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 트라팔가 로우의 생일을 기념해서 올리는 코라로우 입니다.
작중에서 나오는 생일에 대한 설정은 스토리 진행을 위해 임의로 설정한 겁니다.
마지막으로 2015년에도 생일 축하해 로우8ㅁ8!!!
“그러고 보니 로우는 생일이 언제야?”
과거의 언젠가, 호박납 병을 치료해줄 의사를 찾기 위해 노스 블루의 모든 섬들을 헤집고 돌아다니는 둘만의 고단한 여행을 한창 나아가고 있는 초겨울의 앞에서 코라손은 이제 막 하루 종일 넘치도록 쌓은 피로를 수면제 대용으로 삼아 잠들려고 했던 로우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질문 뒤에 코라손이 나뭇가지를 둘로 부러뜨려 모닥불 안에 넣는 것을 잠시 지켜본 로우는 모포 안에서 뒤척거리며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
“그야 당연히 로우에 대한 걸 많이 알고 싶으니까 그렇지! 생각해보니 생일 같은 기본적인 것도 아직 알지 못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되었지 뭐야.”
“코라 씨다운 뒷북이네.”
“그러지 말고 가르쳐주라.”
코라손은 로우의 가벼운 힐난에 잠시 찔린 듯 뒤로 주춤거렸다가 바로 로우가 있는 쪽으로 상체를 숙여서 대답을 재촉하는 일환으로 거리를 좁히자 그것에 깜짝 놀라 약간의 부담과 뜻 모를 부끄러움을 느껴버린 로우는 재빨리 모포를 얼굴을 반쯤 가릴 만큼 잡아 당겨서 숨어버리다가 두 눈만을 슬쩍 내밀었다. 그리고는 이제 코라손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많은 헌신을 쏟아 붓고 있는 좋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생일 정도는 가르쳐줘도 괜찮겠지, 하는 짐짓 가벼운 생각으로 쉽게 답해줬다.
“10월 6일.”
“헤에. 10월 6일이구… 에, 잠깐. 10월 6일이라면 바로 저번 달이잖아!!”
로우의 생일을 듣게 된 코라손이 알겠다는 의미로 고개를 몇 번 끄덕거리다가 로우의 생일이 바로 저번 달이었다는 사실을 한 박자 늦게 깨닫고는 경악한 나머지 꽥 소리가 날 정도의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다가 실수로 모닥불을 밟아버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어깨에 걸친 털코트로 불이 옮겨 붙고 말았다. 어쩐지 오늘은 담뱃불에 몸을 태우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나 싶었더니 하루가 지나기 전에 기어이 화재 사고를 잊지 않고 일으키는 코라손의 덤벙거림에 로우는 재빨리 익숙한 반응으로 모포를 걷어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같이 허둥지둥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게 되었다.
잠시 뒤, 간신히 불을 끈 두 사람은 아직 남은 불씨를 이용해 다시 새롭게 모닥불을 피우고 나서 서로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어째서 저번 달에 생일이라고 알려주지 않은 거야?”
“그 때는 아직 코라 씨랑 친해지기 전이었으니까.”
“아, 그런가.”
“그리고 지금에 와서 생일이 무슨 의미가 있어. 어차피 내년에 올지 모르는 생일 같은 거, 축하해봤자 하나도 안 기쁘다고.”
로우는 잔뜩 기어 들어가는 우울한 목소리로 푸념을 늘어놓다가 몸을 두르는 모포 자락을 더 세게 움켜잡고는 그대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과 같이 천진난만한 웃음으로 모두와 함께 즐겁게 생일을 맞이하던 시절이 로우에게도 분명 있었다. 부모님이 자신을 위해 손수 제작한 케이크를 준비하고, 여동생이 서툴지만 열심히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친구들과 수녀님이 자신을 위한 선물을 잔뜩 들고 찾아와 생일 축하한다는 인사를 미소와 함께 밝게 전해줬다. 모두가 함께 로우가 태어난 10월 6일을 축하했고, 그 하루의 주인공이 된 로우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서 마음껏 축하를 받아 생일이기에 받을 수 있는 특혜를 누리며 걱정 없이 행복에 젖었던, 그런 아름답고 소중한 시절이 분명 존재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그 날의 행복은 이제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자신과 함께 있어준 사람들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매년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있던 생일도 더는 찾아오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하루가 지날수록, 해가 바뀌고 생일이 다가올수록 로우는 더없이 두려웠다. 자신이 태어난 날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은, 병마에 걸린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는 그저 있어서는 죽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잔혹한 의미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난달의 생일에 로우는 처음으로 눈물 젖은 생일을 보냈다. 과거에 자신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해준 가족과 친구들의 부재를 뼈저리게 절감하고, 올해를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더는 그 날과 같은 생일이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절망으로 빚어진 눈물을 로우는 케이크를 대신해 입 안에 우겨넣었다. 아이의 입안으로 퍼지는 것은 케이크의 달달함이 아닌, 눈물의 짠맛이었다.
