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네 언니의 그림을 내 글로.
분명 그림은 밝았는데 내 글은 왜이렇게 나왔지??? 이런 분위기의 그림이 아니었는데;;;(당황)
주변이 조용해지면, 루피는 상대를 말없이 바라본다.
그것은 일종의 버릇 같은 것이었다. 평소에는 동료들과 함께 요란스럽게 떠들며 하루를 지루하지 않게 보내고, 상대적으로 차분하고 조용한 일행이 곁에 있어도 상대가 어떤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아랑곳 하지 않고 혼자서 열심히 떠들며 분위기를 살리는 것에 열중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운이 차고 넘쳐도 늘어놓을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고, 입과 몸을 부산스레 움직이는 기력도 바닥을 드러낼 때가 언젠가 찾아온다. 그럴 때가 되면 루피는 쉽게 발견할 수 없는 버릇을 보이게 된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해도 옆에서 듣기만 해도 귀가 따갑고 정신이 사납던 것이 금세 조용해져서는 눈을 동그랗게 떠서 그 검은 눈동자에 상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입을 꾹 다물고, 몸을 움직이지 않고, 눈동자를 고정 시킨 채 잠잠히 시간을 보내고 하면 루피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후 본래의 분위기를 되찾아 자신과 함께 어울려줄 다른 상대를 찾으러 자리를 떠나게 된다. 처음 그 버릇을 발견하게 된 로우는 루피의 그것이 상대를 관찰하기 위해서 그런 것인가 짐작했다. 자신도 조용히 타인의 행동을 관찰함으로서 상대의 정보를 얻어내고 행동패턴과 약점을 알아내기 때문에 루피 또한 자신과 같은 부류의 눈빛이 아닌가 하는 예상을 한 것이다. 그러나 머지않아 로우는 루피의 눈동자에는 자신과 같은 관찰과 경계의 빛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흑요석을 닮은 눈동자에는 다른 이들과는 달리 바다를 빼닮은 고요하고 잔잔히 반짝이는 빛이 담겨져 있었다. 그런 눈빛은 지금껏 수많은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온 로우로서도 처음 발견하게 된 빛이었다. 난생 처음 겪게 된 시선에 로우는 무어라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몰랐고,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게 되면 루피가 먼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로우를 떠나게 된다. 착각에 가까운 짐작이지만, 로우는 유독 루피가 자신에게 그 버릇을 더욱 오랫동안 보여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 반복적인 행동이 몇 번씩 계속되니 무심하게 넘어가려고 했던 로우도 이제는 루피가 자신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 눈빛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궁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알고 있어. 우리 선장님의 숨은 버릇. 해결을 위해 로우가 찾아간 인물은 니코 로빈이었다. 자신과 가장 성향이 비슷하면서 루피의 버릇을 가장 많이 목격하는 인물을 골라내니 그녀 밖에 없었다. 로빈은 로우를 위해 읽던 책을 잠시 덮고 차분한 목소리로 나긋나긋 설명했다. 일종의 호감 표시이려나. 그녀답지 않게 애매한 말을 서두로 꺼내었다. 흔들림 없이 올곧은 눈동자로 상대를 바라보는 것은 곧 그 상대를 얻고 싶다는 욕심과 저 사람이 나의 것이라는 확신을 얻기 위한 행동이라고 로빈은 가설에 가까운 정설을 내놓았다. 관찰도, 경계도 없는 눈빛은 거짓 한 점 없이 눈앞에 있는 인물의 존재 자체를 자신의 안에 있는 그대로 담아내어 자신의 것이라는 확신과, 이 사람을 얻었다는 희열로 변모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시키고 나면 루피는 조용히 미소를 짓는 것으로 만족감을 드러낸다. 집착보다는 가볍고, 독점보다는 무거운 그 눈빛의 의미를 알아차렸을 때 로빈은 자신이 이 남자의 동료라는 사실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기쁜 듯이 말했다.
루피가 당신을 정말로 마음에 든 모양이야. 옅은 미소와 함께 평탄한 어조로 나온 로빈의 말에 로우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드레스로자의 일이 정리되고, 동료들이 하나씩 자신이 맡은 일을 하러 자리를 비우는 통에 결과적으로 로우와 루피는 단 둘이 남게 되었다. 한바탕의 소란이 지나간 후의 평화 속에 덩그렇게 남겨진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자리에 앉아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다. 드물게 루피도 처음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 멀뚱히 주변 풍경을 살펴보다가 조금 뒤 시선을 돌려 로우를 보았다. 무의식적으로 돌아간 시선은 그대로 로우에게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았다. 오랜만에 로우의 앞에서 다시금 드러난 루피의 버릇에 로우는 일전의 로빈과의 대화에서 그녀가 대화의 끝에서 자신에게 충고한 말을 떠올렸다. 아마 루피는 당신을 완전히 손에 넣을 때까지 그렇게 바라볼 거야.
그 말에 로우도 암묵적으로 동의했었다. 그래서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결정을 내린 로우는 잠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루피와 비슷한 시선으로 그를 보았다. 평소에는 애써 무시하며 일체 눈을 마주치지 않던 로우였기에 루피는 처음으로 다르게 보여 진 그의 반응에 놀란 듯 조금 크게 눈을 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처음으로 두 개의 시선을 얽히고 겹쳐서 티 없이 맑은 눈동자에 선명히 들어온 자신의 모습을 보니 로우는 알 수 없는 오묘한 감정에 뒷목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꼈다. 몇 번이고 루피는 로우에게 동료가 되라고 말했다. 장난스럽게 꺼내진 말이지만 그 안의 진심은 절대로 장난이 아니었다. 이 남자는 진심으로 자신을 손에 넣고 싶어 한다. 그리고 그 사실에 묘한 희열을 느낀다. 속박이라는 말을 가장 싫어하는 로우로서는 모순된 감정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트라팔가 로우가 몽키 D. 루피의 것이 될 날은 아직 머나먼 때다. 자신은 그렇게 쉽게 누군가의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이 어린 동맹 상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로우는 처음으로 버릇이 드러나 있는 루피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뭐냐, 밀짚모자여.”
자신의 눈빛을 피하지 않고 덤덤히 물어본 로우의 말에 루피는 금방 대답하는 대신 약간 표정을 달리 바꿔 조금 더 로우를 묵묵히 보았다. 로우가 자신에게 말을 걸어와 이미 알고 있을 시선의 의미를 되묻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얻기 어려운 것일수록 더욱 얻었을 때의 가치가 높은 법이었다. 루피는 시싯, 하고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소리를 낸 후에 기묘하게 흐르던 분위기를 풀고 대답했다.
“히히힛! 그냥 트랑이 보는 게 좋아서.”
능청스레 대답하는 루피였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아직 그 특유의 빛을 간직한 채 로우의 모습만을 좇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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