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솜님 달성표 리퀘입니다.
※ 오메가버스
※ 모브오소 주의.
알파와 오메가 사이에는 ‘각인’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알파와 오메가가 성교를 치르는 과정에서 알파가 오메가의 목덜미를 깊게 물어 박으면 그것으로 두 사람 사이에는 각인이 형성된다. 지극히 간단하면서도 야만적인, 그래서 잔혹하다 일컬을 수 있는 과정으로 각인이 완료되면 알파와 오메가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깊이 연결되어 평생을 함께 한다. 오메가는 자신을 각인시킨 알파에게 완전히 귀속되고, 알파 또한 자신이 각인시킨 오메가 외에는 발정하지 않게 된다. 잠시라도 멀어지면 서로가 불안에 휩싸여 이성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되고, 반대로 서로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다면 정신을 안정시킬 수 있을뿐더러 성욕을 건전하게 제어할 수 있게 되어 히트 사이클 억제제도 크게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각인을 권장하고 있는 추세였다.
허나 각인은 일생에 단 한 번 맺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알파도, 오메가도, 예외 없이 살면서 단 한 명의 알파 또는 오메가와 각인을 맺어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복수로 각인을 맺는 것은 불가능하며, 강제로 각인을 끊어내는 방법은 어느 한 쪽이 죽는 것 외에는 현재로선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설령 어느 한 쪽이 죽어 각인이 사라진다고 해도, 남은 한 쪽의 일생이 평탄해지라는 법은 없었다. 각인이 풀린다고 한들 이전에 각인을 맺었다는 사실은 사라지지 않는 것인지라, 그 후에 다른 파트너와 각인을 맺고 싶어도 맺을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상대의 페로몬에 고통을 느끼며 몸부림을 치다가 발작, 질식사로 죽는 경우가 심심찮게 뉴스에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각인이 풀려 상대가 없다보니 처음 각인을 맺기 전보다 더욱 히트 사이클 억제가 힘들어져서 아주 독한 억제제를 먹어야지만 겨우 페로몬과 이성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한 제약 업체에서 이런 소비층을 대상으로 하는 극성 억제제를 만들었지만 일반 억제제보다 가격이 2~3배 높아 쉽게 구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국가적 차원에서 각인을 권장하면서도, 뒤이어 이런 말도 반드시 따라왔다.
인생을 망치고 싶지 않으면 각인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고.
후우우. 담배 연기가 힘없이 허공에 흩날렸다. 평소에는 담배를 잘 피우지 않는 카라마츠였지만, 이맘때가 되면 어쩔 수 없이 담배에 손이 가고 만다. 딱 이렇게, 날이 찼던 날이었다. 카라마츠는 다시 한 번 담배 연기를 빨아 마셨다. 후드 티 하나만 가볍게 입고 나와서 그런지 체질 상 추위에 강한 카라마츠도 추위로 벌벌 떨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몸의 열을 조금이라도 올리고자 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러나 카라마츠는 집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주변에 담배꽁초 여럿이 너저분하게 나뒹굴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집 옆 골목길의 담벼락에 몸을 기대어 수시로 골목길 밖 큰 길을 살폈다.
밖에서도 희미하게 풍겨오는 달큰한 오메가 향을, 자신과 같은 알파가 페로몬 향을 맡고 꼬여드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물론 정상적인 알파라면 일반적인 오메가 향과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각인의 흔적이 묻어난 향을 맡으면 발걸음을 돌리겠지만 몇몇 취향이 악질적인 녀석들은 남의 떡이 더 크다는 심보로 접근할 수 있기에 긴장을 늦춰서는 안됐다.
카라마츠는 그새 몽탕 짧아진 담배를 지근지근 밟아 꺼뜨렸다. 더 이상 담배를 태우고 싶은 마음조차 사그라졌다. 카라마츠는 그대로 선 자리에 쭈그려 앉아 한숨에 제 얼굴을 파묻었다. 각인이 섞인 오메가 향은 다른 알파들의 경우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향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알파들 사이에서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향이라고 하지만, 카라마츠에게는 그런 쌉싸름한 향마저도 좋았다. 아니, 싫어해도 좋아해야만 했다. 저 향을 만들어낸 원흉은 틀림없는 카라마츠 자신이었으니까.
오소마츠는, 어쩌고 있을까.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집 옆 골목길에 쭈그려 앉아있는 처량하고 몰상식한 자신이 그럼에도 그런 뻔뻔한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서, 카라마츠는 이를 악 물었다. 한기가, 떼어낼 수 없는 지독한 한기가 자꾸만 카라마츠의 안으로 들이 채워졌다.
졸업을 코앞에 둔 2월의 어느 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고백을 받았다.
