물고 참아온 슬픔의 모든 응어리가 덩어리째로 꾸역꾸역 튀어나오는 비통함의 결정체였다. 그 울음소리를 듣고 그 누가 그의 사랑이 진실하지 않았노라 의심할까. 카라마츠는 제 옆을 지키던, 아내가 죽은 이후로 이제 다시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존재가 된 자신의 형에게로 매달렸다. 오소마츠는 그런 자신의 동생이 처음으로 가여워 있는 힘껏 끌어안아줬다. 아내의 시신이 담긴 관이 화마에 삼켜져 잿더미가 될 때까지,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품 안에서 잔뜩 뭉그러진 이별의 슬픔을 토해냈다.
“이치마츠 씨.”
여린 목소리에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렸다. 집 옆 골목길 입구, 가로등 아래서 하늘색 원피스가 잘 어울리는 그녀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자세로 이치마츠를 마주봤다.
“여름밤이라고 해도 오랫동안 밤공기를 맞으면 몸에 좋지 않아요. 그리고 담배는 물론이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성큼성큼 골목길 안으로 들어와 이치마츠의 입에 물린 담배를 쏙하고 뺏어들고는 빙긋 웃었다. 이치마츠는 보조개가 패인 살가운 웃음에 절로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가 싫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자신을 걱정해 굳이 여기까지 나온 그녀의 상냥함이 무척 불편했다. 그녀의 좋은 점만 발견할수록, 점점 그녀를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게 된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치기 어린 질투심에 되는 대로 말을 지껄였다.
“어째서 그런 쿠소마츠 녀석을 고른 거지?”
“네?”
“그 녀석은 안쓰럽기 짝이 없는 녀석이라고. 항상 겉멋만 잔뜩 들고 속 알맹이는 없는 말만 지껄이고, 안쓰러운 패션이나 걸쳐 입고, 항상 사람 짜증나게 만들고, 허울 좋은 말만 늘어놓고, 지금이야 착실하게 나오지만 나중에는 기둥서방으로 전직해서 네 등골을 빨아먹을 게 분명하다고? 게다가 매일 같이 밖으로 나가서는 카라마츠 걸인가 뭔가 하면서 여자들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는 쓰레기 같은 녀석이라고. 나중에 반드시 후회할 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얼른 그 녀석한테서 도망치는 게 낫다고.”
순전히 악의 밖에 느껴지지 않는 말. 이치마츠는 그녀의 반응을 기다렸다. 카라마츠에게 실망하고, 경멸해서, 알아서 그의 곁을 떠나길 바랐다. 이 마음이 토사물 이하로 추잡하다는 것을 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한 번 불이 붙어버린 질투는 잿더미가 된 결과물에 만족할 때까지 계속 불타오를 기세였다.
그러나 그녀의 반응은 이치마츠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질투의 불꽃을 순식간에 꺼트려버린 기대어린 목소리였다.
“그리고요?”
“…뭐?”
“그 밖에 카라마츠 씨에 대해 아는 거라도 있나요?
“뭐, 뭐야?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건데!?”
“형제분들에게서 카라마츠 씨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고 싶었거든요. 제가 아는 카라마츠 씨와 가족들이 아는 카라마츠 씨는 다르니까요.”
“당신, 지금 그런 소리를 듣고도 그런 말이 나와?”
이치마츠의 기가 막힌 반문에 그녀는 다시금 생긋 웃으면서 말했다.
“사람이야 완벽할 수는 없잖아요. 어떤 모습이든 카라마츠 씨이고, 조금이라도 더 카라마츠 씨에 대한 걸 알고 싶거든요. 단점들이야 차차 고쳐나가면 되요. 저 이래보여도 카라마츠 씨에 대한 거라면 뭐든 각오가 되어 있다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치마츠 씨한테서 카라마츠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어, 어째서?”
“그야, 카라마츠 씨가 제일 많이 이야기 해준 형제분이 이치마츠 씨니까요.”
“…뭐?”
