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 일자 2010/12/28 16:01

 

 

지난주 오룡즈편 다시보고 유아키에 다시 한번 반해버리고 말았다. 정확히는 아키.

솔직히 쉐리의 말에는 상대적으로 보면 크로우보다 아키가 더 넘어가기 쉬운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히로인이다, 여자다 이런게 아니라 살아온 과거가 아키쪽이 더 힘들고 후회도 많을거라고 생각하니까. 쌓여가는 오해로 부모님과 깊은 골이 생기고 주변 사람들과도 초능력 듀얼리스트라는 이유로 맴돌기만 했다. 아키도 쉐리의 말에 생각해보지 않았을까. 만약 과거로 돌아가서 부모님과 화해하고 친구들과도 더 친하게 지냈더라면.
잘못한 것도 많고 잃어버릴 뻔한 일들도 많았기에 과거에 대한 후회는 유세이 다음으로 많은 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서로가 끌리지 않았을까. 특히 과거에 부모님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물론 서로 부모님을 생각하는 점은 틀리겠지만 결국 각자 후회가 남은건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키는 유세이를 만나 어둠을 극복할 수 있었고 지금의 강한 모습으로 남아있다.
이 둘은 일방적으로 치료하는게 아니라 서로가 상처를 보듬어주고 이해해주고, 같이 아파해주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유희왕 커플들 중에서 가장 애틋하고 깊은 관계이지 않을까. 유세이도 아키와의 듀얼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알 수 있었으니까.

애당초 초대와 GX의 주인공 커플하고 다른 점이 있다면 히로인이 주인공을 강하게 밀어낸다는 점.
보통 한번 듀얼하면 주인공에게 홀랑 넘어오는데 아키는 vs 미스티 듀얼까지 합하면 세번이나 주인공을 밀어냈다고 볼 수 있다.
또 거기서 세번이나 유세이에게 구원 받았으니... 확실히 아키 입장에서 유세이는 연인, 동료 이전에 특별한 존재겠다. 아키가 생각하는 유세이는 연인>><<<동료 라는 식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까. 단순히 연애의 감정에서 끌린게 아니라 동료의 유대감이 더 끌린 건지도 모르겠다. 물론 나중에 유세이에게 반한거겠지. 대표적으로 3기에서 유세이에게 물리 숙제 물어보려 왔다가 공돌이들끼리(...)노는 장면보고 츤츤거리는 아키라던지. 이 때 아키는 너무 귀여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각설하고,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유세이가 정신적으로 크게 충격 받을 것 같다.(존=유세이 가설이 더 강해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러니까 유아키 입장에서 아키가 유세이에게 뭐라고 한마디 해줬으면 좋겠다. 가뜩이나 제로 리버스 사건이 영원히 트라우마로 남은 애인데 말이야. 이번 일로 트라우마가 두배 이상으로 커지지 않으면 다행. 자신 때문에 모두의 과거가, 현재가, 미래가 망가져버렸어.
(제로 리버스도 일리야스텔이 관여했으면 존도 어느정도 연관이 있을테니까.)
라는 식으로 자학하면 아키가 조용히 끌어안아 주었으면 좋겠다.

밑에는 이런 이야기로 써보는 짧은 글.





 

