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님과의 연성 교환으로 쓴 오소이치입니다.
요새 오소마츠상 보고 있습니다. 이정도로 빠질줄은 몰랐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장남하고 오남을 양옆에 끼면서 덕질하고 있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먼산)
무릇 계기라는 것은 거창한 명칭과는 상반되게 들여다보면 기대와 달리 사소하고 의미를 알 수 없는 일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여~ 살아있냐?”
경박하고 친숙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리자 이치마츠는 힘없이 푹 수그렸던 고개를 내키지 않은 기색으로 들어올렸다. 그의 눈에 비쳐 보인 것은 자신과 똑같은 얼굴이지만, 좀 더 생기 있고 장난기가 들어 넘치는 쌍둥이 형제 중 장남의 얼굴이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시선을 사선으로 내려놓는 것으로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 모습에 오소마츠는 눈을 살짝 크게 뜨다가 어깨를 의미도 모르게 으쓱거리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는 동생의 말 없는 시선처리 하나로 상황을 납득한 모양새였다. 이치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이번에도 이상한 장남이란 속내의 혼잣말과 함께 슬쩍 훔쳐봤다. 자세히 뜯어보지 않고 그냥 있는 그대로 살펴봐도 이치마츠의 몰골은 명백히 학교 뒤편 소각로에 반강제로 끌려 나가 집단 구타를 당한 뒤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버려진 만신창이의 모습인데도 오소마츠의 반응은 이치마츠 쪽이 무안해질 정도로 담백하게도 그것이 전부였다. 다른 형제들이라면 어떤 반응일까. 카라마츠와 쵸로마츠라면 놀라 당황해 다친 데를 살펴보며 대체 누가 너를 이런 꼴로 만들었냐고 자초지종을 물어볼 테고, 쥬시마츠와 토도마츠라면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그를 대신해 저들끼리 눈물을 펑펑 쏟아냈을 거다. 정석적인 형제의 반응은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오소마츠는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웃을 뿐이었다. 웃으면서 이치마츠와 눈을 마주했다. 이치마츠는 그런 큰 형의 미소와 눈빛이 불편했지만, 싫어할 수가 없었다.
엿차. 요란스런 추임새로 함께 오소마츠는 이치마츠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찢겨진 쓰레기봉투 사이에서 쏟아져 나오는 쓰레기들과 구정물, 악취가 그득한데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익숙하게 동생의 옆자리를 차지했다. 그리고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호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오소마츠가 꺼낸 것은 담배갑과 라이터였다. 동생이 보는 앞에서 태연자약하게 그런 물건들을 꺼내는 오소마츠의 행동에 이치마츠는 저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담배갑과 오소마츠의 옆얼굴을 번갈아 쳐다봤다. 사실 그렇게 예상 못한 일도 아니었다. 가끔씩 옷걸이에 정갈히 걸려있는 오소마츠의 교복 마의에서 은근히 맡아지는 담배 내음을 통해 이치마츠는 이전부터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라 다른 형제들도 마찬가지였다. 장남이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남은 동생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기정사실화 되었다. 그러나 그 일에 직접적으로 나서서 터치하지 않았다. 알게 되면 가장 먼저 난리치며 잔소리를 쏟아냈을 쵸로마츠마저 심증은 있으나 구체적인 물증이 없어서인지 못마땅한 눈빛으로 적당히 하라는 말만 툭 던지고 갔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그런 남동생의 걱정 어린 잔소리를 평소처럼 적당히 흘러 넘겼다.
담배갑을 위아래로 탁탁 털어 담배 하나가 밖으로 솟아나도록 유도하던 오소마츠는 문득 자신의 옆으로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봤다가 동생이 자신의 담배갑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쵸로마츠한테는 비밀이다. 그 녀석 요새 증거 잡아내려고 벼르고 있는 기세라서 말이지.”
쵸로마츠 형한테는 비밀이지만 자신한테는 비밀이 아니라는 건가. 이치마츠는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구태여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오소마츠는 이제 담배를 입에 물고 익숙한 손놀림으로 라이터를 켜서 담배 끝에 불을 붙인 뒤 길게 빨아마셨다가 다시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의 입술 사이로 날숨과 함께 희뿌연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새어나왔다. 독한 담배 연기가 자신의 후각을 따갑게 자극하자 이치마츠는 기침을 연신 내뱉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라, 이치마츠. 담배 연기 싫어해?”
