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조가 보고싶다고 생각하다가 정신 차려보니 나오게 된 글.
오소마츠에게 형제 이상의 감정을 품고 있는 카라+쵸로와 둘을 어디까지나 동생으로만 보고 있는 장남.
이것저것 넣고 싶은 요소들이 많았다보니 옵션으로 캐붕까지 첨가되었습니다. 주된 피해자는 아무래도 차남(...)
벽장에서 낡은 상자를 발견했다.
옛날 생각이 나서 형제들 모두가 밖으로 나간 사이 잠깐 찾을 것이 있어 집 안 이곳저곳을 들추는 과정에서 잡동사니들을 쑤셔 넣은 2층 벽장을 살피다가 발견한 그것은 먼지가 잔뜩 뒤집어 씌워진 상태로 짐작했을 때 자신 이전에는 누구도 열어보지 않았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했다. 호기심에 상자 위에 먼지를 털고 뚜껑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상자만큼이나 낡은 물건들이 여럿 들어있었다. 하나씩 살펴보니 그것들은 우리들이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과 연관된 추억의 물건들이었다. 개개인의 것만이 들어있지 않고 6형제 모두와 연관된 물건들임을 볼 때 아무래도 엄마가 따로 몰래 보관했던 것으로 보였다. 오랜만에 보는 물건들이라 나도 모르게 본래의 목적을 잊어버리고 상자 안의 물건들에 심취해갔다. 그렇게 하나씩 꺼내보며 그 물건과 연관된 추억의 향수에 젖어갈 쯤, 상자 밑바닥에 깔려있는 원고지 뭉치를 손에 들었다. 원고지 맨 첫 장에는 어린아이의 서툰 글씨체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적혀있었다. 그 제목만 읽어도 원고지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초등학생 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글짓기 시간에 우리들은 ‘좋아하는 사람’을 주제로 글을 썼다. 그 당시 어린 초등학생들이 주제를 위해 각자가 선정한 대상은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가족이었다. 필연적인 결과라 볼 수 있었다. 우리들만 하더라도 그 당시에는 우리 모두가 전부 그 자체였으니까. 그래서 나를 포함한 형제들은 「좋아하는 사람」으로 형제들과 부모님을 선정해서 창작했다. 그 때는 과제로 머리를 싸매며 원고지와 씨름을 했는데, 이제 와서 돌이켜 보면 그리운 추억이 되었다는 게 조금은 신기하다고 생각하며 원고지를 하나씩 뒤로 넘길 때 쯤, 누군가의 글짓기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 딱 한 명. 우리들 중에서 유일하게 내용이 달랐던 녀석이 있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원고지를 앞에 내밀어 자신 있게 발표했던 얼굴이, 바로 옆자리에 앉아 그 발표를 들어주던 얼굴이 이전까지 회상했던 다른 추억들보다도 선명히 떠올랐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
잊었을 거라 여겼는데, 아무래도 그렇지 않았나보다.
카라마츠는 형제들이 돌아올 때까지 한참 동안 빛바랜 원고지를 손에서 놓지 못했다.
* * *
“오소마츠 형. 쵸로마츠하고 무슨 일 있었어?”
그 말에 끊임없이 터져 나오던 둔탁한 소리가 멎어졌고, 오소마츠는 자신의 뒤에 서서 골목길 입구 앞을 막아서고 있는 카라마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주변에 가로등 없는 어두운 골목길인데도 어둠에 눈이 익어서 그런지, 아니면 저랑 얼굴이 같은 쌍둥이 형제라서 그런지 몰라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얼굴을 선명히 볼 수 있었고, 카라마츠도 오소마츠의 얼굴이 눈에 잘 보였다. 얻어터지는 소리가 멎어진 대신 끄으으 하고 애처롭게 흐느끼는 신음소리가 대신 흉하게 울려 퍼졌다. 예닐곱의 신음소리는 골목길 구석에 한데 뭉쳐져 밖으로 새어나가지 못하고 그 안을 기어 다니며 맴돌았다. 이정도면 병원에 실려 갈지도 모르겠군. 카라마츠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그들을 눈대중으로 살피며 그들의 안위를 걱정하기보다도 병원에 실려 가서 나중에 자신들에게 올 불이익을 먼저 걱정했다. 다른 사람보다 형제들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카라마츠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었다. 애초에, 오소마츠의 눈에 띄어 겁도 없이 먼저 시비를 걸어온 저쪽 잘못이 컸다.