믿을 수 없었다.
믿고 싶지 않아. 이건 전부 환상, 거짓일게 분명해. 저 남자가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거야, 라고 마음 속으로 부정의 목소리를 높였지만 머리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가 지금까지 싸운 상대는 후도 유세이였다. 우리의 적은 바로 미래의 후도 유세이인 것이다.
순간적으로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한 느낌이 들어 잠시 비틀거렸고 주변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내 시야가 점점 주변을 받아들였다. 모두가 충격과 당혹스러움이 가득찬 표정으로 단 한명, 유세이만을 보고 있었고 유세이는 새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눈 앞의 남자, ZONE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야, 저 남자가 유세이일리가 없어. 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는 달랐지만 마음 속 깊숙이 들어오는 호소력이 유세이와 너무나도 닮았고 갑옷에 새겨진 마크는 유세이의 마크와 동일하였다. 게다가 그는 지금껏 후도 유세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자세하게 이야기해주었다. 심지어 유세이만이 알 수 있었던 사실까지. 한꺼번에 나타난 모든 증거가 지금까지의 그가 저지른 일들이 후도 유세이의 짓이라고 말해주었다.
배신감, 보다는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슬픔 뿐이었다. 무엇이 후도 유세이라는 남자를 이렇게 만들었을까하는.
털썩, 하고 주저앉는 소리가 들리자 ZONE에게서 시선을 떼고 옆으로 돌리니 유세이가 무릎을 꿇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재빨리 다가가 유세이 앞에 키를 맞추어 숙이자 유세이의 얼굴이 가까이서 보였다.
마치 커다란 잘못을 짓고 벌을 받을까 두려움에 떠는 어린 아이처럼 푸른 눈동자는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았다.
이런 유세이의 표정은 한번도 보지 못했다. 물론 유세이라고 울 수 있는 상황이 있었고 실제로 유세이는 몇번 운 적이 있었다고 잭과 크로우를 통해 들었다. 하지만 듣기만 들었지 실제로 그가 이런 표정을 짓는 것은 처음 보았다.
무엇보다 이 슬픔은 너무나도 짙고 깊은 절망이, 그가 지금까지 가슴속에 담아둔 슬픔이 한꺼번에 폭발한 것처럼 보여서 더 안타깝고 슬프게 느껴졌다. 마치 주변 사람들 마저도 슬픔에 빠뜨릴 것 같은 절망.

유세이, 정신차려.두 손으로 유세이의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소리쳤지만 유세이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날 보고 있는 것 같지만 시선은 날 향해 가지 않은 것 같았다. 멀리, 아주 멀리 무언가를 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었다. 무엇을 보고 있는거야, 유세이.
다시한번 유세이의 이름을 부르자 유세이는 그제야 날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눈에는 초점이 하나 담겨있지 않았고 그저 어린 아이처럼 매달리는 듯한 시선으로 날 보았다. 예전의 나도 유세이에게 도움을 청할 때 이런 눈빛을 하고 있었을까.


"아키."


입술이 달싹거리면서 가느다랗게 떨리는 목소리가 마치 몇십년만에 말하는 사람처럼 불안정해서 나도 모르게 어께에 올려진 손에 힘을 주었다. 이 목소리가 너무 슬프게 들려서, 당장이라도 없어질 것 같은 사람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내가, 그런거였어... 내가, 모두를 이렇게 만든 거였어... 나 때문에....모두가...!!"


자책하고 있는 목소리. 누가 자신에게 폭언이라도 한 것처럼 극심한 죄책감이 담긴 목소리. 자신 때문에 모두가 불행해졌다는 내용.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거야 유세이. 왜 너 때문에 우리가, 내가 불행해져야 하는거야.
난 네 덕분에 구원받았는데. 줄곧 절망과 외로움 속에서 고통 받던 내가 누구에게 구원을 받았는데. 후도 유세이가 날 구원해 줬는데 네가 그런 소리를 하면 날 어둠 속에서 나오게 해준 인물은 도데체 누군데.
난 단 한번도 유세이 때문에 불행해졌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왜일까, 항상 나에게 있어서 커다랗게 보이던 존재가 이렇게 작게 느껴지는 이유가.
너무나도 연약하고, 작고, 불안정해 보여서 당장이라도 으스러져 사라져버릴 것 같은 존재로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러고보니 유세이, 나는 너에게 도움만 받았지 한번도 널 이 어둠에서 구해준 적은 없었구나. 비록 내가 너처럼 구원해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거 하나만큼은 확실히 말할 수 있어,
조용히, 어께에 올려놓은 손을 풀고 곧바로 두 팔로 유세이를 내 품안에 넣어놓자 유세이의 몸이 움찔 떨렸다. 놀랐다는 표현일까.


유세이, 설령 널 만나서 불행해졌다고 해도, 난 널 만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아.
널 만난 것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일이니까.


비록 이렇게 안아주고, 말 한두마디밖에 할 수 없지만, 너에 대한 내 마음만큼은 확실하게 표현하고 싶어.
당신을 만나, 행복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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