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카라오소 연성. 덕분에 어색한 부분이 많을지도.
그것보다 이걸 카라오소라고 해도 괜찮을까
짝사랑하는 오소마츠와 그런 오소마츠를 짝사랑하고 있는 자신에게 심취되어 있는 카라마츠 이야기.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사랑’이라는 그 간단하고 작은 단어 속에 얼마나 무수히 많은 사랑의 형태가 존재하고, 그것들을 일일이 다 알고 있는 사람은 과연 이 지구상에 몇이나 될까. 어떤 특정한 대상을 사랑하고, 그 정염에 제 몸을 애태우고 형성해내면서 이성을 서슴없이 내다바쳐 매달리게 된다. 사랑에 헌신하는 이의 모습은 그 무엇보다도 숭고하고 장절하며 고귀했다. 수많은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 중 가장 낭만적이고 근사한 이는 사랑에 빠진 이였고, 그 중에서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제 한 목숨을 바친 인물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웠다. 세기의 로맨스들 중 태반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애태워하는 연인들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근거가 되어줬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에도 포기할 수 없어 괴로움에 몸부림친다. 아, 이 얼마나 멋지고 안타까운 일인가.
마츠노 카라마츠가 원하는 사랑은 그러했다.
마츠노 카라마츠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마츠노 카라마츠였다. 연못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하고 말아 하염없이 바라보고, 결국에는 호수의 요정에게 끌려가 목숨을 잃은 나르키소스를 카라마츠는 동경했다. 그것이야말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절정이지 않은가. 고등학교 때 연극부에 들어가고서 수많은 로맨스 장르들을 섭렵한 카라마츠는 사랑의 비극적 서사에 흠뻑 빠져들었다. 비애의 연인들의 상황에 감정 이입하여 매일 눈물로 책을 흠뻑 적셔서 다음 날에 눈이 퉁퉁 붓고 도서실 사서에게 혼나는 것은 예삿일이었다. 이야기의 결말에 다다랐을 때, 카라마츠는 자신도 이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항상 생각했다. 사랑에 빠져 거기에 불사르는 자신의 모습은 과연 어떨까. 분명 자신이 읽은 로맨스 소설 속의 주인공들처럼 아름답고 멋지겠지. 그 때부터 카라마츠는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한껏 멋을 부려서 여학생들 앞에서 근사한 대사도 읊어봤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대부분이 질색하는 표정으로 후다닥 자리를 피하기만 했다. 어째서지? 카라마츠는 이해하지 못했다. 이런 자신의 어디가 부족해서 좋아해주지 않는 거지? 하지만 카라마츠는 개의치 않았다. 이 또한 사랑의 시련이었다. 사랑이 내리는 시련을 받으며 이겨 내가고 있는 자신이라니, 이 얼마나 판타스틱한 모습인가. 다른 사람이 카라마츠를 사랑해주지 못하는 만큼 카라마츠는 자신을 사랑해줬다.
“너도 참 대단하구나, 카라마츠.”
그러던 중, 오늘도 여학생에게 차여서 실연의 쌉싸름한 맛에 도취되어 있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는 손길이 있었다. 그렇다고 너무 풀 죽지는 말라고? 고개를 돌려보니 제 옆에는 오소마츠가 있었다. 마츠노 오소마츠. 마츠노 가의 장남이자 카라마츠의 형.
그는 카라마츠와는 조금 다른 유형이었다. 눈치 빠르고 요령이 좋았기에 항상 분위기에 잘 녹아들어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려 다녔다. 오소마츠와 친하다고는 조금 부족해도 몇 번 대화를 나누거나 같이 놀아본 적은 있는 학생들이 전교에 수두룩했다. 누구든 오소마츠에게 쉽게 호감을 가졌고, 오소마츠는 그것에 보답하여 주변 사람들의 장단에 잘 어울려줬다. 언제나 이목을 받는 오소마츠의 모습은 카라마츠가 봐도 충분히 멋져 보였고, 일말의 동경을 가질만했다. 아마도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무척이나 쉬운 것이겠지.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자신의 사랑을 이룰 방법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소마츠의 로맨스는 반드시 해피엔딩일 것이다. 실제로 그는 은근히 여학생들에게 관심을 받아 몇 번 고백을 받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오소마츠는 항상 고백들을 다 거절했다. 그렇게 여자친구가 가지고 싶다고 울상을 지으면서도 막상 기회가 생기면 칼같이 거절해버리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이유를 물어보면 ‘내 취향이 아니다.’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그 정도면 충분히 괜찮은 애라고 토도마츠가 반박해도 오소마츠는 태연했다. 그 모습에 토도마츠는 납득이 안가고 분하다는 듯이 볼을 부풀렸지만, 카라마츠만 오소마츠의 말을 제대로 받아들였다. 분명 오소마츠의 진정한 사랑은 아직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자신도 아직 진정한 사랑이 나타나지 않아 실연을 거듭하며 찾아 헤매는 사랑의 시련을 겪고 있는 것처럼, 오소마츠 또한 진정한 사랑이 주는 시련을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훗. 역시 나의 브라더답군. 그렇게 말하니 또 이따이한 소리를 한다며 토도마츠가 질색했다.