뜻밖의 말에 이치마츠가 벙 찐 사이에, 그녀는 작지만 조곤조곤 속삭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카라마츠 씨말이죠, 이치마츠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가 가장 즐거워 보였어요. 물론 다른 가족 분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도 즐거워했지만, 이치마츠 씨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묘하게 들떠 보이고, 정말로 아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가끔은 질투가 날 정도였다고요? 그래서 꼭 이치마츠 씨를 만나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어요. 그리고 안심했어요.”
그녀는 정말로 안심했는지 활짝 웃는 생기어린 얼굴로 밝게 말했다.
“이치마츠 씨도, 카라마츠 씨를 정말로 좋아하고 있어서, 안심했어요.”
아. 이 사람은,
그 말에, 이치마츠는 인정했다. 그녀가 어째서 카라마츠의 여자가 되었는지, 왜 그녀가 카라마츠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영광을 손에 넣었는지를. 그녀는 단순히 여자라서 마땅히 차지한 것이 아녔다. 그녀는 처음부터 이치마츠가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녔다. 그녀는 하늘과 닮았다. 모든 것을 끌어안아줄 만큼 끝없이 넓고, 감히 올려다볼 수 없을 만큼 눈부셨고, 티끌 한 점 없이 청명했다. 카라마츠와 닮은 하늘. 처음부터 땅에 기어 다니고 빛을 견디지 못해 땅 속으로 자꾸만 파고들면서도, 결국 그 하늘을 포기할 수 없어 고개를 가누어 손에 넣지 못할 하늘만 군침 삼키며 쳐다보고 있는 벌레 같은 자신과는 애초부터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치마츠에게 억울함도, 질투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상냥함에 이치마츠는 카라마츠의 손에 이끌려 처음 하늘을 올려다봤을 때처럼, 눈가가 시큰거렸다.
“두 사람 다 거기서 뭐 하는 거야?”
골목길 입구, 가로등 아래서 카라마츠가 나타났다. 두 사람이나 자리를 비워 직접 찾으러 나온 것이다.
“이치마츠 씨한테서 카라마츠 씨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죠.”
“에? 무슨 얘기?”
“그건 나랑 이치마츠 씨만의 비밀인 게 당연하잖아요.”
“그, 그러지 말고 나한테도 알려주면….”
“비밀이니까 당연히 알려주면 안 되죠. 자자, 이제 그만 들어갈 테니까 카라마츠 씨 먼저 들어가 계세요.”
“어, 어이. 잠깐만…!!”
그녀는 억지로 카라마츠의 등을 떠밀어 집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고, 카라마츠는 얼떨결에 그녀의 손길에 그대로 밀려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집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그렇게 카라마츠를 먼저 보내고 난 뒤, 다시 골목길 입구에 선 그녀는 노란색이 섞인 새하얀 가로등 아래서 처음 이치마츠를 불렀을 때처럼 다시 한 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이치마츠 씨.”
그녀는 마치 무언가를 알아낸 것처럼, 앞으로 있을 일들을 어렴풋이 예감하고 있는 것처럼 조금 쓸쓸해진 옅은 미소로 말했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카라마츠 씨를 좋아해주세요.
카라마츠 씨는 이치마츠 씨의 곁에서 당신을 믿어주고 있으니까, 이치마츠 씨도 카라마츠 씨의 곁을 지켜주세요.
이치마츠 씨라면, 분명 저보다 더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켜주실 거예요.”
가로등의 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 안에서, 이치마츠는 자신이 가로등 불에 타들어가는 나방이 된 것 같았다.
자신의 몸이 불살라버려 스러져도, 결국 그 빛에 홀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나방과 같이.
* * *
이치마츠는 잘 떠지지 않는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여기저기 방안을 난잡하게 나뒹굴고 있는 빈 맥주캔과 소주팩, 담배꽁초, 안주 찌꺼기였다. 비척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천천히 상황파악을 하면서 주변을 살폈다. 오소마츠는 그가 잠든 사이에 자리를 떠났다. 떠난다는 말도 없이, 연락처가 적힌 쪽지 한 장 없이 떠난 게 오소마츠답다면 오소마츠다웠다. 이치마츠는 묵직한 몸을 억지로 일으킨 뒤 느릿한 몸짓으로 천천히 방안을 치우기 시작했다.
