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시브에서 본 소재로 루로우.
어느 날, 로우의 머리 위로 꽃이 피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아침에 일어나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가던 루피는 그 앞에서 로우와 딱 마주치게 되었다. 평소였다면 반갑게 인사하며 밥을 외치며 식당 안으로 쏜살같이 들어갔을 루피였으나 오늘은 달랐다. 정확히는 루피의 행동보다도, 로우의 모습이 달랐다. 꽃. 로우의 머리 위로 만개한 이름 모를 꽃들은 잔잔한 연보랏빛을 띄며 화관처럼 얹혀 있었다. 그것도 그냥 얹혀 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기라도 한 듯이 처음에는 꽃봉오리였다가, 활짝 피어나고, 그리고 다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지고 피기를 반복하는 꽃들 덕분에 로우의 주변에는 꽃잎들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트라팔가 로우가 머리에 꽃을 얹고 있는 것만 해도 신기한데 실시간으로 꽃이 피고 지는 것이 펼쳐지자 루피는 이를 놓치지 않고 신기하다는 눈빛을 한껏 빛내며 로우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꽃에 시선을 고정하며 신나게 말을 걸었다.
“우와! 트랑아, 그 꽃들은 뭐야? 되게 신기하다!! 혹시 나미나 로빈이 준거야? 하지만 로빈이 키우는 꽃이 아닌 것 같은데?? 그래도 신기하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밀짚모자 여.”
“응? 그러니까 트랑이 머리에 있는 꽃들 말이야!!”
“꽃?”
루피의 말에 로우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손을 올려 자신의 머리 위를 더듬어보았지만 자신의 손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잡히는 감각은 전혀 없었다. 반면 루피의 시선에서는 꽃을 헤집고 있는 로우의 손길이 그대로 비춰지고 있었다. 로우의 손길로 인해 이전보다 더 많이 꽃들이 떨어지고 있는 진풍경에 루피의 눈동자는 더욱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로우는 확인을 끝내고 루피가 보내는 시선과는 반대의 말을 했다.
“꽃 같은 건 전혀 없다, 밀짚모자 여.”
“아냐, 정말로 있어! 봐봐, 지금도 이렇게 피었다가 다시 떨어지는데?”
“어디에 말이냐. 머리 위에 손을 얹어도 잡히는 건 없었다. 꽃잎 같은 것도 지금 주변에 아무것도 없고. 아침부터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그만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지.”
“하지만…!!”
“너희 둘 다 거기서 뭐하는 거냐? 안 들어가?”
계속해서 꽃의 존재를 부정하자 자신의 말이 틀렸다는 것을 부정하지 않고 다시금 꽃이 있다는 것을 말하려던 루피의 말을 가로막은 것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식당에 가려던 우솝이었다.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문 앞에서 말다툼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냐고 말을 건 우솝의 등장에 루피는 우솝이라면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을 분명히 증명해줄 거라는 믿음으로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고 손가락으로 로우의 머리 부근을 가리키며 말했다.
“우솝, 봐봐! 트랑이 머리 위에 되게 신기한 꽃이 있어!!”
“꽃? 무슨 꽃? 아무것도 없는데?”
“에?”
루피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대로 로우를 살펴보던 우솝은 루피의 기대와는 정 반대로 로우와 같은 대답을 하자 루피는 당황한 표정으로 우솝과 로우를 번갈아 보았다. 분명히 루피의 시야에는 아직도 잔뜩 피어있는 로우의 꽃들이 보였지만 우솝과 로우는 그것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두 사람 다 루피를 속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눈빛들이 아니라 루피는 멍한 표정으로 로우의 꽃들을 보았다. 그런 루피의 모습에 로우는 괜한 오해를 산 것처럼 살짝 불쾌한 표정으로 먼저 안으로 들어갔고, 우솝도 루피의 말이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로우의 뒤를 따라 먼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떠나고 남은 것은 여전히 멍한 표정을 짓는 루피와 그의 발치에 흩어져 있는 연분홍빛 꽃잎들뿐이었다.
[루로우]꽃
W. 아르카디
“정말이라니까!! 지금 트랑이 머리 위에 꽃이 분명히 있어!!”
“그러니까, 그 꽃이 로우를 포함해서 우리들한테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니까? 혹시 잘못 본 거 아니야?”
