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http://arcadia02.tistory.com/entry/20150912
원작 기준 애니 2~3화 이야기의 장면 패러디.
참고로 중간에 타키가 내지르는 기합은 원작 히로인의 말버릇.
섬을 떠나 본토에 도착한 뒤로 두 사람이 처음으로 함께 맞이한 밤. 일생을 섬에서 살아와 감정이 결여된 남자와, 자신의 모든 것을 잃고 버림으로서 애끓는 감정을 원한의 불꽃으로 삼아 가슴에 남겨둔 남자는 어느 민박에 짐을 풀고 편안한 유타카 차림으로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
교육이라는 건 피곤하구나.
과거 타이라 가문의 장자였으나 지금은 성별과 신분을 숨기고 막부 직할 군소 총감독으로 일임하고 있는 타키는 조금 전부터 둘 곳을 잃어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시선에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끼며 속으로 한탄을 내쉬었다. 섬을 떠나 본토에 도착한 직후, 타키는 자신과 앞으로 함께 여행을 떠날 동반자, 나나마츠 코헤이타에게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바로 평생을 홀로 섬에 살아온 탓에 타인을 구별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 타키는 처음에는 그것을 문제점으로 삼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을 지키며 적을 쓰러뜨릴 종자에게 그런 재주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마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에서 문제점이 발생한다. 자칫해서 자객과 자신을 구별하지 못하고 자신을 쓰러뜨리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본토에 도착해 자신과 길을 걷던 평범한 마을 아낙과 구별하지 못하는 그를 보고 타키는 ‘교육’을 결심한 것이다.
“저기, 이거 계속해야 하는 거야?”
의미를 모르겠다는 눈빛과 귀찮다는 기색으로 물어오는 코헤이타의 질문에 타키는 조금 전의 회상에서 의식을 다시 되찾아 재빨리 답했다.
“어, 어쩔 수 없잖아요. 절 확실하게 인식할 때 까지 이 방법을 쓰는 수밖에요. 자칫 적과 저를 구분하지 못해서 저를 공격하면 안 되잖아요.”
“뭐, 그건 그렇지.”
여전히 의미를 모르고, 귀찮기는 하지만 타키가 인지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서는 코헤이타 본인도 순순히 동의했다. 타키가 문제점을 타파하기 위해 꺼내든 해결책은 하나, 매일 밤마다 자신을 안고 머리카락을 만지면서 생김새와 목소리, 체취, 감촉을 본능을 통해 익혀나가는 것이었다. 코헤이타의 성질을 생각할 때 머리를 쓰는 것보다 본능적인 오감을 이용해 익히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킁킁. 코헤이타는 풀어진 타키의 머리카락의 체취를 맡았다. 조금 전에 목욕을 끝내고 좋은 비누를 써서 그런지 타키의 머리카락에서는 향기로운 꽃향기가 피어났다. 그러고 보면 처음 섬에서 만났을 때도 달콤한 향기가 났었지. 코헤이타는 타키와 처음으로 마주했을 당시, 기절한 그녀를 업고 집까지 데려가는 동안 처음으로 맡아온 달콤하고 향기로운 냄새를 떠올렸다. 향수를 썼다고 치부하기에는 꽤나 자연스러웠던, 마치 태어날 때부터 꽃처럼 태어났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듯 한 향기. 그 향기마저도 지울 수 없는 그의 출신을 암시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체향을 맡으면서 인지해나가는 코헤이타와는 정 반대로 타키는 자신의 유카타 앞섶을 모아 붙잡고 애써 긴장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자 무던히 애를 썼다. 자신이 먼저 제의한 일이긴 하나 자칫 서로의 몸이 너무 밀착했다가는 혹여나 자신이 이제껏 숨겨왔던 성별을 들키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직 그에게 자신의 성별이라는 중대한 비밀을 밝힐 정도로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은 타키였기에 불안한 건 당연했다. 그리고… 그리고, 역시 부끄러워. 온 몸이 새빨갛게 익은 문어처럼 얼굴의 화끈거림을 떨치지 못하는 타키는 속으로 자신의 부끄러움을 몇 번이고 외쳤다. 같은 동성이니 민망할 점 하나 없다고 자부한 조금 전의 제 자신을 때려주고 싶을 만큼의 민망함 앞에서 타키는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는 일이 점점 벅찼다. 아니, 애초에 왜 자신은 같은 남자를 상대로, 이성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남자를 상대로 왜 부끄러워하고 있다는 말인가! 스스로에게 따지고 싶은 것이 산처럼 쌓였으나, 타키는 그것을 입도 벙끗 하지 못했다.
