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로우X2p로우. 서민님의 연성 기대하겠습니다(뭐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꼰 채 앉아있는 로우는 자신의 옆에서 훌쩍이고 있는 또 다른 자신을 보며 짜증이 잔뜩 배어있는 중얼거림을 가슴 속에 뭉쳐서 묻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다가 나타나게 된 또 한 명의 트라팔가 로우는 본인과 동일한 외모, 체격, 능력, 심지어 문신의 형태와 위치까지 전부 똑같았다. 마치 거울 안의 자신이 튀어나온 것 같은 약간의 오싹함마저 느껴지는 동일한 존재라는 것부터가 로우의 심기를 충분히 거슬리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말로 완벽하게 같은 것은 없는 것인지 본체와의 차이점이 존재했다. 당장에 육안으로 구별할 수 있는 것은 검은 바탕에 하얀 얼룩무늬가 그려진 털모자와 하얀 털코트라는 반전(反轉)된 색상의 의상과 심약한 성격이었다. 특히 성격에서부터가 본인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칠무해 중 한 명인 죽음의 외과의가 어린아이처럼 대놓고 커다란 눈물방울을 뚝뚝 흘리며 훌쩍이고 있는 모습은 그가 진짜 트라팔가 로우가 아니라는 점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되어주었다. 로우 본인으로서는 자신과 동일한 외형의 존재가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에서 속이 뒤집어지는 일이었지만 말이다.
그래서 로우는 참다 참다 못해 적어도 울지는 말라고 욱한 나머지 버럭 소리를 질렀더니 상대가 이전보다 더 크게 울며 연신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적으로 씹어 삼키듯이 중얼거렸다. 고장 난 녹음기처럼 잔뜩 뭉개져버린 사죄에 로우는 짜증을 넘어선 자포자기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하아. 묵직하고 거친 로우의 한숨소리에 하얀 어깨가 움찔거렸다. 타인의 반응 하나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다니, 어지간히 피곤하게 사는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면서 로우는 고개를 돌려 상대를 보았다. 이제 조금 진정이 된 것인지 울음소리가 잦아든 또 다른 로우는 멈칫멈칫 고개를 들어 로우의 눈치를 살펴보았다. 새빨개진 눈가와 훌쩍이는 콧소리는 죽음의 외과의라는 명칭에 어울리지 않으면서 동시에 제법 안쓰럽게 보이는 모습이었다. 아직도 두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 있는 모습을 로우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보면 저절로 달래주고 싶다는 모성애가 발현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자신은 이렇게 크게 울어본 적이 있었던가. 짜증을 억누르고 평정심을 찾게 되면서 로우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유년 시절의 로우는 다른 아이들보다도 일찍 감정을 숨기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눈물은 나약함의 증거이니 함부로 보여서는 안 된다. 꼴사나운 모습으로 눈물을 펑펑 흘려가며 죽어가는 어른들의 추한 모습들을 보며 로우는 비틀어진 교훈을 얻게 되었다. 약한 모습은 보여서는 안 돼. 로우는 주문을 외듯이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다짐했다. 그런 로우만의 주문인지 암시인지도 모를 말이 통하였는지, 트라팔가 로우는 지금껏 살면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샘이 처음부터 없이 태어난 사람처럼 로우는 가슴을 도려내 불로 지져버리는 고통과 맞먹는 슬픔이 찾아와도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은 약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니까. 허세이고 무의미하다고 하지만 로우에게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그래서 또 다른 자신의 눈물은 그렇게 소중히 지켜온 자존심을 손쉽게 무너뜨리는 것 같아 화가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도 이렇게 울 수 있었던 것인가 하는 짙은 회의감이 밀려들었다. 눈물은 가장 솔직하게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증거다. 어디선가 들은 말이 뇌리에 스쳐지나갔다. 나사 풀린 수도꼭지처럼 그칠 줄 모르는 또 다른 자신의 눈물은 마치 26년간 억눌러있던 눈물의 양을 대변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눈물을 흘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이 멀어지고 잊혀 지며, 늦어버린 일이었다. 퇴색되어버린 기억과 바짝 말라버린 감정을 적실 눈물은 이제 없는 것이다.
