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올라서 써버린 글. 글에서 나오는 뒷설정은 트위터에서 썰로 풀었던 여기를 참고해주세요.
그런데 다 쓰고 읽어보니 굳이 이 설정 쓰지 않아도 되었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적부터 토도마츠는 자주 열병에 시달렸다.
딱히 몸이 약해서 형제들 가운데 유독 앓아누운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인 체력은 쌍둥이인 만큼 서로가 동일했고, 토도마츠도 평소에는 다른 형제들처럼 활발하게 뛰어노는 것을 즐기는, 평범한 아이처럼 무난하게 건강했다. 그러나 잊을만하면 어디서 고열을 얻어 와서는 병석에 누워버리는 경우가 일어났다, 그 때가 되면 우리들은 노는 것도 전부 팽개치고 토도마츠의 주위에 모여 뜨겁고 위태로운 가쁜 숨만 연신 색색거리며 뱉어내는 막내의 아픈 모습을 걱정에 찬 눈빛으로 살피기 바빴다. 우리들이 토도마츠의 곁에 있으면 얼마 안 있어 간병을 도맡고 있는 엄마가 들어와 혹시나 다른 애들까지 병이 옮을까봐 바로 쫓아냈지만, 그래도 우리는 쉽게 물러서지 않고 방문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문틈 사이로 방 안을 살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토도마츠의 어리광은 막내라는 위치도 물론 영향력이 컸지만 그것보다도 어렸을 적 열병이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았나 하는 추측이 나오게 된다. 그래도 토도마츠의 어리광은 마츠노 가에서 용납되었고, 어리광은 그렇게 지금의 토도마츠를 만들어낸 근본이 되어줬다.
하지만 마냥 토도마츠를 걱정하는 마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는 최고의 예우를 받는 막내의 모습에 한편으로는 어린 마음에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를 가지기도 했었다. 특히나 오소마츠 형과 카라마츠가 유독 토도마츠를 많이 신경 썼다. 토도마츠가 열이 나면 두 사람이 부모님보다도 더 크게 놀라 바로 토도마츠에게 달려갔고, 심지어 카라마츠는 토도마츠를 붙잡고 펑펑 울면서 죽기 말라고 난리를 친 적이 많았다. 그럴 때마다 엄마가 몇 번이고 카라마츠에게 감기로 죽지 않는다고 안심을 시켜주는 말을 상냥히 건네줘도 카라마츠는 항상 토도마츠가 병으로 쓰러질 때마다 울기에 바빴다. 그리고 오소마츠가 괜찮다는 말을 해줘야지만 간신히 울음을 그쳤다. 토도마츠도 그런 두 사람을 많이 의지했고, 아플 때가 되면 엄마나 아빠보다도 가장 먼저 오소마츠 형을 찾았다. 그 모습에 나는 왜 토도마츠가 오소마츠 형을 찾는지 궁금해서 쵸로마츠 형 옆에서 혼잣말처럼 궁금증을 중얼거려봤고, 쵸로마츠는 그 말에 ‘장남이니까 그렇지 않을까?’라고 의문형으로 답해줬다. 그 때는 쵸로마츠 형의 대답이 가장 설득력이 있었기에 나도 그렇구나 하는 식으로 받아들였다.
토도마츠는 그 후로도 계속 열병에 시달렸다가, 중학교 졸업을 기점으로 단 한 번도 열병에 걸리지 않게 되었다. 아무 전조도 없이 갑자기 지병이 나아버린 토도마츠의 모습에 나는 물론이고 쵸로마츠 형도 깜짝 놀라 어떻게 나은 거냐고 물었고, 그 말에 토도마츠는 그간 형제들 몰래 따로 다니느 병원이 있었는데 그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서 나아졌다고 답해줬다. 하지만 그 말을 할 때의 순간적으로 스쳐간 토도마츠의 의뭉스러운 눈빛을 보고, 나는 토도마츠가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간파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 나는 토도마츠와 같은 열병에 시달리고 있는 중이다.
“아, 일어났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오는 말소리에 이치마츠는 가늘게 눈을 떠 입구 쪽으로 눈길을 돌리자 방 안으로 토도마츠가 외출복을 입은 모습으로 들어오는 것이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이치마츠가 처음 기억하는 오늘 아침의 토도마츠는 분명 조금 전에 약속이 있다며 일찍 나가던 모습이었지만, 체감 상 얼마 안 있어 다시 본 토도마츠의 모습은 이치마츠가 잠시 잠이 든 사이에 다녀온 모양새처럼 보였다.