좋아해. 지나가듯이 흘러간 짧은 고백이지만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카라마츠는 또 시답잖은 농담이겠거니 짐작했다. 항상 헤픈 성격으로 가벼운 말을 쉽게 툭툭 던지는 사람이 제 형이었고, 그런 말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휘둘린 적이 한 두 번이 아녔기에(심지어 작년 만우절에는 히트 사이클이 갑자기 터져서 곤란한데 도와달라는 문자를 보내서 헐레벌떡 찾아갔더니 태평히 과자를 먹으면서 만우절이라고 말했을 때의 일을 카라마츠는 잊지 않고 있었다.)카라마츠는 이번에도 넘어가지 않겠다는 각오로 오소마츠의 얼굴을 봤다.
이런 농담 좀 하지 말라고, 따끔하게 혼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작 카라마츠의 눈앞에 있는 것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초조함과 긴장으로 얼룩진 표정을 한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오소마츠였다.
그 어느 때보다 진심을 드러내고 있는, 묘하게 히트 사이클에 빠졌을 때와 닮은 표정으로, 하지만 성욕에 휘둘리지 않은 이성적인 태도로 오소마츠는 카라마츠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눈치 채지 못했다면 거리낌 없이 거짓말하지 말라고 넘길 수 있었지만, 애석하게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이 거짓 한 점 없는 진심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고, 그것이 첫 번째 비극이었다.
예상치 못한 고백에 카라마츠가 처음으로 느꼈던 감정은, 당혹과 생리적 혐오였다.
자신과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 그것도 하나 뿐인 형에게 고백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당혹과 동성에게 고백을 받았다는 생리적 혐오감이 카라마츠의 안에서 꿈틀거리며 뒤섞여져 검은 덩어리 같은 것을 만들었다. 살면서 지금까지 스트레이트로 살아온 헤테로였고, 가슴에 손을 얹고 형제들을 형제애 이상의 감정으로 보지 않았다 맹세할 수 있는 삶을 살아온 카라마츠였다. 더욱이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게 있어 특별한 형제였다. 자신의 유일한 형으로서, 평소에는 칠칠맞은 한심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형제들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자신 만의 방식으로 도움을 주는, 장남으로서의 모습을 카라마츠는 내심 동경했다. 설령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로 취급 받는, 씨받이로 멸시 받는 오메가라 할지라도 카라마츠의 안에 세워진 오소마츠의 존재감은 굳건했다. 그래서 누군가가 오소마츠를 조롱하면, 더욱이 오메가 관련으로 저속한 성희롱까지 섞으면, 카라마츠는 바로 참지 않고 주먹을 날렸었다.
카라마츠에게 오소마츠는 그런 의미를 지닌 존재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런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형제로서가 아닌, 그 이상의 의미로서. 그런 고백을 듣고서, 카라마츠는 너무 혼란스러운 나머지 깊이 재고해보지 않고 그런 말부터 먼저 꺼내고 말았다.
“미, 미안. 나는… 오소마츠를, 형을, 그런 의미로 좋아해줄 수 없어.”
그것이 두 번째 비극이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다가, “그래, 역시 그렇지.”라는 대답을 했다. 평소와 같은 톤이지만 훨씬 힘이 없었다. 고백의 대답을 기다리는 설렘이 확 식어버린 황망한 표정으로 오소마츠는 잠시 뻘쭘하게 자리에 서 있다가, 애써 웃으면서 먼저 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카라마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차인 와중에도 자신의 동생을 걱정하는 위로해주기 위한 손길은 다정하고 따듯해서, 카라마츠는 긴 한숨과 함께 오른손으로 눈을 가리고 고개를 수그렸다.
오소마츠가 떠나고서도 카라마츠는 한참을 제자리에 서있었다. 어째선지, 자꾸만 감는 눈꺼풀 뒤로 고백했던 순간의 오소마츠의 얼굴과, 거절당한 직후의 반응이 잔상으로 어른거린 탓이었다.
그래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뒤를 쫓아가지 못했고, 이것이 세 번째 비극이었다.
그 날, 오소마츠는 각인을 했다.
