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화 A파트 설정 기반. 서로 만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사이가 나쁜 형사 쵸로마츠와 안식탐정 오소마츠.
“젠장.”
잔뜩 꼬여 뭉쳐진 짜증으로 형성된 낮은 욕지거리와 함께 담배가 가래침을 대신하여 바닥에 뱉어졌고, 바로 그 위에 구둣발이 찍어 눌러 필요 이상으로 거칠게 비벼져 담배꽁초의 불씨를 꺼뜨렸다. 명백히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행위에 그를 중심으로 분위기도 살얼음판 위를 걷듯 아슬아슬해져서 주변에 있던 감식관들도 곁눈질로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는 남자의 눈치를 살피기 바빴다. 쵸로마츠는 담배를 꺼뜨린 지 1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담배가 그리워지는 것을 무시한 채 자신의 발 언저리에 있는 피해자의 시신을 재차 살폈다. 가슴 정중앙을 정확히 찌른 날카로운 흉기와 당시의 상황과 더불어 번개처럼 순식간에 내리꽂혀진 죽음에 대한 공포와 고통을 재현시킨 피해자의 얼굴이 가장 먼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시체의 주변을 더불어 살펴보면 당시의 격렬했던 상황을 말해주듯 유혈이 낭자했다. 그야말로 처참한 살인현장 그 자체였다. 그러나 쵸로마츠는 피해자에 대한 동정도, 살인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도 품지 않았다. 그는 단지 사건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 쌓여가는 짜증 섞인 눈빛으로 무심히 시체를 사건의 일부로서 대했다. 범인을 잡아야 하는 형사로서 사건을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은 좋았지만, 그는 감정을 절제하기보다도 사건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인간적인 감정 자체를 가지지 못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 쵸로마츠의 태도에 대해 어떤 이들은 형사로서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말하고, 어떤 이는 너무 인간미 없이 딱딱하고 신경이 곤두서 있다고 평했다. 쵸로마츠는 그런 평들에 대해 어느 쪽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사건을 일으킨 범인을 잡아 형사로서의 실적을 올리는 것이었다. 그는 정의감보다도 자신의 실익과 명예를 위해 앞서는 남자였다. 그것은 숫제 날카로운 흉기의 형태를 닮아있었다.
쵸로마츠는 몸을 틀어서 피해자의 소지품을 감식하고 있는 감식관에게 다가가 차갑게 말을 걸었다.
“범인의 지문은 나오지 못했나?”
“네. 소지품을 모조리 조사해봤지만 피해자의 지문 외에는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몸에도 다른 누군가의 흔적이 남아있지 못했습니다.”
“그렇게까지 자랑스럽게 일일이 열거할 필요는 없네. 도대체가 아직도 범인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냐고. 어이, 피해자의 지인과 현장의 목격자는 찾아봤나?”
“그, 그게 아직 조사 중이라….”
“대체 뭣들하고 있기에 아직도 그런 기본적인 것을 조사하지 않은 거야!!”
기어가는 목소리로 아직 조사가 덜 끝났다고 말하는 후배 형사의 태도에 쵸로마츠는 그것이 기폭점이 되어 참았던 짜증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것이 벌써 세 번째였다. 연쇄 살인사건에서 아직 범인 하나 제대로 찾지 못해 첩첩산중으로 겹쳐진 난관만 산더미인데 손발이 제대로 맞지 않는 동료 형사까지 더해지니 쵸로마츠는 벌써 짜증으로 복창이 수십 번도 더 뒤집어졌다. 젠장, 젠장, 젠장! 쵸로마츠는 참았던 화를 한꺼번에 터트리자 제 몸을 주체하지 못해 쓰고 있던 모자를 벗어서 땅에 내던져버렸지만, 그럼에도 화는 쉽게 풀리지 않아 여전히 씩씩거렸다.
“어라~ 욱하는 성질은 여전하시네요, 쵸로 씨.”