“뜬금없이 거기서 갑자기 쵸로마츠 이름이 왜 나오냐.”
오소마츠는 그 때까지 쥐고 있던 상대의 멱살을 던지듯 놓고는 크게 다친 곳도 거의 없음에도 상대를 패는 것에 체력이 다한 건지 골목길 벽에 기대어 미끄러지듯 주저앉았다. 카라마츠는 그런 오소마츠의 옆에 다가가 앉아서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오소마츠에게 권했다. 아, 나 이 브랜드는 안 피우는데. 취향이 다른 차남의 담배를 살펴보고 오소마츠는 짧게 불평했지만 담배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인지라 그에게서 담배를 받고 불을 붙여 한 모금 마신 뒤 긴 한숨처럼 연기를 뱉어냈다. 비릿한 피 냄새 위로 담배 냄새가 얇게 덮여졌다.
“형하고 쵸로마츠가 이야기 나누던 걸 봐서 말이야. 싸우기라도 한 거야?”
카라마츠는 그리 말한 뒤에 방과 후에 연극부 활동을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때 아무도 없는 학교 신발장 부근에서 쵸로마츠와 이야기를 나누던 오소마츠를 목격했다. 공교롭게도 위치상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지 못했지만, 심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쵸로마츠의 얼굴만 봐도 그닥 좋은 이야기는 아닌 것 정도는 유추해 낼 수 있었다. 그 증거로, 오소마츠는 그 직후 집으로 바로 가지 않고 시내 곳곳을 배회하다가 불량배들을 상대로 싸움을 벌였다. 평소에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싸움을 벌이던 오소마츠였지만, 상대방이 먼저 건드리지 않는 이상 아무 이유 없이 싸움에 나서는 무뢰배는 아니라고 카라마츠는 믿고 있었다.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담배 한 모금을 더 자신의 폐 안으로 밀어 넣다가 작게 반짝이는 담배 끝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로 싸운 건 아니야. 기분 나쁜 것도 아니고, 화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기분 좋아 보이지도 않은데.”
“어쭈, 아직 이 형님의 말씀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 끊는 거냐?”
우리 차남 많이 컸네, 라고 담배를 물면서 나무라는 투로 말했지만 장난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오소마츠는 손을 뻗어 자신을 줄곧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카라마츠의 머리를 기특하다는 듯이 쓰다듬어줬다.
“쵸로마츠가 이제는 같이 안 놀아준다고 해서 형아 외롭던 참인데 우리 차남이 타이밍 딱 좋게 나타나서 기쁘다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상당히 가볍게 말한 오소마츠였지만, 카라마츠는 그가 그 말 그대로 정말 외로움을 타고 있을 것이라 쉽게 짐작했다. 항상 가벼운 언행으로 형제마저도 자신의 속내를 종잡을 수 없게 만들지만, 빙산의 일각처럼 그런 사람일수록 숨기는 것이 많다는 것을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연극부에 지내어 연기 활동을 펼치면서 수많은 캐릭터들을 연기해 본 경험이 풍부한 그는 몇 번 정도 오소마츠와 비슷한 유형의 캐릭터들을 맡아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대본 속에서만 적혀져 연기로는 드러낼 수 없거나 교묘히 숨겨야 하는 그런 캐릭터들의 숨겨진 많은 진실 된 일면들을 읽어나가며 카라마츠는 하나씩 자신의 형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의 외로움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런가. 쵸로마츠가 그런 말을 했던 건가. 다른 동생들도 아니고 쵸로마츠에게 그런 말을 들었으면 제아무리 오소마츠라고 해도 조금은 뼈아프게 들릴 수밖에 없었다. 장남으로서 동생들 모두를 두루 아끼고 동등하게 대한다고 해도 쵸로마츠는 그 중에서도 특별했다. 어렸을 적부터 오소마츠의 옆을 지키는 것은 쵸로마츠였고, 그 반대도 성립되는 관계였다. 형제이자 단짝친구처럼 항상 붙어 다니던 둘은 무슨 일이 생겼다 싶으면 가장 먼저 서로를 부르며 사소한 것이라도 함께 공유했다. ‘쌍둥이’라는 단어가 알고 보면 여섯 형제들 중에서 특히나 저 둘에게 가장 잘 어울릴 만큼, 무척이나 친밀했다. 그 사실을, 카라마츠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마츠노 오소마츠’입니다.」
초등학교 시절, 쵸로마츠는 원고지를 들고 팔을 쭉 뻗으며 크고 힘찬 목소리로 당당하게 원고지의 첫 구절을 읊었다.