할짝. 그 순간, 타키의 귀에서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듣자마자 진원지로 짐작되는 곳에 재빨리 고개를 돌려보니 코헤이타가 타키의 머리카락 끄트머리를 잡아 핥고 빨고 있던 것이다. 눈앞에서 펼쳐진 아찔한 광경에 타키는 더 이상 자신의 얼굴색을 감출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당황으로 외쳤다.
“뭐, 뭐하는 겁니까!?!?”
“응? 아니, 냄새를 맡는 것도 좋지만 맛도 아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마, 맛을 알아서 어디다가 쓰려고요!!”
“기억해두면 쓸 데가 있지 않겠어? 이왕 하는 거 확실하게 하자고 말한 건 타키 너라고.”
“그, 그, 그건 그렇지만…!!”
“그럼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꺄악!”
타키가 자신의 말에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자 코헤이타는 그것을 허락으로 받아들였는지 바로 활짝 웃어버리고는 머리카락을 핥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타키의 한쪽 다리를 붙잡고 핥아대기까지 했다. 다리를 붙잡아 걸고넘어진 탓에 그대로 뒤로 자빠진 타키와, 그의 위에 올라타서는 가늘고 곧게 뻗어진 새하얗고 깨끗한 종아리에 입을 맞추고, 뒤이어 발끝에서부터 무릎까지 혀를 핥아 올라가는 코헤이타. 색정적이라는 말 이외에는 설명할 단어가 없는 눈뜨고 못 볼 문란한 광경 앞에서 일평생 복수만을 위해 살아온 터에 성적인 지식만 알고 있을 뿐, 직접적인 경험을 하지 못한 타키는 얼굴을 넘어 온 몸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자신과 코헤이타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행위들이 동성 사이라는 허용 범위를 한참 벗어났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지했다.
아, 아냐! 이것도 전부 대의를, 가문의 복수를 위해서야! 그리고 침착하게 생각하면 코헤이타 씨의 말이 맞고, 오감 전부를 익히는 것이 좋으니 확실하게 각인시키기 위해 맛을 익혀주는 것도…!!
콰득.
이제는 앞섶을 생명줄처럼 두 손으로 꼭 잡고 아랫입술을 깨무는, 마치 어느 남자에게 희롱당하는 진짜 여자 같은 자세를 취하며 머릿속에서 필사적으로 온갖 궤변과 기책을 총동원해 자신의 이성을 필사적으로 설득하려던 타키였으나, 그마저의 가련한 노력마저 끊어버리는 깨무는 소리와, 이제는 무릎을 넘어 허벅지 쪽으로 다가가는 코헤이타의 얼굴에 타키는 깨물림 당한 통증으로 자신의 인내심이 끊어짐과 동시에 재빨리 상체를 일으켜 두 눈 가득 눈물이 맺혀진, 부끄러움이 잔뜩 넘치는 얼굴로 있는 힘껏 코헤이타의 가슴에 주먹을 찌르며 외쳤다.
“체리오!”
(중략)
“자, 잠깐만요 코헤이타 씨! 저, 더 이상은 무리라고요!”
“무리라니.”
코헤이타는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서너 아래 칸에 서서 무릎을 짚고 헉헉 거리고 있는 타키를 내려다 봤다. 목적지인 이즈모 산즈 신사로 가기 위해서는 산 정상에 위치한 신사로 가는 유일한 길인 높다랗고 긴 돌계단을 올라야 했다. 고개를 뒤로 꺾어 올려다봐도 끝이 쉽게 보이지 않는 높이를 마주하면 올라가겠다는 의지가 벌써부터 꺾일 것 같지만, 별다른 길도 없었기에 두 사람은 이 계단을 거쳐야만 했다. 여기서 타키는 혼자의 힘으로 올라가겠다며 자처한 것이다. 오오, 대단하잖아 타키! 물론 코헤이타는 여기서 타키의 결심을 칭찬해줬고, 타키도 자신이 대견한지 장장 1시간 동안 자신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평소의 구다구다를 시전 했다. 코헤이타가 적당한 타이밍에 끊지 않았더라면 한 시간은 고사하고 반나절동안 계단 밑에서 자기 혼자 떠들었을 타키였지만, 아무튼 두 사람은 나란히 돌계단을 밟고 올라갔다.