툭. 머리 위로 느껴지는 무게에 또 다른 로우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았다. 시선의 끝에는 로우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우의 손이 자신의 머리 위에 올려 져 있다는 사실에 로우는 눈물을 흘리는 것도 잊은 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놀란 것인지, 너무 울어서 나온 것인지 히끅 거리는 딸꾹질까지 나오자 로우는 어색하게 머리 위에 올린 손을 쓱쓱 쓸어내듯이 쓰다듬어 주었다.
“…어?”
“내 얼굴로 우는 짓은 그만 둬라. 보기만 해도 짜증나니까.”
“아, 응….”
고개를 끄덕이며 조금씩 로우의 손길에 익숙해지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에 로우는 문득, 예전에 어렸을 적의 자신에게 이렇게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위로해주던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유년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게 되면 언제나 위태로울 정도로 꼿꼿이 홀로 서 있는 모습만이 수면 위로 흐릿하게 띄워진다. 그리고 그 모습은 눈앞의 또 다른 자신의 모습과 겹쳐져서 형상화 되었다.
자신도 이렇게 울고 싶었던 것일까. 눈물을 흘린 양만큼 다른 누군가에게 위로 받으며 의지하고 싶었던 것일까. 부질없는 추측과 후회와 비참함만이 가슴 속 깊이 맴돌며 조여 왔다. 그러나 로우의 눈에는 아무것도 흘러내리지 않았다. 메마름과 어긋남에서 로우는 잠시 가만히 있다가 이윽고 예고 없이 또 다른 자신에게 다가가 그대로 울고 있는 자신의 눈에 입을 맞추었다. 눈가에서 느껴지는 입술의 감촉에 로우는 놀란 나머지 한 박자 늦게 로우의 행동을 파악하고는 에, 하며 실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뒤이어 느껴지는 말캉한 감촉에 또 다른 로우는 오른쪽 눈을 감으며 흠칫 몸을 떨었다. 울어서 새빨갛게 물들어진 눈가가 제법 예민해져 있었던 탓에 민감한 반응이 나왔다.
츄릅. 로우의 입술에서 무언가를 빨아 마시는 소리가 들렸고, 또 다른 로우는 그 소리가 자신의 눈물을 빨아 마시는 소리라는 것을 깨닫고는 귀를 새빨갛게 물들였다. 뒤따라 할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로우의 혀가 아래서 위로 눈가를 핥아 올리는 소리였다. 짭짜름한 눈물의 맛이 로우의 혀로 퍼져나갔다. 이제는 다른 의미로 눈물을 흘리며 히끅거리는 또 다른 로우는 민감한 감각에 정신이 팔린 탓에 밀쳐낼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두 손을 가슴께에 올리며 움찔 몸을 떠는 모습은 처녀의 것과 같아서 상대의 정복욕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자신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또 다른 자신의 눈물을 삼킴으로서 이 갈증을 해소시키려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방황하는 갈증을 이기지 못하고 로우는 이번에는 반대쪽 눈가에 입을 옮겼다.
잠시 후, 이제 눈물을 전부 삼킨 것인지 로우는 그제야 또 다른 자신에게서 멀어질 수 있었다. 적당한 거리서 보게 된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은 아직도 생소한 감각에 몸을 떨며 귀와 볼을 붉게 달구고 있었으며 그의 눈가는 자신의 눈물과 로우의 침이 뒤섞여 흥건해지고 말았다. 뜨거운 숨결을 힘겹게 뱉어내며 자신을 젖은 눈으로 바라보는 색정적인 자신의 모습에 로우는 살짝 눈매를 움직여 반응을 보였다. 자신에게는 나르시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가슴 속에서 일렁이는 감각은 그것을 자극시키고 있었다.
겨우 이 정도에 저런 반응이라면 나중에는 아예 기절할지도 모르겠군. 로우는 입맛을 다시며 또 다른 자신 몰래 적절한 시기를 계산하고 있었다. 입안에는 짭짜름하면서도 달큰한 맛이 풍겨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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