로우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는 깊은 슬픔과 절망,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에 코라손은 바로 울컥한 표정으로 로우의 어깨를 붙잡고 자신에게로 바로 돌려 로우의 안에 남아있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을 전부 몰아내려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내년에도 반드시 생일이 올 거니까!! 병을 치료해서, 완전히 건강해져서 열한 번째 생일을 맞이할 테니까!!”
“코라 씨….”
“좋아! 올해는 로우 생일을 못 챙겨준 만큼 내년에는 올해 못 챙겨준 만큼 성대하게 생일 파티를 할 테니까 각오하라고! 로우가 갖고 싶어 하는 것들도 전부 생일 선물로 줄 테니까!! 그러니까 까먹지 말고 어린애답게 생일 파티나 기대하고 있으라고.”
내년에도 로우가 생일을 맞이할 것이라는 확신에 찬 말투로 로우의 생일 파티를 미리 선언하며 두 손을 허리에 얹고 등을 곧게 펴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이는 코라손의 모습에 로우는 잠시 벙 찐 얼굴로 그를 올려다봤다. 병을 치료해 주겠다는 이야기부터 내년에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겠다는 말까지. 하나부터 열까지 코라손이 로우에게 하는 말은 희망과 이상이 가득 찬 미래에 대한 이야기들뿐이었다. 로우는 그의 말에서 어렸을 적에 라미와 함께 매일같이 읽어나갔던 노스 블루의 유명한 거짓말쟁이 이야기를 떠올렸다. 사람들에게 온갖 꿈같은 허풍을 늘어놓다가 결국 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며 죽어버린 어리석은 거짓말쟁이. 거짓말쟁이는 마지막까지 바보 같은 미소를 잃지 않고 죽을 때까지 허풍에 찬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로우는 당시 그 이야기를 읽었을 때 거짓말쟁이를 한심하게 여겨 죽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지만, 옆에서 읽던 라미는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면서 그의 말대로 황금의 도시는 존재할 것이라 믿었다. 그런 라미의 말을 들은 남매의 부모님은 어떤 훈계도 늘어놓지 않고 그저 웃으며 라미의 말대로 정말 꿈의 도시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만을 상냥히 말해줬다. 그리고 말은 그렇게 했어도, 로우 자신도 그 거짓말쟁이의 이야기가 사실이기를 내심 바랐다. 이루지 못할 꿈같은 이야기이기에 믿기 힘들고 실현시킬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렇기에 그 말 한 마디마다 마음을 흔들게 하는 알 수 없는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았다. 로우에게 있어서 코라손은 동화 속의 거짓말쟁이였다. 있을지도 모르는 꿈같은 이야기로 자신을 현혹시키려고 하면서 그 안에 어떤 사심도, 의심도 존재하지 않는, 우직하게 진실이라고 믿으며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사실 같은 거짓말을 해주는, 그런 거짓말쟁이 말이다.
“코라 씨는, 꼭 노랜드 같네.”
“어? 노랜드라면 그 동화의 노랜드?”
“생일 선물, 지금 미리 말해도 괜찮아?”
“그야 물론이지! 뭐든 말해봐! 꼭 물건이 아니더라도 괜찮으니까.”
아직 로우가 생일 선물을 말하지 않았는데도 벌써 다 듣고 이루어주겠다는 근거 없는 호언장담을 늘어놓는 것처럼 가슴을 펴고 주먹으로 떵떵 치는 코라손의 과장된 태도를 보자 로우도 그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병으로 우울해진 자신을 조금이라도 웃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과장스럽게 행동하거나 자신의 능력을 사용한 우스꽝스러운 재주를 선보여 밝은 분위기를 조성하려고 노력하는 코라손의 의도를 이미 잘 알고 있는 로우이기에 그런 코라손의 행동에 어쩔 수 없이 웃으면서, 더욱이 어렸을 적의 동화책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 날에, 가족들과 다 같이 둘러 앉아 읽었던 추억의 동화책과 지금의 자신과 함께 여행을 다니고 있는 그 책 속의 주인공과 비슷한 광대 같은 남자. 로우는 마치 자신이 동화책에 들어온 것 같은 낭만적인 기분이 생겨든 덕분에 조금 전까지 품었던 우울한 심상을 한껏 몰아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실현될지도 모른다. 로우는 처음으로 코라손의 말에서 희망을 더듬어 잡아보면서 그것을 쥔 채로 그의 질문에 대답해줬다.
