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병 소재로 색깔마츠(이치카라)
*이치→카라→?
짝사랑을 하면 꽃을 토하게 되는 병이 있다.
그냥 듣기만 해서는 흔한 도시괴담 같은 이야기지만 비현실적인 설정과는 달리 엄연히 실존하는 병이었다. 다만 무척이나 희귀한 병이기에 쉽게 접할 수 없고, 무조건 사랑한다고 해서 걸리거나 전염되는 병이 아닌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과 연관된 것이기에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알려진다고 해도 인터넷 상에서는 팬픽 같은 것에 써먹기 좋은 허구적 소재로 취급될 뿐이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그것은 엄연히 실존하는 병이다.
“우웩.”
그 증거로 여기, 그 희귀하다는 특이한 병에 걸린 인물이 분명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냐. 이치마츠는 짜증으로 중얼거리며 화장실 문 앞에 쭈그려 앉아 문 너머로 들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듣는 사람의 속도 뒤집을 것 같이 괴롭게 토하는 소리를 계속 들어봤자 좋을 것이 없고, 게다가 그 소리를 쥐어짜내는 당사자가 자신이 형제들 중에서 그토록 적대시하고 있는 마츠노 가의 차남, 마츠노 카라마츠라면 더욱 좋지 않은데도 이치마츠는 가끔씩 카라마츠가 토하러 들어간 화장실 앞에 몰래 자리를 잡고 앉아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냐아. 고양이 우는 소리에 이치마츠가 시선을 아래로 슬그머니 내리자 그와 같이 따라 나온 고양이가 그를 바라보며 작게 울었다. 쉬이. 이치마츠가 조용히 하라는 의미로 검지를 입에 갖다 대자 고양이는 그 뜻을 안 것인지 더는 울지 않고 이치마츠 옆에 꼭 붙어서 몸을 웅그리며 누웠다. 복도는 추우니 방에 들어가 있어도 되는데. 그럼에도 자신과 함께 따라 나온 고양이가 고마워 이치마츠는 둥근 고양이의 몸을 몇 번 쓸어주다가 제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겨울의 복도는 꽤나 차가웠다.
쿠소마츠, 얼른 토하고 나올 것이지. 우웩. 그런 이치마츠의 짜증을 모르기에 카라마츠는 한 번 더 목구멍에서 치밀어 오르는 소리를 토했다.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병을 알게 된 지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다. 그러나 그 한 달이라는 것은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병을 알고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뜻하는 것이지, 카라마츠가 병에 걸린 지 한 달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녔다. 아마도 병에 걸린 것은 그보다 더 오래 전의 일일 것이다.
낌새는 있었다. 평소에는 쿨 워터향이 나는 향수 냄새가 나는 카라마츠였지만, 가끔 그에게 은은한 꽃향기가 풍겨올 때가 있었다. 카라마츠 형한테서 좋은 냄새 나! 어느 날 쥬시마츠가 카라마츠에게 달라붙었다가 꽃향기를 맡고는 그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그 말에 카라마츠는 조금 당혹스러운 얼굴로 꽃집에서 오래 머물렀다가 꽃향기가 몸에 배었다는 허술한 핑계를 댔었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자주 애용하는 향수를 꺼내 제 몸에 뿌리기 바빴다. 그 대화를 구석에 앉아 가만히 듣고 있던 이치마츠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마 다른 형제들이 그 자리에 있었어도 카라마츠의 몸에서 꽃향기가 나는 것에 대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지금에 와서 되짚어보면, 아마 향수는 꽃향기를 덮어쓰기 위한 위장용으로 뿌리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꽃향기는 다른 곳에서도 맡을 수 있었다. 가장 자주 맡을 수 있는 곳은 화장실이었다. 방향제 냄새로 착각할 수 있지만 그것과는 다른, 마치 갓 피어난 꽃의 향기가 감돈다고 해야 할까. 그 향기는 유독 카라마츠가 밤중에 화장실을 쓰고 나온 다음에 많이 맡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그렇게 단순히 넘길 수 없게 된 때는, 앞서 언급한 한 달 전, 형제들 모두가 잠든 오밤중에 카라마츠가 조금 급하게 화장실로 들어가는 와중에 이치마츠의 발을 실수로 밟아버려 이치마츠가 아픔과 함께 잠에서 깨어난 날이었다. 평소에는 자신 때문에 다른 형제들이 깨어날까 이불 뒤척이는 소리도 내지 않으려고 하는 녀석이 오늘은 간을 어디다가 팔아먹고 왔는지 겁도 없이 감히 제 발을 밟고 지나갔다는 것에 이치마츠는 얼얼한 발을 감싸 쥐며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카라마츠의 멱살을 잡고 따지기 위해 밖으로 나와 그가 뛰어갔을 화장실로 직행했다. 쿠소마츠, 똥마려우면 얌전히 꺼질 것이지. 그런 식으로 카라마츠에게 퍼부을 욕들을 머릿속에 연달아 늘어놓으며 이치마츠는 화장실 문 앞에 서서 손잡이를 돌리려고 했다.