“몸은 좀 어때?”
토도마츠는 그리 말한 뒤 모자를 벗고 이치마츠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태연히 자리잡고 앉는 토도마츠의 모습에 이치마츠가 평소에는 내가 이렇게 앓아누울 때면 방에 절대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녀석이 별일이다 싶어 아무 말 없이 쳐다보자 토도마츠는 그런 형의 눈빛을 읽어내고는 시원히 웃으면서 말했다.
“어제 오소마츠 형이 퇴치해줬으니까 이제 들어와도 되잖아. 정말, 길고양이한테 먹이 주는 건 좋지만 자꾸 그렇게 골목길로 들어가지 말라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고생하잖아.”
꼭 몇 마디를 덧붙여서 귀염성 없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막내의 잔소리인지 불평인지 모를 말에 이치마츠는 무언으로 일관했다. 그러면서 슬쩍 올려본 토도마츠의 얼굴은 가뜩이나 열로 흐물흐물 녹아내린 시야로 인해서 그런지 더 알아보기 힘들었다. 예전의 자신과 비슷한 처지로 누워있는 형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의문이 떠오르자마자 기분이 바닥으로 떨어져서 이치마츠는 금방 궁금증을 떨쳐냈다.
토도마츠의 병은 단순한 병이 아니었다. 간략하게 말하면, 악령으로 인한 열병이었다. 선천적으로 영력을 지녔던 토도마츠는 어렸을 적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다. 그것뿐만 아니라 귀신을 불러내는 체질을 지녔던 터에 간혹 악령까지 붙게 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로 인해 악령이 주는 악영향으로 며칠 동안 열병에 고생해야만 했다. 토도마츠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영력이 있던 오소마츠와 쥬시마츠, 그리고 그 당시만 해도 영력이 있던 카라마츠는 그런 토도마츠의 사정을 알았기에 이치마츠나 쵸로마츠와는 다른 의미에서 걱정이 더 강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 토도마츠는 서서히 영력이 약해져 중학교를 졸업할 때쯤에는 가지고 태어난 영력이 처음부터 정해진 수순처럼 자연스럽게 소멸되었고, 지금은 귀신을 전혀 볼 수 없는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그래도 어렸을 적에 고생한 경험이 일종의 트라우마로 남았고, 귀신이 실존한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잘 알고 있어서 지금도 어두운 곳에 혼자 있거나 무서운 이야기를 싫어하게 되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토도마츠의 뒤를 이어 이번에는 이치마츠가 악령이 주는 열병에 시달리게 되었다. 망할 카라마츠. 악령으로 고생할 때마다, 그와 관련된 주제가 나올 때마다 입버릇처럼 거칠게 내뱉어지는 말이 이번에도 속에서 들끓듯이 튀어나왔다. 토도마츠의 병의 진상을 몰랐던 것처럼, 이치마츠는 토도마츠와 다르게 선천적으로 영력을 타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몇몇 형제들에게 영력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그 형제들 간의 암묵적 비밀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시절부터였다, 그 때를 기점으로 이치마츠에게 영력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그와 관련해서는 카라마츠와 함께 이런저런 일이 많았지만, 이치마츠로서는 더 생각하기도 싫었다.
“아, 방금 카라마츠 형 생각 했지?”
“무슨 소리야.”
“이치마츠 형은 카라마츠 형 생각할 때면 표정이 무시무시하잖아.”
쳇. 쓸 때 없이 눈썰미가 좋은 막내의 싱글거림에 이치마츠는 바로 불만으로 혀를 차서 고개를 돌렸지만,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려도 토도마츠의 웃는 낯이 선히 보이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혼자서 끙끙 앓다가 오소마츠 형한테 들킨 거지?”
뒤이은 토도마츠의 말에 이치마츠가 고개는 그대로 둔 채 추궁의 눈길만 보내자 막내의 가벼운 입에서 곧바로 쥬시마츠의 이름이 실토되었다. 딱히 입단속을 시킨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 마음에 들지 않은 상황에 이치마츠는 짜증에 찬 몸짓으로 괜시리 이불을 거칠게 다루는 것으로 화풀이를 했다. 안 그래도 이치마츠는 이번에도 오소마츠나 쥬시마츠에게 상황을 말하지 않고 혼자 끙끙 앓아서 가볍게 끝낼 수 있는 걸 악화시켰다며 오소마츠에게 눈총을 받았었다. 오소마츠는 그의 성격상 이상한 곳에서 고집이 센 아픈 동생에게 대놓고 잔소리를 하지 않았지만, 퇴마가 늦어진 후유증으로 열병이 잔존해버려 악령을 쫓아낸 후에도 꼼짝없이 누워있어야 하는 이치마츠의 모습을 보고 적당히 하라는 언질과 함께 던지던 그의 눈동자에는 질책의 빛이 서렸었다. 이치마츠의 입장에서는 차라리 사정을 자세히 알지 못해 지금 이치마츠의 상태를 단순한 감기로 착각해서 몸 관리를 제대로 하라며 잔소리로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던 쵸로마츠 형이 더 심적으로 편했다.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좋은데 말이야.”