그것을 기점으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자주 살펴봤다. 어디선가 오소마츠의 목소리가 들리면 시선이 은근히 돌아갔고, 다른 사람들이나 형제들과 이야기할 때의 오소마츠의 태도와 표정을 유심 있게 살폈다. 또한 오소마츠와 함께 지내는 시간도 그 후로 은근히 많이 늘어난지라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와 이것저것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장남과 차남이라는 관계성 덕분일까, 두 사람은 조금씩 서로의 속내도 꺼내놓게 되었다.
동생들을 먼저 집으로 보내고, 학교 뒤뜰에 남아 담배를 피우며 노닥거리던 날이었다. 문득 카라마츠는 오늘 오소마츠가 점심시간 때 여학생에게 불려간 일을 떠올렸다.
“오소마츠, 오늘 C반의 아야노가 점심시간에 널 부르던데 무슨 일인가?”
“응? 아아. 뻔하잖아. 나랑 사귀어줄 수 있냐고 하던데? 헤헤, 이 형님의 실력이 어떠냐!”
“그래서 고백을 받아들였나?”
“아니. 그 애도 괜찮지만 역시 받아들이기에는 좀 그래서.”
“혹시 따로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있는 건가?”
진지한 물음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품었던 궁금증도 아녔다. 어디까지나 즉흥적으로 떠올린, 아무 의미 없는 텅 빈 질문이었다. 허나 돌아온 반응은 가볍기 짝이 없는 질문과는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다,
“응. 맞아.”
선선히 대답하는 것과는 달리 오소마츠의 귓불은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러니까 이건 너만 알고 있어야 된다.”
옆으로 슬며시 기울어진 은근한 목소리와 수줍은 미소는 노을을 등지고서 더욱 은밀한 기색을 띄었다. 일순 그것에 홀려버린 카라마츠는 잠깐 현기증마저 느껴버렸다. 그 모습은 영락없는, 카라마츠가 상상 속으로 몇 번이나 짐작해서 그려본 사랑에 빠진 이의 모습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상상보다도 더욱 경이로워서, 카라마츠는 처음으로 사랑에 붉게 물들어진 오소마츠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 날 밤, 잠자리에 누운 카라마츠는 여운에 젖어 곰곰이 생각했다. 오소마츠의 성격 상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고백할 것 같았는데, 오늘 카라마츠가 본 모습을 바탕으로 유추해보면 아직 고백은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애초에 사귀고 있었다면 벌써 동생들에게 자랑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아직 오소마츠는 상대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이다.
짝사랑. 오소마츠는 지금 짝사랑을 하고 있다.
그리고 카라마츠는 동시에 깨달았다. 자신은 그런 오소마츠를 짝사랑하고 있다.
그 사실에, 카라마츠는 하마터면 눈물이 나올 뻔 했다. 슬퍼서가 아니라, 기뻐서였다.
그래, 이거다. 이것이 바로 자신이 원하던 ‘사랑’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었다. 짝사랑하는 상대를 남몰래 짝사랑하면서 애달파하다니, 지금까지 읽은 러브 스토리는 웬만해서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었다. 짝사랑하는 상대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사람을 포기하지 못하고 상대의 사랑을 응원해줘야 한다. 듣기만 해도 절로 가슴이 저미고 눈물샘을 자극하는 애달픔이었다. 자신의 진정한 사랑이 바로 옆에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다니, 운명의 여신도 참 짓궂었다. 그리고 지금부터가 진정한 사랑의 시련이었다. 그 날 밤, 카라마츠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도무지 진정시킬 수가 없어서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워야만 했다.
그 후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짝사랑했다.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 속에서 카라마츠는 자신의 형을 향한 사랑을 품었다. 사랑하는 이의 모습은 이전과 달리 사랑스러웠고, 그러한 사랑스러움이 다른 이를 마음에 품고 있기에 발현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욱신거렸다. 그러나 카라마츠는 그 욱신거림을 참을 수 있었다. 오히려 그것마저도 소중하고 사랑스러웠다. 자신은 이런 아픔을 기다렸다. 짝사랑의 아픔에 애달파 하면서도 견뎌내는 자신이 너무도 비극적이고 멋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세상에 이런 사랑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런 사랑을 품는 자신은 얼마나 근사한가. 이제 카라마츠는 연애담을 찾아다니지 않았다. 자신이야말로 일류 로맨스 스토리에 등장하는 남주인공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목을 매는 남주인공의 모습에 카라마츠는 어느 때보다도 몰입하고 심취했다.