우웩.
그 순간이, 이치마츠가 카라마츠의 토하는 소리를 처음 듣게 된 순간이었다.
뭐지, 방금 그 소리는? 예상 밖의 소리에 이치마츠는 문손잡이를 돌려 열기 직전에 자신의 몸을 멈춰 세우고 귀를 쫑긋 세웠다. 우, 우웩, 케헥, 컥, 우윽, 우웨에에엑. 멱을 쥐어짜는 불쾌한 소리는 몇 번을 다시 들어도 토하는 소리가 분명했다. 쿠소마츠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토하고 있다고? 이치마츠는 당황하여 문 앞에서 뒷걸음질을 쳤다. 저녁때 먹은 것이 잘못되었나, 혹시 어디 아픈 건가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밀려들었다가 다시 빠져나가는 것을 반복했다. 카라마츠에 대해서 적대적으로 굴어도 형제가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소리에 기뻐할 만큼의 쓰레기로까지는 추락하지 않은 이치마츠였기에 어쩔 바를 몰라 차마 문을 열어보지 못하고 그 앞에서만 우왕좌왕했다. 일단 다른 애들을 깨워야 하나, 싶을 때였다.
“이치마츠?”
복도 끝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이치마츠는 깜짝 놀라 반쯤 겁에 질린 얼굴로 어두운 복도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복도에 있는 인물은 오소마츠였다. 자다가 나온 것인지 까치집처럼 엉망으로 뻗혀진 머리를 한 채로 오소마츠는 안색이 안 좋아 보이는 자신의 동생에게 다가왔다.
“화장실 앞에서 뭐하는 거야? 카라마츠도 없던데 혹시 순서 기다리는….”
웩, 커헉.
눈을 비비면서 이치마츠가 있는 곳까지 온 오소마츠는 한참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다가 화장실에서 들려오는 토하는 소리에 하던 말을 멈추고 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이치마츠는 보더니 무언가를 이해하고는 아, 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이치마츠의 손목을 잡고 지체 없이 2층으로 끌고 올라갔다. 자, 잠깐, 오소마츠 형! 남은 형제들이 자고 있는 방문 앞까지 도착해서야 이치마츠는 오소마츠의 손을 뿌리쳤다.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카라마츠는 어쩌고…. 저렇게 괴로운 소리를 내며 토하는 동생을 그대로 내버려둘 오소마츠가 아니었기에 이치마츠가 다급히 따지자 오소마츠는 대답 대신 이치마츠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쉬, 하는 소리를 내어 조용히 하라는 뜻을 밝혔다. 큰일은 아니니까 일단 지금은 평소대로 자라. 드물게 형으로서의 위엄이 두드러지는 오소마츠의 말에 이치마츠는 잠시 반감과 의혹을 띈 눈빛을 드러냈다가 자신이라고 오소마츠의 말에 완전히 거역할 수도 없었고,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에 대해서 뭔가를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에 일단은 그의 말을 따르기로 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치마츠의 끄덕임을 확인한 오소마츠는 웃으면서 어깨를 두 번 정도 툭툭 두드려주고는 먼저 방으로 들어갔고, 뒤따라 이치마츠도 잠자리로 돌아가 누웠다.
카라마츠가 다시 돌아온 때는 그 후로 10여분이 지나서였다. 장지문을 열고 들어온 카라마츠는 발소리를 죽이고 자신의 자리까지 와서는 소리 없이 이불을 덮고 누워 도로 잠들어버렸다. 그를 보면 자신의 발을 밟은 대가를 톡톡히 치러주기로 했는데, 지금 일어나서 멱살을 잡았다가는 조금 전의 일을 들켜버릴 것 같았고, 왠지 자신이 조금 전에 화장실 앞에서 토하는 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들켜서는 안 될 것 같아 이치마츠는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카라마츠에게 등을 보인 채로 누워 한참 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 날, 이치마츠는 형제들 중에서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로 전에 카라마츠가 토했던 화장실에는, 기이한 꽃향기가 맴돌고 있었다.