토도마츠는 억양 없는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툭하니 이치마츠의 귓가에 그런 말을 던졌다. 자기 형의 아둔함에 대한 한심함을 표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과거에 앓았던 병을 똑같이 겪고 있는 것에 대한 동정심인지는 어느 한 쪽을 고르기 어려웠다. 이치마츠에게 그런 말은 처음 듣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이전에도 비슷한 경우로 악화되어 쓰러진 적이 많았기에 형들에게서 지나가는 식으로 들은 적이 종종 있었고, 그럴 때마다 이치마츠는 과거의 기억에서 아플 때마다 주저 않고 바로 오소마츠 형을 찾던 토도마츠를 떠올렸다. 아마도 자신과 같은 고충을 겪었다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토도마츠를 떠올리는 것이 아닐까 이치마츠는 그리 짐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토도마츠는 자신에게 힘든 것이 생기면 숨기지 않고 바로 형들에게 도움을 청했고, 형들은 그런 막내의 도움을 무시하지 않고 바로 나서서 도와줬다. 이치마츠는 그런 토도마츠의 모습을 한심하게 여겼다. 자신의 나약함을 남에게 서슴없이 드러내다니, 나중에 약점으로 잡혀 이용당할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이다. 그런 식으로 이치마츠는 한 때 자신의 막내를 비관적으로 비뚤어진 시점에서 바라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선은 자신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기만에 불과했다.
힘들 때 솔직하게 타인에게 기대고자 나서는 모습은 비록 한심해 보일지라도, 어쩔 수 없는 부러움이 생겨버리는 것이다.
“혹시 남들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다는 그런 생각? 음, 하지만 이치마츠 형이 그렇게 귀여운 생각을 할 사람도 아니고 말이야.”
이번에도 어김없이 여과 없이 나오는 은근히 무례한 막내의 말에 이치마츠는 방금 전까지 이어가던 생각의 산통이 깨지면서 저런 부분에 대해서는 절대로 부럽지 않다고 덧붙였다. 평소에는 눈치가 빠르면서 제 편할 때만 일부러 눈치 없는 척하는 토도마츠의 태도는 예전부터 이치마츠가 안 좋게 보는 토도마츠의 단점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말을 던지는 돌 직구도 곁들여서 더욱 대응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치마츠는 고개를 다시 토도마츠에게로 돌렸다. 고개를 돌리자마자 두 사람은 눈이 맞아졌고, 갑자기 자신과 눈을 맞춰온 이치마츠의 나른한 눈빛에 토도마츠는 ‘어라, 기분 나빴어?’하는 의미로 고개를 옆으로 뉘였다.
“그런 생각 안 해. 다만 너처럼 그런 요령도 없고, 가지고 싶지 않은 것 뿐.”
이치마츠가 그런 대답을 내놓을 줄은 짐작하지 못했는지 토도마츠는 조금 놀란 표정을 드러냈다.
누구나 그런 요령을 타고나게 된다. 자신에게 힘든 일이 있으면 상대에게 고충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청하거나,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 자신의 힘든 점을 드러내며 어리광을 부리는 어린애의 요령. 토도마츠는 육 쌍둥이 중에서도 막내라서 그런지 남들보다 더 타고났고, 내성적이라 타인에게 다가기 앞서 겁부터 먹어버리는 이치마츠는 남들보다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 그나마 가족들에게는 내놓을 수 있었던 의지도 자라고 제각기 개성을 키워나가는 형제들을 앞에 두자 서서히 버려졌다. 그렇게 완전히 버려지듯 잃어버리게 되니 언제부턴가 혼자가 되었고, 결국 이도저도 못되어 홀로 안에 틀어박혀 웅크리는 것 밖에 못하게 된 쓰레기로 전락했다고 이치마츠는 스스로를 진단했다. 남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그런 귀여운 이유가 아니었다. 다만 그걸 먼저 꺼낼 수 있는 요령이 없었고, 가지고 싶지 않다고 자기합리화를 시킬 뿐이었다.