당연한 말이었다. 누구라도 쵸로마츠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주제의 글짓기에 맞춰서 선정한 인물이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른 형제들은 여섯 쌍둥이와 부모님을 언급했는데도 굳이 오소마츠 한 명만을 지목한 것도, 그들의 사이가 그만큼 각별하게 가까웠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동생’으로서, ‘가족’으로서 ‘형’인 오소마츠를 좋아한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형제애인가! 아마 그 자리의 모두가 쵸로마츠의 말을 그렇게 해석했을 것이다. 그것이 지극히 당연했기에 그렇게 받아들인 것이다. 들어보면 이상한 점이 전혀 없는 완벽한 발표. 발표가 끝난 뒤 모두가 칭찬의 의미로 박수를 쳐줬고, 오소마츠는 동생의 글이 무척이나 기뻤는지 누구보다도 크게 박수를 쳐줬다. 그리고 발표는 바로 다음 순서로 넘어갔고, 모두가 그렇게 쵸로마츠의 발표를 아무 의미 없이 흘러 넘기며 추억의 일부분으로서 잊어갔다.
그러나 카라마츠는 잊지 못했다. 발표를 하는 쵸로마츠의 얼굴이라던가, 그 옆에 앉아 발표를 들어주는 오소마츠의 얼굴이던가,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얼굴이라던가.
어째서 글짓기 발표 때 쵸로마츠가 ‘오소마츠 형’이라 말하지 않고 ‘마츠노 오소마츠’라고 말했는지, 그 이유를 그 때 우리들 중 한 명이라도 알아차렸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순진했다. 순진했기에 잔혹했다. 카라마츠는 그 후로 한참이 지나서야 그 날의 추억에 숨겨진 이면의 감정들을 깨닫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은 쵸로마츠도 마찬가지였다.
“섭섭해?”
카라마츠의 질문에 오소마츠는 잠시 눈동자를 굴리며 생각하다가 답했다.
“그야, 줄곧 같이 지내던 동생이 이제 어울려주지 않는다고 하니까, 형으로서 섭섭하지. 뭐, 고딩 때가 되어서도 형제끼리 찰싹 붙어 다니는 건 좀 징그럽긴 하겠다.”
오소마츠는 ‘형’으로서 대답했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본심이기도 했다.
카라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를 이미 알고 있었다. 글짓기에서 자신을 주제로 발표하는 쵸로마츠를 보고도, 어떤 사실을 깨닫고 말아 일부러 거리를 두려고 하는 쵸로마츠의 말을 들어서도, 오소마츠는 끝까지 ‘형’으로서 ‘동생’을 바라봤다.
당연했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했고, 그래야만 했다. 형으로서 동생을 사랑한다는 사실에 그 누가 잘못되었다고 말하겠는가. 그럼에도 쵸로마츠는 그 당연함을 차마 납득하지 못해 거리를 두었고, 그런 쵸로마츠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카라마츠였다. 오소마츠가 아닌 쵸로마츠를, 더 이해해버리고 만 것이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의 진짜 의도를 알아주고, 공감하고, 그리고 마음 한 구석으로 멀어진 두 사람에 대해 비참한 기쁨을 느껴버리고 말았다. 최악이라는 말 이외에 덧붙일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 한 줌의 기쁨을 끝내 내다버리지 못해서, 카라마츠는 어쩌면 오래도록 저도 모르게 품어왔던 말을 꺼냈다.