처음에서부터 열 칸 째의 돌계단을 올랐을 때 쯤, 왕복 마라톤을 다녀온 사람처럼 타키가 호흡곤란과 땀범벅으로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는 말이다.
아직 함께 지낸지 두 달 남짓 지나지 않았지만, 지금껏 타키를 곁에서 지켜볼 때마다 매번 코헤이타는 타키의 체력이 자신은 물론이고 일반인 이하라는 것을 자각해갔다. 그리고 이번에도 코헤이타는 타키의 빈약함에 대해 한심함을 다시 품게 되었다. 이런 체력은 여자여도 심각한데 실제로는 남자인 체력이 이 모양이라니, 그야말로 통탄스러운 일이다. 그래도 코헤이타는 일단은 주종 관계이니 타박하기보다도 자리에 쭈그려 앉아 밑에 있는 타키와 시선을 맞춰 말했다.
“그럼 업어줄까?”
“어, 업어준다니! 그건 안 돼요!”
“어째서?”
“그, 그게… 여자가 남자 뒤에서 끌어안는 파렴치한 자세가 되잖아요!!”
“에, 그런 거야?”
업어주겠다는 코헤이타의 제의에 바로 타키가 파렴치를 언급하며 결사반대를 하자 코헤이타는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실 겉으로 내뱉은 거절의 이유는 그러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업히는 자세는 상대의 뒤에 밀착하기에 자칫해서 자신의 중요 부위가 닿아 상대가 자신의 성별에 대해 눈치 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그러했고, 또 다른 이유는 어린애도 아닌데 지쳤다는 이유로 업힌다는 것은, 스스로도 제 체력이 약골이라는 점을 납득하는 것을 넘어 뻔뻔하게 내세우는 타키라고 해도 최소한으로 남아있는 남자로서의 미약한 자존심이 허락지 못했다. 물론, 겉으로 내놓은 변명이라고 해도 부끄럽다는 이유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음… 그러면 이렇게 하면 되겠네!”
“네?”
그런 연유로,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며 함께 계단을 오를 대체 방법을 찾던 중, 코헤이타가 어떤 묘안을 떠올리고는 바로 주먹을 탁 치며 타키를 그대로 안아 올렸다. 한 손은 허리를, 다른 한 손은 다리를 받치고 들어 올린 그 자세는, 오늘 날에 ‘공주님 안기’라는 자세로 불리며 연인 사이에서의 로망이라 불리는 이상적인 자세이자 다른 의미에서 업는 것보다 파렴치한 자세로 통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러나 코헤이타는 앞서 반복해서 언급했다시피 섬에서 살아와 기초적 지식이 극도로 부족했고, 타키도 아직은 공주님 안기의 숨은 의미와 일반적인 시선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서 여전히 코헤이타의 품에 안기는 것은 쑥스럽지만, 업는 자세보다 더 나은 대안이었기에 바로 눈을 빛내며 이런 수가 있었다니! 라며 감탄사를 뱉어냈다.
“오오, 과연! 이러면 업는 자세보다도 덜 파렴치하겠네요! 저, 그런데 무겁지는 않으세요?”
“냐하하!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마! 어차피 타키는 다른 녀석들보다도 가볍잖아. 이정도가 딱 좋다고! 좋아, 그러면 서둘러서 올라가볼까? 이케이케 돈돈!!”
“자, 잠깐만요 코헤이타 씨, 계단에서 뛰는 건 위험… 꺄아아악!!!”
그렇게 타키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려 본격적으로 계단을 오르기 위해 특유의 기합소리를 외치며 엄청난 속도로 계단을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한 코헤이타가, 바로 꼭대기에 위치한 토리이 앞에서 손님이 오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 채 평소처럼 느긋이 낙엽 청소를 하고 있던 신사의 신주, 젠포우지 이사쿠와 정면 추돌이라는 대형 사고를 일으키기 까지는 불과 3분조차 걸리지 않았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