상대는 당연히 카라마츠가 아녔다. 오소마츠와 각인을 한 상대는 같은 학교의 후배였다. 알파인 후배는 이전부터 오소마츠에게 관심을 가져서 꽤 끈질기게 오소마츠를 쫓아다녔었다. 겉으로 봐서는 선배를 존경심으로 따르는 후배처럼 보였지만, 알파와 오메가 사이의 통념상 주변에서는 속셈이 뻔히 보인다면서 수근 거렸다. 다른 형제들도 전부 눈치 챘기에 오소마츠에게 그 후배 조심하는 편이 좋다면서 경고했지만, 오소마츠는 괜찮다면서 수더분하게 넘겼다. 같이 지내면 꽤나 좋은 녀석이라고? 오소마츠는 그렇게 말했다. 보통 각인을 맺지 않은 처녀 오메가들이 알파를 보면 본능적으로 가지는 두려움과 경계심이 오소마츠에게는 전혀 없었다. 아마도 자신의 동생 중 하나가 알파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지내고 있다는 것이 오소마츠에게 안일함을 준 원흉이었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방심했고, 더욱이 그 날은 카라마츠에게 지금껏 감춰둔 감정을 거절당한 날이었다. 심신이 어느 때보다도 지쳐있었고, 주변 상황에 방심했던 때, 그 후배가 오소마츠를 발견했고, 오소마츠의 표정을 본 순간, 그는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그대로 오소마츠를 강간해서 억지로 각인을 맺게 했다.
며칠이 지나지 않아 후배는 자살했다. 뜻밖에도 꽤나 진심으로 오소마츠를 좋아했는지, 그런 식으로 관계를 맺어버렸다는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결국에는 극단적 선택을 저지른 것 같았다. 유서에는 죄송합니다. 라는 말을 남긴 채로, 후배는 자신이 사는 고층 아파트에 몸을 던졌다. 유서의 적힌 사죄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는, 오소마츠만이 알 수 있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맺어진 오소마츠의 각인은 며칠을 가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오소마츠도, 그 후배도 주변에 말하지 않은 지라 각인 사실은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 목덜미만 깨물면 이루어지는 각인이었기에 적당히 둘러대면 쉽게 감출 수 있는 것이었다. 오소마츠는 내심 안도했다. 이대로 감추면 되겠거니 싶었다. 그러나 각인은 죽음으로 지워질 수 있는 것이라고 해도, 각인을 맺었다는 사실은 결코 인위적으로 지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철저히 감출 수 있는 것도, 베타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었다.
후배의 자살이 있고 얼마 지나서, 각인을 잃은 오소마츠의 첫 히트 사이클이 찾아왔다.
공교롭게도 그 날은 오소마츠와 카라마츠가 단 둘이 있었다. 오소마츠는 2층에 있었고, 카라마츠는 1층에 있었다. 고백 사건이 있고 두 사람은 서로를 피해 다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카라마츠 쪽에서 의식적으로 피해 다녔다. 도저히 오소마츠의 얼굴을 마주 볼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그 일이 있고 지금까지 이상하게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의식하면서 그의 모습들을 떠올리며 상념에 잠기는 일이 많았다. 특히나 오소마츠의 웃는 얼굴이나, 고백을 했을 때의 수줍던 모습을 떠올릴 때면, 이상하게도 가슴이 마구 뛰었다. 그런 자신의 변화에 카라마츠는 더욱 혼란을 느껴 오소마츠를 피해 다녔었다. 카라마츠는 흘깃 천장을 올려다봤다. 억제제를 먹었다고 해도 히트 사이클인데 이대로 집에 같이 있어도 되는가 싶은 걱정이 새삼스레 들었다. 그 전까지는 서로 무심하게 넘겼었는데, 왜 갑자기 이런 걱정이 드는 건지 몰라 카라마츠는 미간을 좁혔다.
그 때, 카라마츠의 코끝으로 후욱 끼쳐 들어오는 향기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평소보다 강한 익숙한 향기지만, 그 안에 이질적인 쌉싸름함이 섞여들었다. 카라마츠는 깜짝 놀란 나머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틀림없는 오소마츠의 오메가 향이지만, 평소의 것과 확연히 달랐다. 게다가 분명 억제제를 먹은 것을 확인했는데도 향은 이전의 히트 사이클 때보다 훨씬 강했다. 오소마츠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카라마츠는 자신이 알파라는 것을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2층으로 급히 올라가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오소마츠!”
방문을 열자, 오메가 향이 홍수처럼 카라마츠를 덮쳐들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오메가 향과는 다른, 달콤함과 섞여든 불쾌한 쌉싸름함에 카라마츠는 반사적으로 코를 틀어막았다. 마치 자신의 것에 남의 손길이 함부로 닿아버린, 그런 종류의 불쾌함이었다.
“카… 카라마츠… 컥, 크헉! 아, 아악…!!”