“좋아할 리가 없잖아.”
이치마츠에게는 당연한 이야기였다.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녀석들 중 절반 이상이 담배를 피웠다. 그들 아래에 짓밟히면서 맡을 수 있는 담배 연기는 너무도 독해서 숨을 쉴 수 없게 만들었다. 자신의 숨통을 조여 오는 그 냄새를 좋아할 리 만무했다.
“에에~ 그래도 이거 익숙해지면 괜찮다고. 어때, 한 번 이 기회에 형아와 함께 공범자가 되는 건? 안 그래도 나중에 쵸로마츠한테 들켰을 때 혼자 잔소리 듣는 게 싫었단 말이지~”
“겨우 그딴 이유 때문에 동생한테 담배 피는 걸 권유한다는 거야.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진짜 쓰레기네.”
“자, 자. 그렇게 튕기지 말고 한 번 피워보라고.”
“싫다니까! 그런 걸 피워봤자 달라지는 게 뭐가 있다고….”
자꾸만 자신에게 담배를 권유하는 오소마츠를 뿌리치며 역정을 내던 이치마츠는 갑자기 물밀려 들어오는 회의감과 서글픔에 말꼬리를 흐려 문장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입술을 꾹 깨물었다.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앞으로도 자신은 계속 질 나쁜 녀석들에게 불려나가 병신 같이 반항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얻어터질 것이며, 책상에는 자신에 대한 일방적인 비방이 커터칼로 파낸 굵직한 낙서들로 적혀있을 거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교과서를 버리고, 신발장에는 죽은 쥐나 벌레가 들어가 있지 않나 엿봐야하고… 그리고, 그리고… 이치마츠는 지금껏 자신이 겪어 온 괴롭힘의 기억들을 쭉 나열하다가 애써 감정을 무디게 해서 자각하지 못하게 만들었던 연약한 감정들 중 일부를 일깨우고 말아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그대로 둥글게 몸을 말아버려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왜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까. 계속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걸까. 이치마츠는 갈 곳 없는 원망을 속으로만 꾹꾹 눌러 담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 안에 무력하게 놓여 진 자신이 지독히도 미웠다.
“그만 꺼져. 형도 이런 쓰레기 같은 동생 꼴 같은 거 보고 싶지 않잖아.”
울음을 억누른 목소리로 이치마츠는 간신히 말을 쥐어짜냈다. 이런 한심하고 나약해빠진 자신의 모습을 다른 형제들에게, 특히나 오소마츠 형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말을 걸지 말고 그냥 지나칠 것을 왜 자신의 옆에 앉아 계속 평소처럼 말을 걸어와 자신을 자극해 만든 걸까. 그런 생각마저 들자 이치마츠는 화풀이 삼아 자신의 안에 있는 원망을 큰 형에게 전부 퍼부어주고 싶은 심정이 울컥 치밀었다. 하지만 역시 형에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미우나 고우나 이치마츠에게는 소중한 형제였고, 철없게 굴어도 의지가 되는 장남인 것이다. 반복되는 괴롭힘으로 타인에게 많은 상처와 두려움을 얻을 대로 얻은 이치마츠에게 쌍둥이 형제들은 더없이 소중한 존재들이었다. 그러니 이치마츠는 이제 오소마츠가 자신의 곁을 떠나주기를 원했다.
잠시 간의 침묵 뒤, 오소마츠가 감정을 가늠할 수 없게 하는 낯선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뭐, 네 말대로 이런 담배 한 개 피 가지고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지.
하지만 적어도 스스로에 대한 위로 정도는 되지 않겠어?”
