앜 다 써놓고서야 뒤늦게 로우가 있던 곳은 21번 글로브였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렇게 대놓고 원작붕괴를 저지르다니;;
소설 전개상 수정할 수도 없어서 일단 이렇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ㅠㅠ 죄송합니다ㅠㅠ
“설마 정말로 오게 될 줄이야.”
2년 만에 샤봉디 제도의 끈끈한 땅바닥을 밟게 된 트라팔가 로우의 소감은 짧게 끝맺었다. 땅과 나무에서 생겨나는 샤본디 제도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비눗방울들이 둥글게 떠올라 천천히 하늘 위로 부유하며 올라갔다. 하늘의 대부분을 덮어버리는 비눗방울들의 행렬에 로우는 잠시 고개를 뒤로 꺾어 올려다보았다. 모자의 챙에 가로막혀 들어오지 않았던 환한 햇살이 시야에 들어오게 되었고, 로우는 그 빛이 눈부신 나머지 눈살을 잠시 찡그려 다시 고개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하얀 털모자와 무릎까지 오는 긴 검은색 코트, 하트해적단의 마크가 새겨진 후드 티, 다리에 착 달라붙은 청바지와 굽 있는 구두, 손 위에 뚜렷이 새겨진 문신과 오른손에 쥐여져 있는 장검은 그가 트라팔가 로우라는 증거들로서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로우는 먼저 자신이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파악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나무에 새겨진 번호를 확인했다. 42 GR. 나무 표면에 새겨진 번호는 로우의 현 위치가 42번 글로브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흐음. 로우는 들고 있던 장검으로 가볍게 어깨를 두드린 후에는 시선을 안쪽 글로브로 들어가는 길목으로 돌렸다.
“… 그래서 앞으로 어쩌라는 거냐, 밀짚모자 여.”
딱딱하게 굳은 얼굴도 잠시, 로우는 깊은 한숨과 함께 자신을 여기로 보낸 원흉의 이름을 부르며 지끈거리는 머리를 감쌌다.
그는 틀림없는 죽음의 외과의 트라팔가 로우이다. 42번 글로브에 서 있는 트라팔가 로우가 2년 후의 인물이라는 유일한 차이점을 제외하면 말이다.
[키드로우] Time Leap (上)
W. 아르카디
한 때 칠무해이자 밀짚모자 해적단과 동맹을 맺고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린 주동자 중 한 명인 트라팔가 로우가 2년 전의 샤본디 제도에 오게 된 것은 지극히 갑작스럽고 예상 밖의 사태였다.
돈키호테 도플라밍고를 쓰러뜨린 후, 사황 카이도와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되면서 그와 대적하기 위해 밀짚모자 해적단과 동맹을 계속 이어가기로 한 로우는 그 후로 지속적으로 루피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필요할 때는 직접 루피를 찾아오거나 했다. 그 날도 마찬가지로 로우가 차후 동맹의 방향에 대해 의논하기 위해 사우전드 서니 호로 찾아온 날이었다. 동료들은 다른 섬에서 대기하라고 명령하고 단신으로 루피를 찾아온 로우는 갑자기 자신의 손목을 잡고 안쪽으로 끌고 가는 루피 때문에 본래 여기에 찾아온 목적을 입 밖에도 꺼내지 못하게 되었다. 루피가 로우를 끌고 프랑키의 공방까지 데려와 보여준 것은 거대하고 복잡해 보이는 정체불명의 기계였다. 밀짚모자 해적단과 지내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조선공이 새롭게 만든 병기라 짐작한 로우였지만 프랑키가 로우에게 해준 설명은 병기에 대한 설명이 아니었다.
“이전에 베가펑크의 연구실에 있으면서 몇 개 슈퍼하게 재밌을 것 같은 설계도를 가지고 왔는데 그 중에 하나가 이거라서 한 번 만들어 봤거든.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굉장하다고 이거!”
“단순한 병기가 아니라는 건가?”
“병기가 아니라 타임머신이다.”
“뭐?”
Dr. 베가펑크의 미완성 설계도들 중 일부분을 가지고 온 프랑키는 그 중 ‘타임머신’이라고 적힌 설계도에 흥미를 가지고 그것을 따로 챙겨서 가져왔다가 지금에서야 여유가 생겨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로우는 프랑키의 말을 듣고도 반신반의했다. 베가펑크와 프랑키의 실력을 그가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눈앞에 있는 기계가 타임머신이라고 말해도 역시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미심쩍은 표정으로 기계를 노려보듯이 살펴보는 로우에 프랑키는 제 실력을 의심하는 거라고 생각한 것인지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는 표정을 잠깐 보이다가 곧이어 씨익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허리께에 두 손을 얹고 당당하게 말했다.