“아니야!! 지금도 이렇게 보이는 걸!!”
그 후, 식당 안으로 들어온 루피는 자신에게 있어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식사를 하는 와중에도 동료들에게 로우의 머리 위로 꽃이 있다는 사실을 전력으로 주장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로우의 머리 위의 꽃은 루피를 제외한 이 배 안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었기에 모두들 루피의 말을 쉽게 믿지 못하고 있었다. 그들이야 왠만해서는 루피의 말을 믿어주고 싶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다가 그 죽음의 외과의가 머리 위에 꽃을 달고 다니는 것이 말이 안 되었기에 다들 루피의 말에 긍정을 표하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이야기의 소재가 되고 있는 로우는 어서 빨리 이 자리에서 뜨기 위해 상디가 준비해준 식사량을 평소보다 빠르게 먹고 있었다. 그런 로우를 루피는 입 안 가득히 음식을 먹으며 분하다는 듯이 여전히 자신의 시야 안으로 들어오는 로우의 꽃을 보았다. 조금 전과는 달리 색이 조금 짙어진 꽃은 쉴 새 없이 꽃잎을 떨어뜨려 이제는 테이블의 전체를 뒤덮을 정도가 되었다. 흰 식탁보는 물론이고 식탁 위를 가득 채운 음식들 위로도 떨어지는 꽃잎들의 모습은 제법 장관이었지만 그것은 오로지 루피에게만 보이는 광경이었다. 이렇게 두 눈 가득히, 선명하게 들어오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못 보고 믿지 못한다는 점이 분한 루피가 우우 거리며 볼을 부풀릴 때, 로우는 드디어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그럼 먼저 나가도록 하지.”
“잠깐, 트랑아! 너 정말로 꽃이 있다니까!”
“그러니까 없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나, 밀짚모자 여. 너의 동료들도 부정하는데 자꾸 허튼 소리를 하면….”
“허튼소리 아니라니까! 봐봐, 이렇게 꽃잎들이 떨어지고….”
“그러니까 안 보인다고 말했잖아!!”
똑같은 소리만 반복하며 우겨대는 루피의 억지에 로우도 슬슬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것인지 그로서는 드물게도 성량을 높여서 루피의 말에 크게 반박하였다. 그 말에 루피는 놀란 표정으로 말을 멈추었지만, 로우의 말에 놀라서 화난 것이 아니었다.
루피의 눈앞에서 로우의 꽃의 색깔이 급변하였다. 그 전까지는 잔잔한 연보랏빛, 혹은 진보랏빛이었지만 로우가 화를 내며 말하자 그 전까지 머리 위에 자리 잡고 있던 꽃들이 한꺼번에 붉은 빛으로 변모하였다. 눈앞에서 벌어진 마술과 같은 신비한 광경에 루피는 한순간에 말을 잃게 된 것이었다. 로우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내는 듯한 사나운 붉은 색은 잠시 그 색을 유지하다가 이윽고 천천히 이전의 연보랏빛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에 맞춰서, 일순간 짜증을 보였던 로우도 다시 잠잠해져서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돌아오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식당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거봐, 너 때문에 화났잖아. 나중에 제대로 사과 해. 식당 밖으로 나간 로우의 기색을 살펴보다가 루피를 나무라는 나미였으나 루피는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있었다. 루피의 손등에는 그 때의 붉은 꽃잎이 남아있었다.
그 후로 루피는 더 이상 로우의 머리 위에 꽃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았다. 이제 로우 위의 꽃이 자신에게만 보인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었다. 그 대신 루피는 로우의 머리 위를 관찰하는 시간을 많이 보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해서 꽃의 색깔이 변하는지 알지 못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자세히 살펴보니 꽃의 색깔이 로우의 감정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차분한 연보라색을 띄고 있는 꽃이지만 화를 낼 때는 사나운 붉은색, 기분이 좋을 때는 반짝반짝 빛이 나는 노란색, 쵸파와 함께 의학 서적을 보면 무언가를 깊이 생각할 때는 자줏빛을 띄었다. 꽃의 색은 기분이 좋을 때는 밝은 색을,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어두운 색을 나타냈으며 색의 변화는 천천히 스며들며 변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갑자기 눈앞에서 확 하고 예고도 없이 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 신비하고 아름다운 광경에 루피는 매료되어 도저히 시선을 땔 수가 없었다. 루피의 집요한 시선을 눈치 챈 로우가 종종 무슨 할 말이 있냐고, 없으면 그만 좀 쳐다보라고 타박했지만 그럼에도 루피의 로우를 바라보는 시선은 사라지지 않았다. 로우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꽃잎들이 남게 되며, 그 중에는 꽃이 통째로 떨어지는 것도 있었다. 그렇게 루피만이 볼 수 있는 꽃의 길을 만들며 돌아다니는 로우 덕분에 루피는 꽃잎으로 만들어진 이정표를 따라 로우가 있는 곳을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아, 역시 트랑이 여기 있었구나!”
