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에서 썰풀었던 너목들 패러디. 살짝 펭귄로우 포함. 급전개 주의.
“펭귄, 연인 사이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되는 연령차는 얼마가 최대지?”
변호에 관련된 사건 자료들을 뒤적거리며 툭 던지듯이 말한 로우의 질문에 옆에서 같이 일을 돕고 있던 펭귄은 잠시 질문에 대한 의도를 알지 못해 멍하니 있다가 네? 하고 다시 되물어야만 했다. 난해하면서도 의미 불명인 질문을 던진 펭귄의 선배이자 국선변호사로 활동 중인 트라팔가 로우는 펭귄의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의 대답에 혀를 차며 설명보다는 눈빛으로 쏘아보는 것으로 대체했다. 그 모습에 펭귄은 그제야 로우의 질문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질문의 원인은 얼마 전부터 그와 함께 동거를 시작하게 된 남자 고등학생인 몽키 D. 루피였다.
트라팔가 로우와 몽키 D. 루피와의 만남은 상당히 오래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의 만남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주위는 오싹할 정도로 조용했으며 인기척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보름달마저 무심히 구름 속으로 숨어버린 칠흑같이 어두운 밤. 이런 날이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어둠 속에 묻혀버릴 수 있는 날이 바로 로우와 루피가 만나던 날이었다. 그 날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 결코 잊을 수 없는 날들 중 하나로 남게 되었다.
그 날은 포트거스 D. 에이스가 유스타스 키드에게 살해당하던 날이었다. 어린 남동생을 데리고 밤길을 걷던 에이스와 루피는 오래 전부터 에이스에게 원한을 가지고 있던 키드에게 습격을 받게 되었고, 결국 에이스는 키드의 쇠파이프로 인해 무참히 살해되었으며 루피는 에이스의 보호로 죽지는 않았지만 머리에 큰 충격을 받게 되었다. 어둠 속에 영원히 잠겨 질 수 있었던 사건은 한 명의 고등학생으로 무산되었는데, 그 사건을 유일하게 목격한 인물이자 키드가 범인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를 가진 인물이 바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트라팔가 로우였다. 로우의 존재를 알아챈 키드는 로우에게 목숨을 위협하며 협박을 했지만 로우는 끝내 두려움조차 누를 수 없었던 양심으로 법정에 서서 키드를 감옥에 몰아넣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되었으며, 그 일은 훗날 로우에게 있어서 가장 후회로 남은 선택이 되었다.
그 일을, 어린 루피는 하나도 빠짐없이 기억하고 있었다. 재판이 끝나고 결국 폭발해버린 두려움에 홀로 숨어서 눈물을 흘리는 로우를 보며 루피는 이 사람을 끝까지 지켜주기로 결심했다. 어떤 위협으로부터 그를 지켜주겠다고, 자신이 강해져서 언제나 그의 곁에 머물며 그가 두려움에 눈물을 흘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그리고 결심은 10년 동안 이어지게 되어 마침내 루피는 트라팔가 로우와 재회를 하게 되었고, 현재는 루피가 막무가내로 로우의 집에 얹혀살게 된 상황인 것이다. 처음 로우는 루피에 대해 자신의 인생을 망친 원흉이자 귀찮은 꼬맹이로 생각해서 쫓아내려고 갖은 수를 썼지만 그럴수록 루피는 끈질기게 로우의 곁에 머물렀고, 로우는 결국 루피의 끈기와 더불어 헌신적인 태도와 자신을 지켜주겠다는 맹세에 마음을 열게 되어 이제는 거의 연인에 가까운 사이가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로우가 순순히 자신과 루피의 사이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펭귄은 잠시 읽던 서류를 접고 로우에게 말했다.
“루피 때문인가요?”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만… 아무튼, 어떻게 생각 하냐?”
“글쎄요… 역시 5살 이상이 되면 시선이 조금 달라지기는 하죠. 게다가 상대가 고딩이라면….”
“그만. 더 들어봤자 머리만 아플 뿐이니.”
“네. 그것보다도 정말로 루피하고 사귀실 생각이세요?”