“정 의심스러우면 한 번 시험해 볼래? 한 번 타봐.”
“뭐?”
“아앗! 나도, 나도 타보고 싶어, 프랑키!!”
“미안하지만 이 기계는 1인용이라 한 사람만 탈 수 있어. 선장이 처음 타보는 것도 좋지만 여기 계시는 죽음의 외과의가 슈퍼하게 믿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그러니까 직접 타보고 경험해보라는 거지.”
“아니, 나는 됐으니까….”
“됐으니까 얼른 타보라고.”
“트랑이 되게 부럽다! 나중에 갔다 와서 어땠는지 꼭 말해줘야 해!”
“어이, 그러니까 나는 안탄다고…!!”
거의 필사적으로 저항하는 로우였으나 이미 루피와 프랑키에게 로우의 의사는 중요하지 않았다. 억지로 타임머신의 기계에 로우를 밀어 넣은 후 프랑키는 곧바로 기계를 작동시켰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처음 샤봉디 제도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2년 전과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에 만끽하는 사람들을 보자 로우는 정말로 자신이 2년이라는 시간을 뛰어 넘어 여기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순간 눈앞이 핑 도는 느낌을 받았지만 여기서 기절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간신히 정신줄을 붙잡고 쓰러지는 것만큼은 필사적으로 막아내었다. 지금은 쓰러지는 일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돌아가는 방법에 대한 걱정이 제일 먼저 떠올랐지만 이곳에 도착하기 직전 프랑키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과거로 돌아올 수 있으니 안심하라는 말을 해준 것이 떠올랐기에 일단 지금은 그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그 다음으로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살던 시대로 돌아갈 때까지 과거에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여기서 뜻하지 않게 과거에 온 것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흔치 않는 기회를 이용해보는 것이 더 나았다. 밀짚모자 해적단과 엮이면서 그들이 벌인 일에 대해 체념하며 받아들이는 것에 익숙한 로우였기에 다행인지 아닌지 급격한 상황에 대한 이해와 판단, 그리고 여유가 늘어나게 되었다.
일단 마을을 둘러볼까. 로우는 쓰고 있는 모자를 한층 더 깊게 누른 뒤에 모처럼의 기회이니 2년 전의 세계를 둘러보기로 결정하고는 샤본디 제도의 안쪽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 * * * *
2년 후의 시선으로 2년 전의 세계를 보니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았다.
평화롭게 웃고 떠드는 사람들의 모습은 2년 후의 샤본디 제도에서는 보기 힘든 것이 되어버렸다. 2년 후에는 세계본부가 신세계로 옮겨지면서 치얀도 자연스레 나빠졌고, 그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는 여유가 사라지고 폭력성과 불안감만이 남아버려 과거와 같은 평화는 가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가까운 미래를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그저 현재에 행복하며 평화에 만끽하는 인파 속에서 로우는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그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만을 바라보았다. 샤본디 제도에 왔다고 해도 딱히 가볼만한 곳도 없으며 정확히 어떤 날인지도 알 수 없기에 떠오르는 장소가 있다고 해도 그곳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흘긋 로우를 살펴보았지만 워낙에 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있는 로우를 알아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알아본다면 여러 의미에서 큰 문제가 되었기에 로우는 최대한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다.
로우는 자신이 있는 구역 한가운데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나무의 번호를 확인했다. 24 GR이라고 적힌 나무는 호리호리하면서도 굳건히 자리를 잡고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로우가 24번 글로브에 온 것은 딱히 무언가를 바라서 왔기 보다는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샤본디 제도에서 몇 안 되게 의미가 있는 구역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심 기대를 하고 왔기에 로우는 원하던 것을 보지 못해 아쉬운 기분이 살며시 들었다.
만약 자신이 오게 된 시간이 그 날이라면. 2년 전의 기억들 중에서 강렬하게 자리 잡은 몇 안 되는 기억에서의 그 날이라면. 로우의 시야는 눈앞에 펼쳐진 지금의 2년 전이 아닌 기억 속의 2년 전을 그리고 있었다. 크루들과 함께 샤본디 제도에 도착하여 발을 내딛고, 바로 앞에 신세계가 펼쳐져 있다는 것에 대한 기대와 고양감에 제도를 휘젓고 다니면서 이곳에서 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그와 정식으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곳은 이곳이 아닌 다른 곳이었지만 로우가 실제로 그를 만나게 된 장소는 이곳 24번 글로브였다. 먼발치에서도 쉽게 눈에 들어온 붉은 머리 덕분에 2년 전의 로우는 그를 발견하고 눈에 새겨 넣을 수 있었다. 현상금 포스터가 아닌 실물을 만나게 되었을 때, 로우는 기이하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이 앞으로 자신과 함께 신세계에서 원피스를 목표로 경쟁하게 될 자에 대한 호승심에서 뛰어오르는 것인지, 아니면 본인조차 알지 못했던 깊고 작은 감정을 기반으로 뛰어오르는 것인지는 몰랐지만 로우는 지금도 그 때의 고동을 기억하고 있다.