“…그러면 내가 같이 있어줄까?”
“어?”
“혼자보다는 둘이 낫잖아. ‘하나 뿐인 형’과 함께 어울려주는 것도 차남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이라고, 「형님」.”
마츠노 오소마츠. 자신에게 있어서 하나 뿐인 형. 글짓기 발표 시간에, 카라마츠는 다른 형제들을 소개하면서 특히나 그 구절을 강조해서 읊은 것을 앞서 쵸로마츠의 발표만큼이나 뚜렷이 기억했다. 그 의미만으로도 카라마츠에게 있어서 마츠노 오소마츠는 충분히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다른 형제들은 가지지 못하고 자신에게만 통용되는 특별한 의미성이었다. 오소마츠와 어린 시절부터 함께 다니며 죽이 잘 맞았던 쵸로마츠마저도 오소마츠는 그에게 있어서 ‘유일무이한 형’이 되지 못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되지 못하도록 한 존재가 자신이라는 것이 카라마츠로서는 기가 막히기까지 했다.
그러면, 그렇게 따지자면 처음부터 오소마츠의 곁을 지키며 형제로서 함께 다녀야 하는 것은 자신이어야 하지 않을까. 카라마츠는 어느 날부터 가진 그 생각을 도무지 떨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질투일지도 모른다. 자신보다 더 가까이 그와 함께 지내는 상대에 대한 질투. 그것이 형제로서의 질투였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카라마츠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그를 대신해 오소마츠와 함께 가까이서 지낼 수 있는, 죄악감이 넘쳐나는 그 자리를 카라마츠는 손에 넣고 싶었다.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마츠노 오소마츠’입니다.」
그래, 부러웠던 거야. 카라마츠는 인정했다. 비록 자각하지 못했더라도 그 때나마 그의 앞에서 그런 말을 당당하게 선언했던 자신의 동생이, 차남으로서의 자격을 망각할 만큼 부러웠다는 것을 말이다.
“에, 뭐야, 갑자기 형님(兄貴)이라니, 꼭 야쿠자 같아서 영 좋은 느낌은 아닌데~ 이왕 다르게 불러줄 거라면 오니쨩 같이 좀 더 귀여운 쪽이 좋다고?”
“그래서, 싫은 거야?”
처음 듣는 호칭이 낯섦은 것인지 어색함으로 몸을 꼬면서 이래저래 심드렁한 반응을 보이던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잠시 말을 멈추고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윽고 시원스럽게 웃으면서 말했다.
“뭐, 이렇게 불리는 것도 나쁘진 않네. 네가 좋다면 그걸로 됐지, 뭐.”
그 말에 카라마츠는 잠시 눈을 끔뻑이며 멍하니 있다가 곧이어 진심으로 기쁜 나머지 어느 때보다도 밝게 웃으면서 평소에 허세로 들어찬 모습과는 정 반대로 잔뜩 풀어진 얼굴을 약간 붉히면서 보여줬고, 그런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자 오소마츠는 여전히 알기 쉬운 녀석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한 번 카라마츠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고프다. 얼른 집 가서 밥이나 먹자. 아, 응! 오소마츠의 말에 카라마츠도 바로 뒤따라 일어나 그와 함께 골목길을 빠져나와 나란히 집으로 돌아갔다. 오소마츠의 옆을 자연스럽게 서서 걷는 카라마츠의 모습은, 조금은 달라진 의미로 옆을 차지했음에도 자연스러움이 저절로 씌워지게 되었다.
형님. 카라마츠는 다시 한 번 속으로 오소마츠를 불러봤다.
그 호칭이 어떻게 얻어냈는지, 그 안에 함축된 의미가 무엇인지는, 오직 카라마츠만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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