이것은 사랑이었다. 틀림없는 사랑이었다. 오소마츠를 향한 카라마츠의 감정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랑이었다.
그러나 오소마츠를 향한 짝사랑과 그러한 사랑을 품고 있는 자신을 향한 애정을 저울질을 해본다면,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릴지는 차마 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어떤 러브 스토리의 등장인물도 이길 수 없는 세기의 에고이스트이자 나르시스트는 오늘도 사랑에 빠진 자신을 호수 표면에 비추면서 누군가를 향한 세레나데를 노래했다.
그리고 시간은 흘렀다.
철부지 고등학생들은 이제 철부지 니트가 되어 집에서 매일 빈둥대는 신세가 되었다. 오소마츠는 경마장과 빠칭코, 술집을 번갈아 가면서 전전했고 카라마츠는 제 딴에는 한껏 멋을 부린 뒤 밖으로 나가 여자들에게 헌팅을 시도했다. 오소마츠를 좋아하긴 해도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아지고 싶다는 건 별개의 욕심이었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와 마찬가지로 결과는 매번 허탕이었고, 기운이 쭉 빠져서 집으로 돌아가게 되면 이따금 귀갓길에서 오소마츠를 만나 치비타의 포장마차로 찾아 가서 술을 마시곤 했다. 졸업을 하고 나면, 어른이 되면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는데 실상은 그렇지만도 않았다. 오소마츠는 여전히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는 중이었고, 카라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짝사랑하고 있으며, 그런 자신이 더할 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그는 아직도 비련의 남주인공 배역을 잃지 않고 연기를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지지부진 극을 이끌어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짝사랑은 길면 길수록 비련으로 젖어가기에 나쁘진 않지만, 어떤 이야기이든 결말은 반드시 필요했다. 카라마츠는 자신의 짝사랑에 결말이 필요하다는 것을 조금씩 자각해갔다. 그렇다면 짝사랑의 결말로 무엇이 좋을까. 고민 끝에 카라마츠는 좋은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오소마츠를 따로 불러 술집으로 데려간 카라마츠는 적당히 취기가 오른 시점에서 화두를 던졌다.
“오소마츠, 우리가 고등학생 때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나?”
“응? 무슨 이야기?”
“네가 예전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나한테 알려준 거 말이다.”
“아아, 그거.”
“아직도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나?”
카라마츠의 질문을 듣고서야 자신이 그랬다는 것을 자각했다는 듯이 반응하는 오소마츠의 담담한 반응에 카라마츠는 내심 걱정했지만, 뒤이어 말하는 오소마츠의 표정을 보고서는 자신의 억측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응. 좋아하고 있어.”
아, 저 표정. 그 때와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사랑에 빠진 얼굴이다. 게다가 술기운이 살짝 올라와있어서 그런지 붉게 달아오른 탓에 더욱 야살스러워 보였다. 무척 오랜만에 보는 것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카라마츠는 잠시 넋을 놓고 멍하니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설레는 가슴이 쿵쾅거리는 탓에 진정시키고자 주먹을 세게 말아 쥐어야만 했다.
“그, 그렇다면 더 늦기 전에 어서 고백하는 편이 낫지 않은가?”
“에에, 귀찮은데. 별로 그런 거 안 해도 상관없고 말이지.”
“그런 말이 어디 있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얼른 고백하는 것이 좋다. 러브 앤 피스만 있으면 세상에 무서울 건 아무것도 없다고, 브라더?”
“우와, 오늘따라 왜 이렇게 더 이따이하게 들리냐.”
“진심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한다면, 상대도 분명 너의 하트를 받아줄 거다.”
그렇게 말하고서 카라마츠는 잠시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을 위해 희생해주다니, 내가 봐도 너무 멋져서 쓰러질 것 같군.
“정말 그렇게 생각해?”
“응?”
“정말로 내가 고백을 하면, 받아줄 거라고 생각 하냐고.”
잠시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었다가 정신을 차리고 마주한 오소마츠의 얼굴은 평소와 달리 감정을 지워낸 무표정이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긴장으로 굳어져 조금 절박해 보이기까지 했다. 갑작스런 오소마츠의 변화에 카라마츠는 잠깐 당황했지만, 사랑 앞에서는 오소마츠도 진지해진다는 것으로 받아들이고는 자신도 거기에 맞춰서 진지하게 답변해줬다.
“물론이다, 오소마츠.”
그 말을 들은 오소마츠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이윽고 천천히 말을 중얼거렸다.
“그럼 내일 고백해볼래.”