그에 비해 토도마츠는 여러 방면에서 요령이 좋은 인간이었고, 그 덕분에 사람들과 잘 어울려 형제들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사교를 즐기는 인간이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둘 사이에는 양면적인 차이점이 선명히 드러나게 되었고, 그런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에게 있어서 필연적으로 불편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되었다. 지금도 이치마츠는 이렇게 같은 공간에서 둘만이 대화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고, 토도마츠도 그것을 이미 눈치 채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토도마츠는 다른 형제들에게도 마찬가지였지만 유독 이치마츠를 향해 그의 내면을 찌르는 촌철살인 같은 말을 서슴없이 던지는 일이 많았다.
“흐음… 그렇네.”
몇 안 되는 이치마츠의 본심에 근접한 말을 들었음에도 토도마츠는 별 감흥 없는 모습을 비췄다. 그 뒤에 덧붙여진 의미 모를 긍정의 말에 이치마츠는 이걸로 정말 토도마츠와 대화를 더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 간신히 기력을 쥐어짜내 마른 기침을 내뱉으며 이불을 위로 거칠게 끌어올리는 작은 시위를 보여줬다.
“너 이제 시끄러워. 힘드니까 그만 닥치고 나가.”
“우와, 기껏 걱정해서 들어온 동생한테 너무한 거 아니야?”
“걱정되면 얼른 꺼지면 되잖아.”
“정말, 이치마츠 형은 요령이 없다니까. 하지만 요령이라는 건 익혀 나가면 되는 거잖아, 안 그래?”
갑자기 뜬금없는 토도마츠의 말에 이치마츠는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더 듣기 싫다는 마음이 강했기에 마지막으로 얼른 나가라고 조금 목소리를 높이고자 도로 이불을 끌어내리려던 순간, 토도마츠가 그보다 한발 앞서 이치마츠의 머리 위에 있는 이불자락과 그의 손을 함께 덥석 붙잡아 그대로 고정시켜버렸다. 토도마츠의 기습으로 반항할 틈도 없이 그의 손에 속박되어버린 상태가 되어버리자 이치마츠는 순간 당황하여 몸이 굳어버렸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뒤이어 토도마츠는 이불을 사이에 두고 이치마츠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얇은 이불 너머로 보이는 토도마츠의 실루엣과, 이불을 사이에 두고 자신의 입술 위에 내려앉은 또 다른 입술의 온기와 감촉에 이치마츠는 평소의 반쯤 감았던 눈을 완전히 떠서 이불을 축축이 젖어들게 하는 막내 동생의 숨결을 느꼈다.
그리고 이불을 사이에 둔 입맞춤은 금방 끝이 났고, 토도마츠는 이치마츠에게서 멀어지기 직전에 그의 귓가에 평소의 어리광을 부릴 때 쓰는 톤으로 속삭였다.
“먼저, 동생에게 어리광 부리는 요령부터 익히는 건 어때?”
그 말을 남기고 나서 토도마츠는 미련 없이 이치마츠에게서 완전히 멀어지고는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 곧바로 미닫이문을 열고 방 밖으로 나가 쿵쿵거리는 발소리와 함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멀리서 쥬시마츠가 토도마츠를 발견하고는 야구를 외치는 목소리가, 그 말에 웃으면서 알았다고 말하는 토도마츠의 들뜬 목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이제 다시 방 안에는 이치마츠만이 남게 되었다. 그러나 방 안에는 자기 외에는 아무도 없게 되었는데도, 이치마츠는 토도마츠에게 덮쳐진 자세 그대로 굳어버려 얼굴까지 덮어버리고 있는 이불을 거둘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설령 방 안에 아무도 없다고 해도 지금 제 얼굴을 이불 밖으로 도저히 꺼낼 수가 없어 이치마츠는 이전과는 다른 열기로 휩싸인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저 자식… 나중에 반드시 패버리겠어….”
죽어도 그딴 요령 익힐까보냐.
건방지게 형의 머리 위에 노는 막내에게 반드시 이 빚을 갚아주겠다고, 지난번 카페에서의 소동 때보다 배로 갚아주겠다고 각오하며 이치마츠는 아랫입술을 깨물면서 얼른 자신의 입술에 남아있는 숨결의 감촉과 더불어 이상야릇한 감정으로 쓸 때 없이 달아오르고 있는 제 얼굴의 열기만을 애꿎게 원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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