펭귄의 정곡을 찌르는 질문에 로우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지금 펭귄의 질문을 확실하게 대답할 수 있는 말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침묵도 대답이 된다고, 펭귄은 로우의 혼란스러워하는 마음을 이해하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가 루피처럼 타인의 마음을 읽는 초능력이 없어도 후배로서, 그리고 한 때 그를 사랑했던 사람으로서 로우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로우는 손에 쥔 펜을 손아귀 안에서 돌려대며 사념에 잠기었다. 루피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 살인마의 위협으로부터 지켜줬으며, 변호사로서의 마음가짐을 조금씩 깨우치게 해주고, 루피의 능력으로 많은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다. 벅찰 정도로 루피는 지금 자신을 지켜주면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쉽게 루피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이유는 살인마에 대한 현실적인 공포가 아닌 감정적인 불안감이었다. 가장 큰 이유는 나이차였다. 루피는 한창 앞날이 창창한 고등학생이지만 자신은 이제 27세의 국선 변호사이다. 자신의 스펙이 부족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루피를 보고 있으면 역시 저 나이 대에 걸맞은 제 또래의 아이와 만나 사귀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존재로 인해 루피의 앞날을 방해하는 것은 아닌지, 이대로 루피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만 위협에서 벗어나고 대신 루피를 희생시키는 것은 아닌지. 여러 감정들이 뒤엉켜져서 요즘에는 변호에도 제대로 신경을 못 쓰게 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반나절 동안 법원 앞 회전문을 타고 빙빙 돌아도 나오지 않는 해답에 로우는 머리를 헤집으며 무거운 한숨을 뱉어냈다. 그 모습만으로도 안쓰러운 기분이 들어 펭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로우에게 물었다.
“마음에 걸리시는 거라도 있으신가요?”
“… 역시, 그 녀석하고 이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 되어서 고딩이랑 사귀는 것도 우습고, 나보다도 어리고 제 나이에 맞는 또래 여자애들을 만나서 정상적으로 사귀는 게 그 녀석한테는 더 좋지.”
“그럼….”
“이제 떼어놓아야지. 더 이상 어린 녀석한테 보호 받으면서 지내는 것도 우습고 말이야.”
씁쓸하게 내뱉은 로우의 말이 외롭게 들려 펭귄은 조용히 로우의 한쪽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으로 그를 위로해주었다.
* * * * *
“이제 그만 나가라.”
평소와 같은 저녁 식사가 끝나고, 로우는 ‘맛있었다.’라는 말 대신 일방적인 결별 통보를 던졌다. 너무나 자연스러워 그대로 흘러 넘길 뻔 했던 루피는 식기를 정리하던 손길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소파에 앉아있는 로우를 보았다. 집에서 일할 때 쓰는 작은 사각 뿔테 안경을 쓰고 무심히 서류를 훑어보는 로우는 겉으로는 침착해 보였지만 실제로는 가슴이 저려오는 것을 눌러 참으며, 루피와 시선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무던히 애를 쓰고 있었다. 루피는 들었던 식기를 잠시 탁자에 내려놓고 평정심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알고 있었다. 로우가 언젠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내뱉을 것을. 마음을 읽으면서 루피는 로우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 때마다 루피는 그런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나는 당신의 곁에만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매달리듯이 외치고 싶었지만 로우가 곤란해 하는 것은 싫었기에 줄곧 참으면서 언젠가 찾아올 그의 통보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런가. 오늘이 그 날인가. 루피는 안에서 끊어 오르는 격정을 잠재우며 부엌에서 나와 바로 로우가 있는 거실로 직행해서는 로우가 앉아있는 소파 바로 앞에 서게 되었다. 루피가 앞에 서게 되자 로우는 고개를 더욱 숙여 마음을 들키지 않게 하려고 했다. 루피는 로우의 뒷통수를 내려다보며 평소보다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유가 뭔지 물어봐도 돼?”
“내가 유스타스의 표적이라고 해도 24시간 붙어서 감시할 필요는 없을뿐더러, 나도 남자인데 혼자서 몸 지키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누구랑 같이 사는 건 싫어했어. 민폐니까 당장 짐 싸들고 나가.”
“그 녀석에게 방심하지 말라고 말한 건 로우잖아. 로우는 호신술도 못하는데 어떻게 혼자서 녀석을 상대하겠다는 거야. 체격도 저쪽이 더 크다고. 그리고 누구랑 같이 사는 게 싫었다면 왜 이제 와서야 그런 말을 하는 건데?”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조용히 나가라, 밀짚모자여.”
“싫어. 나는 당신 곁에 있고 싶어. 말했잖아. 나는 당신 곁에서 어떠한 위험에서라도 지켜주겠다고.”