“이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어째서 내가 어디 간다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날 그렇게 쉽게 찾아내는 거지?”
“그거야 트랑이가 나한테만 가르쳐줬으니까.”
루피의 말에 트랑이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고, 루피는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여전히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는 꽃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이었다. 바다 위에서의 밤이 찾아오고, 모두가 깊이 잠든 시각에 루피는 문득 잠에서 깨어나 눈을 떴다. 갑자기 확 달아난 잠에 루피는 부시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고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무언가를 깨닫고는 반쯤 감긴 눈을 완전히 뜨고 다시 방 안을 살펴보았다. 방 안에는 루피 외에도 남자 선원들이 한데 모여 깊이 자고 있었지만 유일하게 이 자리에 없는 인물이 있었다. 지금쯤이면 벽에 기대어 선잠을 청하고 있을 로우의 모습이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자 루피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와 주변을 살펴보았다. 루피의 예상대로 선실 밖에서부터 로우의 꽃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있었다. 이번에도 어렵지 않게 로우를 찾아낼 수 있었기에 루피는 굳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꽃잎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후, 루피가 도착한 곳은 갑판이었다. 차디 찬 밤바다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로우는 난간에 기댄 채 바다의 저 먼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었다. 멀리서 루피는 환한 달빛을 통해 로우의 머리 위 꽃의 색깔을 볼 수 있었다. 어두운 푸른 색. 마치 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와 닮은 색을 지닌 꽃은 어딘가 쓸쓸하고 외로운 빛을 지니고 있었다. 하나 둘씩 떨어지는 꽃잎들은 오늘따라 더욱 처량해 보였으며 힘없이 떨어지는 꽃과 꽃잎들은 마치 로우를 대신해서 울어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기에 저런 색깔이 된 것일까. 생각해보아도 해답이 들려오지 않는 지금이었지만 루피는 왠지 로우의 꽃이 저런 빛을 띠고 있는 것이 무척이나 보기 싫어 당장에 발걸음을 재촉하여 로우에게로 달려갔다.
“트랑아!”
“…밀짚모자 여?”
갑자기 불쑥 나타난 루피의 등장에 로우는 상념에서 깨어나 놀란 표정으로 루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루피의 등장 덕분인지 꽃의 색깔은 조금씩 밝은 푸른색으로 돌아오고 있었고, 그 변화에 루피는 다행이라는 듯 휴 하고 작게 한숨을 쉬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지?”
“그러는 트랑이야 말로 왜 자지 않고 나와 있어?”
“나는 그저, 잠이 안 와서 밖에 나왔을 뿐이다.”
변명처럼 답해진 로우의 말은 머리 위의 푸른 꽃과 닮아있었다. 우울한 푸른빛을 떨쳐내지 못하고 툭툭 힘없이 떨어지는 꽃들에 루피는 어떻게 하면 꽃의 색이 원래대로 돌아올까 고민을 해봤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루피가 말없이 끙끙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모습에 로우는 루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다시 시선을 지평선 쪽으로 돌리자 루피도 로우의 기색을 눈치 채고는 그와 함께 같은 곳을 보았다. 아무것도 없는 지평선이지만 로우에게는 무언가가 보이는 듯 어느 한 곳을 향해 노려보고 있었다. 로우 또한 자신만이 그의 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무언가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것을 응시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루피의 머릿속에서 지나갔다. 그러고 보니 로우가 바라보고 있는 곳은 드레스 로자가 있는 곳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드레드 로자네.”