카라마츠가 나타난 것을 확인한 오소마츠는 히트 사이클이 주는 풀 수 없는 성욕에 식은땀을 잔뜩 흘리고 있는 상기된 표정으로 잠시 안도감에 젖은 눈빛으로 카라마츠를 보다가, 불현 듯 갑자기 몸을 거세게 떨더니 켁켁 소리를 내면서 고통에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 알파만이 풀어줄 수 있는 성욕에 헐떡이는 오메가라고 하기에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누군가에게 목이 졸리고 있는 것 같은, 목숨에 위협을 받고 있는 고통에 찬 모습이었다. 오소마츠! 카라마츠는 이질적인 향이 주는 불쾌함도 잊어버린 채 고통에 괴로워하는 자신의 형을 구하기 위해 방 안으로 뛰어들어 오소마츠를 붙잡았다.
“아아아악!!!”
그러나 카라마츠가 붙잡자 오소마츠는 오히려 더욱 괴로워하며 발작했다. 그저 카라마츠가 자신의 손목을 잡아준 것뿐인데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가 자신을 죽이려드는 것처럼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을 쳤다. 그런 오소마츠의 모습에 카라마츠는 더욱 동요했다. 어째서, 오소마츠가 왜 이러는 거지? 그 순간,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와 눈이 마주쳤다. 빈 교실에서 자신을 고백했던 날처럼, 두 개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그러나 그 날과 달리 눈물로 젖은 눈동자에 비춰진 것은, 두려움과 괴로움이었다.
아, 무언가가 잘못됐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카라마츠는 그리 직감했지만, 이미 너무도 때늦은 깨달음이었다. 그 날의 일을 계기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카라마츠는 파묻었던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머리를 띵하게 했던 오소마츠의 향이 조금씩 사그라드는 추세를 보였다. 따로 비밀리에 부탁해서 데카판 박사가 직접 만들어준 특제 억제제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히트 사이클 기간을 단축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이 정도면 저녁때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카라마츠는 복잡한 한숨을 뱉어냈다.
오소마츠가 각인을 해버렸고, 각인의 상대가 없어져버려 이제 다른 알파의 페로몬 향을 맡으면 쾌감이 아닌 고통으로 몸부림치게 되었다. 자신의 바로 밑에 있는 동생의 향을 맡아도, 오소마츠는 고통에 발작을 일으키고 숨을 쉬지 못해 헐떡이다가 기절해버리기 일쑤였다. 오히려 카라마츠였기에 더욱 괴로운 것인지도 모른다. 오소마츠가 그렇게 된 것은, 카라마츠였으니까. 어느 날인가 오소마츠는 넌지시 카라마츠에게 말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기분이라고. 카라마츠는 자신이 오소마츠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이 오소마츠에게 한 짓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도 통감했다.
더욱 끔찍한 것은, 이제야 카라마츠가 오소마츠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아마 오소마츠가 자신에게 고백을 한 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반해버렸을 것이다.
그것을 왜, 하필이면, 지금에서야.
카라마츠는 입술을 세게 물어뜯었다. 지금 와서 오소마츠에게 고백을 한다는 것은 서로에게 못할 짓이었다. 지금도 히트 사이클 때마다 자신이 오소마츠의 목을 죽일 기세로 조르고 있는 실정인데, 여기서 고백을 한다는 것은 그의 심장에 칼을 꽂는 짓이었다. 만에 하나 이루어진다고 해도, 오소마츠는 절대로 카라마츠의 것이 되지 못할 몸이었다. 그의 몸은 카라마츠와 함께 오소마츠에게 지옥을 안겨주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린 후배의 것이었다. 한참 전에 죽어버렸어도, 죽어버렸기에 완벽하게 오소마츠를 가지게 된 그의 것이다. 차라리, 내가 그렇게 해버렸더라면. 오소마츠가 앞으로 남은 인생을 고통 속에서 몸부림친다고 해도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의 것이었다는 증표를 남겨 잊을 수 없게 했더라면. 어쩌면 후배가 죽은 진짜 이유는 그것 때문인지도 몰랐다.
이것은 벌이었다. 감히 형을 좋아해버리고 만, 용기내서 먼저 고백해준 형의 마음을 매정히 거절해버리고 만 자신에게 스스로 내린 벌.
「왜 나한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네가 오면 목이 조여 오는 것 같다는 오소마츠의 고백을 들었을 때, 카라마츠가 그리 물었었다.
「너는 나를 좋아하지 않을 거잖아? 지금 생각하면, 그 때 거절당한 게 다행이었을지도 모르지.」
그리고 오소마츠를 부서질 것 같은 미소를 지었다. 말과는 달리 여전히 자잘하게 남은 미련을 끌어안고서.
카라마츠는 끝내 또 한 번 고개를 떨궜다. 겨울의 저녁은 빨랐고, 골목길의 어둠은 한층 짙어져갔다. 쌉싸름함은, 아직도 카라마츠의 주변을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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