그 말에 이치마츠는 고개를 들어 오소마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이치마츠를 보지 않고 정면의 허한 공간 어딘가를 응시하면서 다시 한 번 깊고 고요히 담배 연기를 들이 마시더니 이윽고 소리 없이 연기들을 공중에 풀어놓았다. 신기루와 같이 천천히 가물가물 사라지는 담배 연기와 그 흔적들을 멍하니 응시하고 있어서일까.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표정 또한 당장 손을 뻗으면 아롱거리며 사라질 신기루 같다는 상념을 저도 모르게 품었다. 그래서일까, 이치마츠는 도무지 오소마츠의 옆얼굴에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 오소마츠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이치마츠를 향해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와 같은 미소인데도, 담배연기에 둘러싸인 미소는 평소와 전혀 다른 인상을 주었다.
대체 뭐지. 그저 미소 하나일 뿐인데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울렁거림을,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이치마츠는 난생 처음 가지는 오묘한 감정을 감히 무엇이라 명명해야 좋을지에 대해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오소마츠 혀….”
“아아앗!!!!! 그러고 보니 토도마츠가 불러서 찾아가는 길이었는데 완전히 깜빡했다!!!!”
이치마츠가 분위기에 취해 이끌려 무의식적으로 오소마츠를 부르려던 그 때, 오소마츠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금 전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산산이 박살내고는 자신이 이치마츠를 발견하기 전까지만 해도 토도마츠에게 얼마 전에 부탁한 미팅 주선에 대한 답변을 듣기 위해 찾아가는 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리자마자 낭패감에 머리를 감싸 쥐어 당황으로 우왕좌왕 제자리를 맴돌자 이치마츠까지 덩달아 깜짝 놀라 얼떨떨한 표정으로 오소마츠를 올려다봤다.
“으아아, 토도마츠 녀석 늦었다고 미팅 약속 무르는 건 아니겠지?? 어이, 이치마츠! 나 먼저 갈 테니까 나중에 집에서 보자고! 아, 맞다.”
지금이라도 토도마츠를 찾아가기 위해 오소마츠는 아직 길게 남은 담배를 조금 아까운 얼굴로 바닥에 떨어뜨려 한쪽 발로 비벼 끈 뒤 이치마츠에게 나중에 집에서보다는 말을 남겨두고 떠나려고 하다가, 무언가가 퍼뜩 생각났는지 다시 이치마츠에게 돌아와서는 그의 품 안에 무언가를 억지로 넣어줬다.
“그거 너 줄게. 완전 새 건데 고마운 줄이나 알아. 그럼 간다!”
그것을 끝으로 오소마츠는 급한 발걸음으로 이치마츠의 곁을 떠났다. 자신의 시야 안에서 점점 멀어져가는 오소마츠의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여전히 멍하니 앉아 가만히 응시하던 이치마츠는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숙여 오소마츠가 자신에게 떠넘기듯 품에 안겨준 것을 살폈다.
담배갑과 라이터. 방금 전까지 오소마츠의 손 안에 쥐어져 있던 것들이 당연하듯이 이치마츠의 품 안에 들어가 있었다. 오소마츠의 말대로 새 것에 가까운 담배갑과 라이터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치마츠는 그것들을 손 위에 가만히 올려놓고는 아무 말 없이 그 위에 자신이 본 오소마츠의 얼굴을 덧그렸다. 그리고는 오소마츠가 그랬던 것처럼 담배갑에서 담배 한 개 피를 꺼낸 뒤 입에 물고는 몇 번의 헛돌림을 반복한 끝에야 라이터를 켜서 신중히 담배 끝에 불을 붙였다. 그리고 자신이 조금 전에 본 오소마츠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해서 처음으로 낯선 연기를 자신의 몸 안에 가득 채워 넣었다.
콜록, 콜록!
바로 이치마츠의 입에서 목구멍까지 긁어 올라온 기침이 크게 터져 나왔다. 매캐한 담배 연기가 기도로 훅 들어가자마자 그의 몸이 받아내지 못하고 연기들을 도로 밖으로 뱉어내고 만 것이다. 난생 피워본 담배는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매워….”