“바보같이, 뭘 두근거리고 있는 거야.”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고 당시의 고동을 되새겨보던 로우는 문득 자신이 사소한 것 하나에 의미를 두며 그를 그리고 있다는 것에 왠지 무안해져서 소리 내어 스스로를 타박했다. 본인만 들을 수 있도록 낮게 중얼거린 덕분에 지나가던 다른 자들은 그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로우는 상념에서 벗어나 무릎에 얹어서 턱을 괴고는 무료한 표정을 지으면서 시선은 어느 먼 곳으로 던졌다.
지금 생각해도 바보 같은 녀석이었지. 쓸 때 없는 곳에서 열을 올리는 귀찮은 성격은 그 때도 여전했어. 생각해보면 그 때 일어난 소동도 고작 그런 사소한 이유 때문에ㅡ
ㅡ콰아아앙!!
로우의 독백을 강제로 끌어낸 것은 그가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일어난 폭발이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폭발에 그 때까지 아무것도 모르고 여가를 즐기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패닉 상태에 빠져 비명을 지으며 폭발 장소에서 되도록 멀어지거나, 호기심이 강한 자들은 폭발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역으로 가까이 다가가보기도 했다. 로우 또한 폭발에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근원지를 보았다. 폭발이 일어난 장소는 인근의 레스토랑으로 추정되었다. 폭발로 일어난 검은 연기 사이에서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현란한 움직임으로 폭발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 안정적으로 착지한 사내는 경악하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여유로운 태도를 취했다.
“싸움은 ‘벽’ 뒤로 미루자고, 형씨. 이 몸이 얼마나 강한지 몰라서 그래?”
“아푸, 그만 둬!!”
다급하게 상대를 말리는 목소리에 로우는 더 이상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것을 관두고 단번에 소동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 군중들 사이로 헤쳐 앞으로 나아갔다. 설마, 설마. 침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뛰면서 머릿속으로는 계속 빙빙 맴도는 말과 얼굴이 어지러이 떠올랐다. 설마. 이윽고 소란이 일어난 근원지가 시야에 들어오자 로우는 곧바로 발걸음을 멈추고 군중들 사이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에는 그 중심지에 있는 자들에게 자신의 정체가 들킬지도 모른다는 적신호가 로우의 발목을 아슬아슬하게 붙잡았기 때문이다. 끝까지 잃지 않는 이성으로 멈춰서기는 했지만 귀곡을 쥔 손에는 저절로 힘이 들어갔다.
폭발 속에서 튀어나온 자는 붉은 치파오를 입고 수장족 특유의 비정상적으로 긴 팔을 가지고 댕기머리로 땋은 남자였다. 바다천둥 스크레치멘 아푸. 온에어 해적단의 선장이자 자신과 같은 최악의 루키들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그가 2년 전의 모습으로 서있자 로우는 기묘한 느낌이 들어 잠시 주춤했다. 처음으로 과거에서 아는 자를 만났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후두둑 떨어지는 건물의 잔해들 속에서 소동을 일으킨 또 한 명의 인물이 거친 목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럼 힐긋힐긋 쳐다보지 말라고.”
그 목소리는, 2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그 음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로우는 천천히 목소리가 들린 아푸의 맞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전과는 다른 느낌과 고동을 가지고 뛰어오르는 심장은 굳이 메스를 쓰지 않아도 튀어나올 것처럼 굴었으며 로우는 자신의 안에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수많은 감정들을 붙잡으려고 애를 썼다. 과거의 그를 만나면 과연 어떤 기분일까. 호기심과 흥미, 그리고 옅은 그리움으로 그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정말로 만날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자신이 오게 된 과거가 2년 전의 그 날인지 알 수 없었기에, 그를 만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로우는 방금 일어난 소동과, 능글거리는 미소로 도발하는 바다천둥과, 무너진 돌 벽에 팔을 얹고 상대를 향해 살기를 내뿜는 붉은 머리의 사내를 보고 로우는 자신이 있는 시대가 2년 전의 그 날임을 확신했다.
2년 전, 11인의 최악의 루키들이 한 자리에 모인 날. 트라팔가 로우는 그 날로 오게 된 것이었다.
“불쾌한 자식, 당장 없애버릴까 보다.”
2년 전의 유스타스 키드가 2년 후의 트라팔가 로우의 눈앞에서 살기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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