잠시 뒤, 쓰레기들을 전부 다 치우자 방은 다시 텅 빈 공간이 되었다. 이치마츠는 그 한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널브러졌다. 대자로 뻗으면서 오늘 해야 할 일들을 하나씩 정리했지만, 전부 다 무의미하게 다가와 생각하는 것을 관뒀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옛날 꿈을 꿨다. 그것도, 그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제대로 대화를 나눈 꿈.
그녀가 마치 죽어서 꿈에 나타난 것 같았다. 이치마츠는 자신이 그녀를 단 한 번도 생각으로도 ‘형수님’이라고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 있어 그녀는 여전히 ‘카라마츠의 그녀’였다.
하늘을 닮은 그녀는 정말로 하늘이 되어 그대로 시푸른 빛깔에 녹아들었다. 영원히 백년해로하며 행복하게 지낼 것 같은 그녀는 10년이라는 세월도 채우지 못하고 남편과 어린 자식만을 남겨두고 떠나버렸고, 카라마츠라는 이름의 하늘은 지상에 못 박혀져 슬픔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는 혼자가 되었다. 그의 곁에 마땅히 머물 이는 더는 없었다. 이것은 기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곧바로 생각을 고쳤다. 그것은 기회가 아닌 헛된 희망이었다. 그녀의 자리가 사라질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죽음이 그녀의 자리를 더욱 굳혀서, 망령과 같이 카라마츠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카라마츠라면 분명 평생 동안 그녀를 잊지 못하고 살아가겠지. 역시나 안쓰러운 녀석이다.
죽은 그녀는 자신의 이런 몰골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고 비겁하게 도망쳐버린 자신을 보며, 원망하고 있을까.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카라마츠를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이 머지않아 요절할 것도, 짐작했겠지. 그녀는 자신이 떠나고 혼자 남겨질 카라마츠를 걱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카라마츠와 같이, 자신을 믿었다. 그들은 한 치의 흔들림 없이 자신을 믿었다.
「이치마츠. 난 널 믿는다. 그러니 도망치지 마.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니까.」
이제는 아득한 어린 시절, 하늘 아래서 카라마츠가 덧없는 미소로 자신에게 말한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 말을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싫어했다. 그들의 믿음이 죽도록 미웠다. 나는 그들의 믿음을 배반할 게 분명하니까. 태워지지도 않고, 묻어도 썩어 사라지지 않는 글러먹은 쓰레기인 나는 그들은 사랑과 믿음에 제대로 보답조자 못하는 녀석이니까. 하늘은 자신에게 과분했고,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도망치고 도망쳤다. 그들의 믿음에서, 그의 곁에 머무를 수 없는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사랑에서, 비겁하게도 도망치는 선택지를 반복했다.
아아, 그래. 여기서 나는 고해한다. 나는 그들이 불행하기를 남몰래 빌었다. 저 찬란한 하늘이 무너져 자신에게로 떨어지기를 기도했다. 추락한 하늘이 땅속으로 스며들어 자신과 같은 위치에 있기를 바랐다. 그리고 정말로 그들은 부서졌다. 죽음과 이별이라는 최악의 형태로.
나는 정말로 이것을 원했던가? 나는, 내가 정말로 원했던 건 뭐였지?
나는 단지, 그 하늘을, 그것을 닮은 너를 원했을 뿐인데.
그리고 나는 여기서 뒤늦게 깨달았다. 나는 그의 불행과 동시에 행복을 기원했다. 어차피 제 사랑이 과분한 것임을 알기에, 손을 뻗어도 거머쥘 수 없고, 감히 직시할 수도 없는 그 빛남에 시기를 가졌음에도, 그 근원에는 동경과 사랑이 분명히 있었다.
죽은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자신이 계속 카라마츠를 좋아할 것임을, 자신이 본인보다 더 오래 곁에 머무를 수 있는 자격을 지녔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이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어떤 빌어먹을 낯짝으로 이제와 그의 곁에 선다는 걸까.
그녀의 유언이나 다름없는 말을 지키기에는, 이제 와서 다 망가진 사랑을 일으켜 세우기에는 모든 것들이 늦어 이미 한참 전에 죽어버린 뒤였다.
그래서 나는 더없이 미련하게도 한참이 지난 지금에야 너의 행복과 불행의 모든 것에 대한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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