“드레스 로자다. 몇 번이고 말했잖아.”
“시싯. 그런가?”
“내일 아침이면 도착할거다. 그러니까 정신 바짝 차리도록. 도플라밍고는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될 상대다.”
“응, 알았어!”
“반드시, 쓰려뜨려야 한다.”
무겁게 가라앉은 목소리의 깊은 곳에는 비통함이 아프게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독하게 자리 잡은 각오가 담긴 목소리는 자신의 목숨조차 목적을 위해서라면 스스럼없이 내던질 비장함마저 느껴져 루피는 고개를 돌려 로우를 바라보았다. 모자 아래로 누군가를 향한 분노와 깊은 원한이 지독하게 서려있었으며 난간에 기댄 손에는 자신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어가 꽉 쥐고 있었다. 루피는 시선을 올려 로우의 꽃을 보았다. 다시금 우울한 푸른색으로 변한 꽃은 처연한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툭. 무언가 힘없이 추락하여 땅에 닿는 소리에 루피는 시선을 돌려 아래로 향했다. 유일하게 딱 하나, 색깔이 다른 것이 있었다. 새까만 꽃. 그나마 생기를 품고 있는 다른 꽃들과는 달리 그것은 퍼석하게 메말라 비틀어진 흉측한 검은 빛을 가지고 있었다. 비틀어지고 뒤틀려져서 이미 꽃이라고 하기는 볼품없고 흉한 그것은 혐오스럽기 보다는 안타까움이 먼저 아프게 전해지고 있었다. 잠시 그 꽃을 응시하던 루피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손을 뻗어 로우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차가운 바람에 굳어진 자신의 손 위로 갑자기 찾아온 온기에 로우는 시선을 돌려 루피를 보았다.
“밀짚모자 여?”
“걱정 마! 트랑이 네가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밍고 녀석은 반드시 쓰러뜨릴 수 있을 테니까!”
“그렇게 쉽게 말할게….”
“걱정 마.”
루피를 로우를 향해 근심 없는 미소를 망설임 없이 보여주며 자신 있게 말했다.
“내가 트랑이 곁에서 함께 싸워줄게.”
그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한 표정을 짓던 로우는 잠시 아무 말 없이 루피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서있게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로우에 루피가 먼저 고개를 갸웃거리고 로우의 얼굴을 이리저리 살펴보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는 통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결국 루피가 먼저 잠자코 기다리지 못하고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려고 했었다. 그런 루피의 행동을 붙잡은 것은, 루피의 손아래에 가만히 있다가 그의 아래서 빠져나와 루피와 마찬가지로 손을 맞잡아주는 로우의 손이었다. 로우의 손은 처음의 차갑던 것과는 반대로, 루피의 온기가 전해진 덕분에 충분히 따뜻해져 있었다.
“고맙다, 밀짚모자 여.”
그 말을 듣고, 루피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로우의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눈앞에 펼쳐진 것은, 절경이었다. 달빛 아래서 만개한 꽃들을 피우며 은은한 미소를 짓고 있는 로우는 그야말로 절경이라는 말 이외에 설명할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로우의 머리 위로 빛나듯이 피어난 꽃은 우울한 푸른빛을 전부 걷어내고 밝은 연분홍빛을 간직하고 있었다. 수줍게 빛을 내며 제 모습을 한껏 뽐내고 있는 꽃들은 어둠 속에서도 달빛의 도움을 받아 환히 빛나고 있었으며, 지금까지 루피가 보았던 그 어떤 꽃들보다도 신비하고도 아름다운 빛깔과 자태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아래서 희미하게 드러나고 있는 로우의 미소는 화룡정점처럼 절정을 그려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루피는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것은, 지금껏 살면서 그 어떠한 것들보다도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그리고 이것을 오로지 자신만이 볼 수 있고, 독점할 수 있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크나큰 행운이라고 깊이 깨달았다.
“밀짚모자 여? 갑자기 왜 그러나?”
“…트랑아, 너 지금, 정말 아름다워.”
구구절절 늘어놓는 다른 미사여구들보다도 가장 솔직하고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감탄사는 오직 이것뿐이었다.
그와 동시에, 루피는 발을 돋워 로우의 입에 자신의 입술을 맞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