이딴 걸 대체 왜 피우는 거야. 이치마츠는 그리 중얼거리면서도 다시 한 번 담배를 흡입했다. 적어도 불을 붙인 이 담배 한 개 피는 끝까지 다 피우고 싶었다. 콜록, 콜록! 연기를 마실 때마다 와르르 쏟아져 나오는 기침을 연신 뱉어내며 이치마츠는 이런 걸 능숙하고 맛있게 피워내는 오소마츠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꼬리를 물어 계속 이어나갔다. 이게 다 오소마츠 형 때문이야. 나름 학생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규칙 정도는 지키고 살았던 자신이 탈선의 상징인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도, 지독히 매운 담배의 연기로 연이어 끓은 기침을 내뱉은 것도, 그로 인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는 것도, 전부 오소마츠 형이 준 담배 때문이다.
이치마츠는 그런 식으로 어린 시절 형에게 곧잘 부렸었던 투정이 섞인 눈물을 담배 연기와 같이 조금씩 제 몸 안에 받아들였다.
* * *
후우. 이치마츠는 나른한 날숨에 담배 연기를 섞어 밖으로 전부 뱉어냈다. 백색의 연기들이 뭉실뭉실 피어오르다가 곧바로 공중에 전부 흩어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언젠가부터 기침도 없이 날숨에 섞어 담배 연기를 무난히 뱉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치마츠는 자신의 숨결 하나에 그만큼의 시간적 흐름이 일부분 들어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워졌다. 처음에는 낯설고 서툴던 것이 이제는 일상의 일부분이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 골초가 되어버린 동생을 보며 걱정 많은 삼남은 건강을 위해서라도 적당히 끊으라고 성화지만 이치마츠는 자신이 앞으로도 계속 담배를 피울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을 가졌다. 쵸로마츠 형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후우. 마지막으로 내뱉은 담배연기를 끝으로 이치마츠는 두 번째 담배꽁초를 옆에 미리 갖다 놓은 재떨이에 비벼서 껐다. 재떨이 청소를 미뤄둔 바람에 재떨이 안은 벌써 이전의 담배꽁초들로 그득했다. 이치마츠는 담배꽁초들의 무더기를 내려다보면서 자신이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를 되짚어봤다. 지금 생각해도 왜 그런 이유로 지금의 골초가 되었는지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우와, 대단하구만. 네 폐 말이야, 나중에 엑스레이 찍어보면 완전히 새까맣게 나오겠는데,”
“누구 때문인데.”
“어라, 그게 내 탓이라는 거!?”
무게감이 없는 방정맞음이 듬뿍 들어있는 방정맞은 목소리. 이치마츠는 고개를 돌려 뒷마당으로 들어오는 오소마츠를 확인했다. 머리 뒤로 깍지를 낀 채로 터덜터덜 걸어오던 그는 영차 하는 추임새를 넣으며 이치마츠의 옆에 앉았다.
쳇, 하필이면 그 자리야. 생각해보면 오소마츠는 담배 피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면 늘 처음처럼 자신의 왼편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이치마츠가 세 번째 담배에 불을 붙였다. 뒤이어 오소마츠도 주머니 안을 뒤적거려 담배를 꺼내어 입에 물고는 자신의 라이터로 따로 불을 붙여 이치마츠와 비슷하게 연기를 마셨다가 도로 내뱉었다.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에 쥔 담배갑을 확인했다. 그의 취향은 학창 시절부터 지금껏 변하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 뭐, 이 사람이라면 뭐든지 간에 언제까지 처음 그대로일 것 같지만. 이치마츠는 오랜만에 맡아보는 오소마츠의 담배 내음을 몰래 음미했다. 그와 함께 담배를 피운 횟수는 의외로 드물고, 담배 브랜드 취향이 각기 다른데다가 평소 이치마츠가 맡을 수 있는 담배향은 고작해야 자신의 담배 냄새뿐이었으니 그로서는 오소마츠의 담배 냄새를 맡는 것이 오랜만일 수밖에 없었다.
“뭔가, 오늘은 유난히 긴 하루였지.”
오소마츠는 오늘 하루에 대한 짧은 평을 남겼다. 그 말을 듣고 이치마츠는 주변을 살폈다가 금방 관뒀다. 지금 에스퍼 냥코가 쥬시마츠와 함께 욕실에서 목욕 중이라는 사실을 막 떠올렸기 때문이다. 확인이 끝나자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대로 오늘은 뜻밖의 긴 하루였다.