“왜 그렇게까지 나를 신경 쓰는 거지?”
“좋아하니까. 로우를 사랑하니까 지키고 싶은 거야.”
어리다. 이 아이는 순수할 정도로 어리다. 로우는 살며시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루피의 고백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올곧은 눈빛으로 자신만을 바라보며 사랑을 거침없이 말하는 젊은 패기에 로우의 마음은 언제나 흔들리게 된다. 자신을 언제고 지켜주겠다는 말도, 위험할 때마다 달려와서 구해주는 기사와 같은 모습도, 늘 곁에서 자신을 향해 웃어주는 미소도.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을 약하게 만들고 정말로 모든 것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들게 만든다. 그러나 이 이상 가까이 있는 것은 안 된다. 루피를 위해서라도 자신은 여기서 떠나야 하는 것이다.
“로우, 고개를 들어줘. 내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해 줘.”
“또 멋대로 내 마음을 읽을 생각이잖아.”
“응. 그럴 거야. 나는 로우의 진심을 알고 싶으니까. 로우가 정말로, 진심으로 내가 떠나기를 원한다면 나는 로우의 바람대로 떠날 거야. 그러니까 고개를 들어줘, 로우. 로우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루피의 간청에 서류를 쥔 로우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종이가 흉하게 구겨지게 되었다. 더 이상 이곳에 있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로우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기 위해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사람 마음을 함부로 읽는 것 좀 작작해! 이제는 네 능력 따위 지긋지긋하다고! 그런 식으로 남 생각 안하고 사람 마음 읽으면서 다 아는 척 하는 네 태도가 짜증난다! 더는 됐어! 할 이야기 없으니 당장 짐 싸들고 나가!!”
“잠깐, 기다려! 로우!!”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하는 로우를 붙잡기 위해 루피는 재빨리 그의 뒤를 뒤따라서 아슬아슬하게 멀어지려고 했던 그의 팔목을 붙잡아 억지로 자신을 향해 돌아보도록 만들었다. 틀어지는 반동으로 로우는 기어이 루피와 시선을 마주하게 되었고, 그 찰나의 순간에서 루피는 로우의 흔들리는 시야와 흑요석과도 같은 눈동자 안에서 격렬하게 소용돌이치는 로우의 생각을 바로 읽어낼 수 있었다.
싫어. 가지마. 이대로 헤어지는 건 싫어. 하지만 루피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끝내는 게 맞을지도 몰라. 나 같은 남자보다도 자기와 어울리는 또래 여자애들을 만나서 행복하게 지내는 게 진정한 행복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이제 그만 놔줘야 해.
애처롭게 울려 퍼지는 미련과 애절함에서 루피는 잠시 놀란 나머지 로우의 손목을 놓고 멍하니 서게 되었으며 로우는 뒤늦게 루피와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을 깨닫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라 난감한 표정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켰다는 사실에 살짝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 루피는 조용히 로우에게 말하였다.
“로우. 로우는 나를 위해서 그렇게 말하던 거였지?”
“그, 그건….”
“고마워. 정말로 기뻐. 하지만 로우. 내 행복은 내가 결정하는 거야.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곳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생각해. 나는 지금 로우와 함께 있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로우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이, 지켜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
“하지만 루피 너는….”
“나는 로우가 좋아. 예전에도, 앞으로도 계속 로우를 좋아하게 될 거야. 그리고 그만큼 나는 로우의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로우가 뭐라 하던 나는 계속 여기에 있을 거니까.”
루피는 다시 손을 뻗어 로우의 손을 잡았다. 조금 전의 다급하고 거칠었던 손길과는 달리 이번에는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로우의 손을 잡아 로우의 손등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어 꼭 잡아주었다. 절대로 놓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가 담긴 손길에 로우는 당혹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기뻐하는 자신에 어찌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그저 루피의 말을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뒤이어 루피는 미소를 지었다. 평소의 밝은 미소와는 느낌이 다른,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는 행복에 젖은 미소였다.
“그러니까 지금은 앞으로의 일보다는 지금의 일을 생각하고 싶어. 그리고 지금은, 로우를 사랑하고 싶어.”
다정스러움이 묻어난 고백에 로우는 모든 근심이 한순간에 멀리 날아가는 것을 느끼며 본인이 깨닫지 못한 틈을 타 눈물 한 방울이 그의 뺨을 타고 흘러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