병에 걸리고 혼자가 된 이후 제 입으로 말해보는 ‘미래’에 대한 기대였다.
“트랑아! 오늘이 네 생일이라면서?”
한참 연회를 즐기다말고 자신에게 찾아와 불쑥 말을 걸어온 루피의 깜짝 등장에 로우는 하마터면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잔을 놓칠 뻔 했지만 반사 신경을 발휘해 간신히 잔의 손잡이를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루피의 말을 금방 이해하지 못해 찌푸린 얼굴로 루피를 바라볼 뿐이었지만 순식간에 다른 동료들이 몰려들어와 오늘이 생일이냐는 루피와 비슷한 질문을 연이어 제 앞에 쏟아놓자 로우는 당혹스러운 기분으로 오늘이 며칠인지 속으로 되짚어 보다가 그제야 오늘이 10월 6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 사실에 로우는 속으로 내심 크게 놀랐다. 10월 6일. 공교롭게도 오늘은 트라팔가 로우의 26번째 생일이자 그가 13년간의 악연을 끊어내고 코라손의 원수를 갚은 날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의미를 추가하자면, 오늘에서야 비로소 로우는 기억 속의 코라손과 같은 나이가 되는 것이다. 그 여러 의미가 담긴 오늘에 로우는 잠시 묘한 기분이 들어 멍하니 있다가 불현듯 어떤 의문을 떠올리고는 계속해서 로우를 붙들고 사실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확인하고자 금세 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아 닦달거리는 루피에게 말했다.
“그런데 오늘이 네 생일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지?”
“아까 저 녀석이 가르쳐 주던데? 너랑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며.”
로우의 말에 루피를 대신해 대답한 프랑키가 손가락으로 무리들 사이에서 돈 사이의 옆에 앉아 그에게 홀딱 반한 표정으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베이비 5를 가리켰다. 저 녀석이었나. 로우는 순식간에 몰려드는 가벼운 두통에 끙 소리를 냈다. 확실히 로우는 과거 돈키호테 패밀리에 있던 시절에 그녀가 억지를 부려 하도 조르던 통에 알려준 적이 있었다. 분명 자신이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 가볍게 떠들어댔을 테지만, 로우는 타인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나불거리는 것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기에 잠시 힐난에 찬 눈초리로 그녀가 있는 곳을 노려보다가 이미 그녀의 성격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에서 포기했기에 금방 눈길을 거두고 한숨을 쉬었다. 어쨌든, 베이비 5에게 들은 이상 시치미 떼기도, 아니라고 잘라 말할 만큼 중요한 사안도 아니었기에 로우는 일단 루피의 확인 차 물어오는 질문에 답해줬다.
“그래. 확실히 잊고 있었지만 오늘이 생일이긴 하군. 그런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러는 거지, 밀짚모자야.”
“당연히 의미가 있지!! 오늘이 바로 트랑이 생일이잖아. 생일은 무조건 축하해줘야 하는 날이라고!!”
“해적으로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 그런 태평한 짓을 할 리가 없잖아.”
“좋았어!! 오늘은 트랑이 생일인 만큼 다 같이 파티인거다!!!”
“우오오오오!!”
“결국 네 녀석은 그저 연회를 벌일 이유를 늘리고 싶은 것뿐이잖아!!”