이치마츠는 벤치에 앉은 자신을 마주보다가 이내 씩 웃어버린 오소마츠의 미소를 떠올렸다. 예나 지금이나 오소마츠는 그대로였다. 그는 항상 기다렸다. 이치마츠가 솔직히 제 감정과 의사를 표현하기를 가만히 기다렸고, 그 대답이 어떻든 간에 그것을 존중해 받아들여줬다. 이치마츠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고, 더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면 정말로 신경 쓰지 않고 관심을 끊어버렸다. 그에게 있어서 최우선적으로 중요시 되는 것은 동생의 말이자 감정이었다. 그래서 오소마츠는 웃었다. 감정 표현이 서툰 동생이 이번 일로 솔직한 속내가 밝혀지고, 제 감정을 어떤 식이든 겉으로 드러낸 게 장남으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기쁜 것이다.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장남은 그런 사람이다.
자고로 계기는 지극히 사소하고 뜻밖의 상황에서 발생한다. 마츠노 이치마츠가 담배를 피우게 된 계기처럼, 그가 자신에게 담배를 건네며 위로해주던 누군가를 남모르게 좋아하게 된 것처럼, 무척이나 미미(微微)한 계기인 것이다.
“파하~”
갑자기 오소마츠가 이치마츠의 안면에 담배 연기를 한껏 뱉어냈다. 갑자기 제 얼굴을 훅 덮어오는 담배 연기에 이치마츠는 덕분에 당황하여 기침을 연신 내뱉으며 손 사레를 쳐서 연기를 물러냈다. 오소마츠의 담배 냄새를 남몰래 즐기고 있다 해도 기습적으로 얼굴에 연기가 몰려오면 기침부터 나오는 것이 당연했다. 이치마츠는 그리움을 찾아낼 수 있는 담배 연기 안에서 기침을 내뱉은 상황이 마치 과거의 첫 경험 때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뜬금없이 가지면서 일단 오소마츠에게 항의를 던졌다.
“쿨럭, 쿨럭, 쿨럭!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하하하, 그거 알아? TV에서 그러는데 이렇게 담배 연기를 얼굴에 뱉는 행위가 그 상대방이랑 섹스하고 싶다는 표시라 하더라고.”
키득키득 웃으면서 능청스레 답한 오소마츠의 대답에 이치마츠는 순간 저도 모르게 얼굴이 살짝 붉어지고 말아 연기를 피하는 척 고개를 돌려 제 얼굴을 감췄다. 부디 오소마츠가 어둠 때문에 자기 얼굴을 보지 못하기를 바라며 이치마츠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성난 목소리를 급하게 꾸며내어 말했다.
“아, 알게 뭐야! 그런 걸 왜 나한테 하는 건데!!”
“헤헤, 나중에 여자들한테 써먹어 보려고 연습 삼아서 해봤지.”
“그러니까 왜 나냐고!”
“…뭐, 네가 굳이 원한다면 연습이 아니라 실전이라고 해도 괜찮지만.”
…에?
지나가는 식으로 가볍게 언급한 마지막 말이지만, 이치마츠는 그 말을 흘려듣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이치마츠는 그 말을 내뱉은 오소마츠가 그 날과 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을 것 같은 착각과 비슷한 확신이 들었다.
“자, 그럼 나 먼저 들어갈 테니 너도 적당히 피우고 들어와.”
그러나 이치마츠가 고개를 돌려 오소마츠의 얼굴을 확인하고 그가 언급한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따져물어보기도 전에 오소마츠가 먼저 선수를 쳐 자리에서 일어나 이치마츠의 머리를 누르듯 쓰다듬은 뒤에 휘적거리는 발걸음으로 먼저 집에 들어가고 말았다. 그가 뒷마당에서 나와 베란다를 통해 집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형제들의 왁자지껄한 목소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분위기를 북적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치마츠는 여전히 뒷마당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손에 쥔 담배가 전부 재로 타들어가도, 쭈그려 앉아있는 통에 다리가 저려도, 적어도 자신의 얼굴을 뒤덮은 열기를 전부 잠재울 때까지는 절대로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지라 이치마츠는 무릎 사이로 얼굴을 파묻은 채로 한참 동안을 그대로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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