그 때, 대범하게도 누군가가 짜증을 활화산처럼 폭발시키고 있는 쵸로마츠에게 가볍기 그지없는 장난어린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었던 쵸로마츠는 이제는 스트레스로 머리까지 아파오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 과연 쵸로마츠의 예상대로 그의 뒤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인물은 갈색 망토와 코트를 입고 있는 안식 탐정, 오소마츠였다. 수많은 사건에 관여했지만 탐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단 한 건의 사건도 직접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남자. 그럼에도 그가 경찰들 내에서 유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항상 긴장으로 굳어져 있는 사건 현장의 분위기를 풀어내 안식을 선사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안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 그것이 오소마츠의 방식이었다.
당연히도, 쵸로마츠는 그런 오소마츠는 무척이나 싫어했다.
“사건 현장에는 두 번 다시 나타나지 말라고 말했을 텐데, 오소마츠!”
“에이, 우리 사이에 너무 딱딱하게 그러지 맙시다, 쵸로 씨. 사건 현장 정도야 공개 입장시켜서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해줘도 괜찮잖아요.”
“유원지 입장처럼 이야기 하지 마! 그리고 쵸로 씨라고 부르지 말라고도 말했을 텐데!!”
항상 진지하게 마주해야 하는 사건 현장을 순식간에 허락도 없이 제 집처럼 멋대로 들락날락거리며 수사를 방해하고 증거를 훼손시키는데다가 자신을 ‘쵸로 씨’라는 웃기지도 않는 애칭을 멋대로 지어서 부르기까지. 오소마츠의 말과 행동들의 어느 무엇 하나도 쵸로마츠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없었다. 게다가 자신이 윽박지르며 무섭게 대해도 시종일관 어린애 같은 웃음을 지으며 평소의 페이스를 유지하니 쵸로마츠는 오히려 자신이 밀리는 입장이 된 것 같아 더욱 답답했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장소는 이번 연쇄 살인사건의 첫 번째 살인 현장에서였다. 당시 피해자의 시신을 살피며 증거를 수색하던 쵸로마츠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자신의 옆에 나란히 앉아서 제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어 자신을 놀래 킨 오소마츠의 빌어먹을 첫 인상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안식 탐정 오소마츠. 쵸로마츠는 그에 대해서 당시 현장에 있던 연로한 감식관을 통해 들었다. 그리고 감식관의 설명대로 오소마츠가 등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건 현장에 흐르던 진중한 분위기와 팽팽했던 긴장감이 순식간에 풀어져 모두가 오소마츠의 바보 같은 언행에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쵸로마츠는 그 안에서 유일하게 웃지 않은 남자였다. 안식 탐정이라니, 웃기지도 않은 소리! 그냥 쓸모없는 바보에 불과하잖아! 쵸로마츠는 기가 막혀서 몇 번이고 오소마츠의 바보 같은 행동에 태클을 걸면서 짜증을 있는 대로 드러냈고, 어떻게 해서는 분위기를 다시 원래대로 돌려내고자 오소마츠를 억지로 쫓아내기도 했지만 오소마츠는 그럼에도 기 한 번 죽지 않고 다시 현장으로 돌아와 사건 현장을 어지럽히며 쵸로마츠가 보기에는 한심하고 바보 같은 사고를 연이어 저지르게 해서 수사의 진전을 어렵게 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오소마츠는 기다렸다는 듯이 쵸로마츠의 수사 현장에 뻔뻔하게 모습을 드러내 또 한 번 분위기를 흐리게 만들었다. (어디까지나 쵸로마츠의 관점에서 봤을 때이다.)
“젠장! 또 저 자식 때문에 분위기가 이상하게 되었잖아!!”
오늘도 분위기가 속수무책으로 풀어져서 현장에 있던 감식관 및 다른 형사들과 오랜 친구처럼 웃으면서 놀자판을 만들어낸 오소마츠 때문에 쵸로마츠는 망쳐진 사건 현장에서 벗어나 한적한 뒷골목에서 저 혼자만의 화를 씩씩거리며 식혀내기 바빴다. 멀쩡히 일만 잘하던 감식관들과 형사들까지 함께 분위기에 휩쓸려서 안식에 취하니 쵸로마츠는 자기 혼자 바보들의 나라에 온 것 같았고, 바보들 안에서 혼자만 정상인이니 자신이 바보들의 바보가 된 것 같아 더 울화가 치밀었다. 시발. 쵸로마츠는 격한 욕을 내뱉음과 동시에 주머니에서 담배갑을 꺼내 마지막으로 남은 담배를 입에 물어 불을 붙였다. 담배 연기를 크게 들이켜 마시니 쵸로마츠는 그나마 이걸로 짜증이 뭉근해지는 것을 느꼈다.