그리고 손에 든 술잔을 마저 비워냈다.
다음 날, 카라마츠는 아침 일찍부터 밖으로 나간 오소마츠를 배웅해준 뒤로 줄곧 2층 창가에 앉아 콧노래를 부르며 마을 풍경을 감상하거나 자작곡을 노래했다. 오늘은 드디어 오소마츠가 제 짝사랑의 결말을 확인하러 가는 날이다. 오소마츠라면 분명 괜찮을 것이다. 학창 시절부터 여자들에게 은근히 인기가 많았고, 평소에는 철없이 굴면서 섹드립만 남발하고 다녀서 그렇지 제대로 정신 차리고 나선다면 애인을 만드는 것 정도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자신의 사랑하는 사람은 짝사랑의 괴로움에서 해방될 것이고, 자신은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면서 제 짝사랑을 비극으로 마무리 지을 것이다. 아, 이 얼마나 애절하고 안타까운 결말인가. 하지만 그렇기에 덧없고 아름다운 결말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비극을 사랑하는 것도 이런 덧없는 아름다움에 매료되어서였다. 그리고 지금, 카라마츠는 그러한 비극의 주인공이 되어 있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비극적 매력에 심취되어갔다.
시간이 훌쩍 지나 저녁놀이 저물어갈 쯤, 오소마츠가 귀가했다. 때마침 집에는 카라마츠 혼자만이 있었다. 카라마츠는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오소마츠가 2층으로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방문이 열리고, 오소마츠가 평소와 여느 때 없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여, 카라마츠. 집에 있었네.”
“훗, 마이 스위트 홈에 돌아왔나, 오소마츠.”
“우와, 들어오자마자 반겨오는 이따이함.”
“그래서, 고백은 어떻게 잘 되었나?”
자, 어서 너의 러브 스토리를 들려줘. 너의 행복이 곧 나의 비극이 될 것이고, 그럼으로써 나는 비련의 남주인공 역할을 완벽히 수행하게 된다. 이것으로 나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완벽한 비극으로서 결말을 맺게 된다.
“응? 아아, 그거. 아직은 몰라.”
“에?”
“지금부터 말할 거라서.”
그리고 오소마츠는 잠시 심호흡을 크게 하더니, 잠시 머뭇거림을 두고서 말을 이었다.
“카라마츠. 나 너 좋아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바로 너야.”
태연한 척 굴어도 감출 수 없는 불그스름한 얼굴, 수줍은 목소리, 사랑에 빠진 눈빛. 그것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오랫동안 짝사랑 해오던 이에게 용기 내어 고백하는 사람의 모습 그 자체였다. 짧고 간결한 말인데도 불구하고 달아오르는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는 것인지 오소마츠는 연신 뒷머리를 벅벅 긁고 뒷목을 연신 매만지느라 정신이 없었다. 카라마츠의 말을 듣고 기껏 아무렇지 않게 말할 준비를 한 것이 다 무색해질 정도였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오소마츠는 마음속으로 연신 자신을 달랬다. 카라마츠라면 분명 괜찮을 거다. 자신이 할 말은 다 했다. 이제 카라마츠가 대답해주는 일만 남았다. 다시금 평정심을 다 잡은 오소마츠는 그래도 조금의 들뜸을 얼굴에 드러내고서 고개를 들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오소마츠는 눈치가 좋았다. 주변 분위기를 잘 읽어냈고, 감정의 변화를 쉽게 잡아냈다. 그것이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 형제라면 한 눈에 보고서도 금방 알 수 있었다. 눈치가 빠르면 이득이 많았다.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릴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 지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차라리 모르는 것이 더 나은 일도 분명 존재한다.
카라마츠의 반응을 보고서, 오소마츠는 자신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까지 전부 깨달았다.
천천히, 새빨갛게 일그러져 가는 표정.
그곳에는 더 이상 낭만적인 사랑은 없었다.
이 세상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사랑이 존재한다. 그러나 존재하는 모든 사랑이 전부 아름답고 슬픈 결말로 끝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꿈꾸던 사랑과 현실이 안겨주는 사랑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그렇기에 생기는 괴리의 낙차는 온전히 본인의 몫이 되어버리고 만다. 희극도, 비극도 되지 못한 삼류 촌극은 어떤 결말로 맞이해야 되는 것인가.
마츠노 카라마츠가 원하는 사랑은 무엇이었나.
자신을 늪지대로 끌어당기는 호수의 요정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오소마츠가 짝사랑했던 상대는 카라마츠.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자신을 짝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오소마츠가 카라마츠에게 고백함으로서 카라마츠가 원하는 짝사랑의 결말은 이루지 못하게 되었다.
*자신의 고백을 들은 카라마츠의 반응을 보고서 오소마츠는 모든 진실을 전부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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