짝사랑을 하면 꽃을 토하는 병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 소설에서 나올 것 같은 비현실적인 병에 대해 이치마츠는 오소마츠를 통해 간략히 들었다. 희귀한 병인데다가 특이 체질을 지닌 극소수의 사람에게서만 발병하는 병이기에 세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고, 현재까지도 밝혀진 바가 거의 없는 수수께끼의 병이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마츠노 가의 육쌍둥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희귀하다는 특이 체질을 타고나고 말았다. 그리고 카라마츠에게 그 병이 발병되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를 진지하게 짝사랑한 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자신들이 그런 체질인지를 전혀 몰랐지만, 첫 번째로 발병한 카라마츠를 통해 그것이 확인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 사실을 알고 있는 것은 증상이 나타난 당사자인 카라마츠를 포함해 오소마츠와 쵸로마츠 뿐이었다. 처음 카라마츠가 발작적으로 꽃을 토하는 날에 그 자리에 있던 오소마츠와 쵸로마츠가 차마 병원에는 가지 못하고 데카판 박사를 찾아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였고, 데카판 박사는 카라마츠의 몸을 이리저리 진찰하다가 형제들도 몰랐던 숨겨진 사실을 설명해준 것이었다. 진상을 알게 되자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와 쵸로마츠에게 이 사실을 비밀로 하자고 부탁했다. 동생들에게 자신의 괴로운 모습을 차마 보여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잠시 망설이던 두 사람은 카라마츠의 의견을 존중해서 나중에 때가 되면 설명해주는 것으로 합의했다.
그리고 이제 이치마츠도 병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 후로 이치마츠는 카라마츠가 일주일에 두세 번씩 몰래 화장실로 달려가 꽃을 토할 때면 화장실 문 앞에 앉아 그가 토하는 소리를 듣는 것을 습관으로 삼았다. 형제의 토하는 소리를 들으러 가다니, 스스로가 생각해도 쓰레기로 전락했다는 것이 실감났지만, 이치마츠는 그것을 관두지 않았다.
저 소리는, 카라마츠가 사랑으로 괴로워하는 소리였다. 사랑을 꽃으로 만들어 토해내는 소리였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 차다 못해 넘쳐 흘러나오는 소리였다.
이치마츠는 병에 대해 알았을 때, 자신도 그런 체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라지 않았다. 그가 충격 받은 것은 카라마츠가 저렇게 꽃을 토할 만큼 짝사랑하고 있는 상대가 존재한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돼. 쿠소마츠 주제에 짝사랑이라니. 이치마츠는 처음에는 그것을 부정했지만, 화장실 문 너머로 들렸던 욱욱거리는 소리와 그의 몸에서 풍겨져 나오던 꽃향기가 사실을 일깨워줬다. 결국 이치마츠는 부정 끝에야 사실을 받아들였고, 그 후로 이렇게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당시 오소마츠가 설명해주면서 데카판 박사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토해낸 꽃은 짝사랑하는 상대방을 상징하는 색깔과 그 상대에 대한 마음의 꽃말을 지닌 꽃이라고 했다. 그래서 꽃을 확인하면 토해낸 사람이 누구를 짝사랑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당장 알아낼 수도 있었다. 카라마츠에게 들키든 말든 지금 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카라마츠가 토하고 있는 꽃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면 된다. 그 꽃이 빨간색인지, 초록색인지, 노란색인지, 분홍색인지 눈으로 직접 보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치마츠는 문을 열지 않았다.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말이 있다. 상자를 열지 않으면 그 안에 있는 고양이가 죽었는지 살아있는지 알 수 없다. 상자 안의 고양이가 어떤 상태인지에 대해서는 상자를 열 수 있는 상자 밖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다. 이치마츠에게 카라마츠는 상자 속 고양이였다. 적어도 상자를 열지 않으면 고양이가 살아있는 가능성을 믿고,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이치마츠는 상자를 열지 않는 것을 택했다. 열지 않으면, 적어도 불확실한 기대라도 품을 수 있다. 상자를 열어 죽은 고양이의 시체를 확인할 바에야 시체가 썩어 문드러지더라도 상자를 보며 고양이가 살아있을 가능성에 기대어 그 모습을 상상할 수 있다.
고양이의 살아있는 모습과 보라색 꽃을 토하는 카라마츠의 모습.
콜록.
이치마츠는 가벼운 기침을 한 번 토했다. 기침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몇 번 정도 더 이어지더니 이내 가래가 들끓는 것 같은 기침이 크게 터지면서 그의 입 밖으로 침 범벅이 된 무언가가 크게 울컥 토해졌다.
손 위에 놓여진 것은, 파란색 팬지였다.
이치마츠는 그것을 한참 동안 내려 보다가 몰래 주머니 안에 넣었다.
화장실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이름 모를 꽃향기에 한 가닥의 팬지향이 슬며시 섞여들었다가 소리 없이 사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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