“어라라~ 안 보이셔서 어디 가셨나 했더니 여기서 농땡이 피우시는 건가요, 형사님.”
“…쵸로마츠 경부라 불러라,”
기어이 여기까지 쫓아온 오소마츠의 얼굴이 보기 싫어 쵸로마츠는 차갑게 호칭에 대한 지적만을 던졌다. 흐에, 형사님은 여전히 차가우시네요. 그 말에 오소마츠는 존댓말임에도 예의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은 빈정거림으로 쵸로마츠가 있는 골목길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봐, 그런 태도가 싫은 거다. 그런 식으로 남의 영역에 아무 거리낌 없이 발을 들여서 제 멋대로 휘저어 놓는 그의 방식이, 쵸로마츠는 더 없이 싫고 불쾌했다.
“오늘따라 쵸로 씨 기분이 안 좋으신가 보네~”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어라, 그거 혹시 내 탓? 남 탓 하는 거 별로 보기 안 좋다고요, 쵸로 씨.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 줄곧 기분이 안 좋았으면서.”
정곡을 찌르는 오소마츠의 말에 쵸로마츠는 큭 하는 소리를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오늘의 그는 유난히 기분이 안 좋은 상태였기에.
“맞죠? 그쵸? 캬, 역시나~ 안 그래도 오늘 감식관 아저씨들이 나한테 하소연을 하시는데 말이죠. 남한테 애꿎은 화풀이는 하지 말아야죠.”
“누가 화풀이를 했다고…!!”
“그래서, 오늘 쵸로 씨의 기분이 안 좋은 건 왜 일까나~ 아, 혹시 그거? 욕구불만의 그거?”
“뭣, 자네 지금 무슨 소릴…!!”
“아, 아닌가? 쵸로 씨 딱 봐도 동정 같고. 그래도 집에서 자위 정도는 했을 텐데 말이지. 요새 수사가 길어져서 집에서 AV보면서 자위 못한 것 때문에 욕구불만이 되어버렸….”
유감스럽게도 간만에 펼쳐지는 오소마츠의 추리는 미완성에 그치고 말았다. 그가 문장을 전부 완성하기도 전에,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던 쵸로마츠가 무시무시한 기세로 골목길 입구에 서 있는 오소마츠에게 뛰듯이 걸어가 그의 멱살을 거칠게 휘어잡았기 때문이다. 오소마츠의 도발성 발언으로 완전히 폭발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음담패설에 면역이 되지 못해서인지 쵸로마츠의 얼굴은 당장이라도 터질 기세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을뿐더러 멱살을 잡은 손도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런 쵸로마츠의 모습을 오소마츠는 잠시 말없이 흘긋 쳐다보다가 이윽고 씨익 하는 소리가 어울릴 만큼 크게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지금까지 현장을 돌아다녔던 어린애 같은 천진함과는 전혀 다른,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한 미혹적인 것이라 쵸로마츠는 순간 인상이 크게 달라진 오소마츠의 모습에 위화감을 느껴 잠깐 주춤했다. 그리고 오소마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멱살을 잡고 있는 쵸로마츠의 손을 은근히 만지며 말했다.
“쵸로 씨도 알잖아, 안식의 탐정 오소마츠. 꼭 분위기를 풀어주는 식으로 안식을 주지 않는단 말씀. 어때? 아무래도 쵸로 씨는 몸으로 직접 안식을 주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은데.”
은유적으로 말했지만, 오소마츠가 말하는 ‘안식’이 어떤 의미인지 쵸로마츠가 모를 리 없었다.
알고 있음에도, 쵸로마츠는 자신의 손목을 지나 몸 안으로 파고드는 오소마츠의 손길을 차마 뿌리칠 수 없었다.
“그동안 나한테 쌓인 것도 많을 텐데 거칠게 해도 상관없다고? 형사님.”
그 말이, 쵸로마츠의 이성의 끈을 자르는 커팅기가 되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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