로우의 생일을 핑계로 연회의 흥을 돋우는 루피의 선언에 로우는 바로 자신의 생일을 팔아먹는(?) 그의 행동에 바로 따지고 나섰지만 이미 루피는 인파의 한가운데에 뛰어들어 웃고 떠드는 것에 정신이 없었다. 그런 루피의 행동에 대해서는 이미 동맹을 맺은 시점부터 질리도록 봐온 덕분에 어느 정도 적응은 되었지만, 역시 많은 사람들과 떠들썩하게 즐기는 상황은 익숙지 못했다. 그러고 보면 생일날에 이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어렸을 적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보낸 몇 번의 생일에도 이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지 않았다. 코라손이 죽고 13년의 시간 안에서 거쳐 온 12번의 생일은 언제나 정적이었다. 하트 해적단이 창설된 뒤에는 선원들이 선장의 생일이라고 케이크를 들고 설치며 최선을 다해 축하해주었고, 로우도 자신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해적단 선원들의 정성에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껴 그것에 보답하고자 최대한 어울려 주었지만, 그들만의 작은 축제가 끝나고 나게 되면 로우는 자신의 가슴 안에 묵직이 눌러 앉아있는 불안과 초조함을 느꼈다. 열 두 번의 생일 속에서 로우는 단 한 번의 여유도, 진정한 기쁨도 누리지 못했다. 반드시 복수를 이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그가 생일을 즐길 수 있는 여유와 행복을 빼앗아갔던 것이다. 호박납 병에 걸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날을 두려움 속에서 기다리며 날을 세는 시절에 보냈던 생일만큼이나 그는 불안했고, 외로웠고, 그리웠다.
코라손은 끝내 로우의 생일을 영영 축하해주지 못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로우는 기분 전환을 위해 모두가 떠들썩하게 놀고 있는 틈을 타 조용히 일어나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해변가로 자리를 옮겼다. 복수를 이루고, 26번째의 생일을 맞이했다는 사실을 자각하자 로우는 도무지 심란함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로우의 기억 속에서는 여전히 내년의 생일을 성대히 축하해주겠다고 자신만만해하는 코라손이 선명히 남아있었다. 그러나 결국 코라손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로우에게 수술수술 열매를 남기고 죽어버렸다. 마치 자신을 대신해 죽어버린 것처럼, 때 늦은 생일 선물로 수술수술 열매와 늘어난 목숨을 전해준 것처럼 그렇게 로우에게 그동안 주지 못했던 생일 선물과 같이 많은 것을 남기고 떠났다.
[그럼, 내년에도 함께 있어줘.]
그런 것들보다도, 당신이 내 곁에 있어줬으면 했는데.
어린 시절, 내년의 생일 선물을 물어보는 코라손의 질문에 수줍게 답했던 그 말을 떠올리며 로우는 손에 든 술잔을 입에 가져다 대어 바로 삼켜 마셨다. 조금 전까지 달달한 맛이 느껴졌던 술이 지금은 독하게 목구멍으로 넘겨져 쓰라림을 남겼다. 그는 결국 로우가 가장 원했던 선물을 주지 못했다. 로우의 거짓말쟁이는 자신에게 전해준 모든 거짓말을 사실로 만들어줬으면서도 유일한 거짓말만을 남긴 채 허무히 떠나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로우는 코라손을 원망하지 않았다. 그가 남긴 선물은 지금도 로우에게 이어져 남아있었다. 자신의 목숨과 수술수술 열매의 능력. 코라손이 남기고 간 그 두 가지가 자신에게 있는 한, 코라손은 여전히 제 곁에 남아있었다. 센고쿠와 만나 코라손에 대한 생사를 제대로 확인하고, 그를 계속 기억해달라는 부탁을 받음으로서 로우는 그의 생사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정리함과 동시에 자신의 안에 있는 코라손을 소중히 간직하겠노라 다짐했다. 어린 시절 읽은 동화책의 이야기가 추억으로 남겨진 것처럼, 자신과 코라손과의 인연도 추억으로서 계속 남아있기를 바랐다.
“코라 씨, 나 드디어 제대로 생일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그가 자신에게 남겨준 거짓말은 기적처럼 사실이 되어줬다. 로우는 바다를 향해 술잔을 뻗었다. 오늘에야 비로소 로우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확실히 마주볼 자신이 생겨났다. 복수가 목적이 아닌 미래에 앞으로의 자신이 얼마만큼의 생일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로우는 오늘만큼은 자신의 생일을 만끽하고 싶었다. 자신이 지금까지 코라손이 남겨준 목숨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26번째 생일이자, 진정으로 되찾은 자유를 품고 새롭게 살아가는 첫 번째 생일이라는 의미 깊은 날이었다.
그래서 로우는 오랜만에 편안함이 가득 찬 옅은 미소를 지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26번째 생일 축하한다, 트라팔가 로우.”
그 말이 끝나자 드레스 로자의 바다가 크게 넘실거렸다. 바다 또한 과거의 주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진 한 남자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