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키병 소재로 쓰고 싶었던 커플링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이치카라, 또 하나는 쵸로오소여서 뒤이어 쓰게 된 글입니다.
*본래 하나하키병 설정에서 전개상 임의로 자체 설정된 부분이 있습니다.
*얀데레+잔인함 주의.
*급전개+캐붕도 주의(...).
짝사랑에 빠지면 꽃을 토하게 되는 병이 있다.
타고난 특이체질에서 비롯되는 희귀하고 기이한 병은 사람이 꽃을 토하게 된다는 비현실적인 면 때문인지 세간에는 도시 전설처럼 떠돌아다니지만 공교롭게도 실존하는 병이었고, 그 병을 앓을 수 있는 특이체질을 한 명도 아닌 여섯 쌍둥이 전원이 타고나게 되었다. 이정도로 기적적인 확률이 또 있을까. 쌍둥이라는 이름 아래에 정말 별의별 것을 다 닮아버리는구나. 마츠노 가의 삼남이자 그 기적적 확률의 주인공 중 한 명인 마츠노 쵸로마츠는 그렇게 생각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저 인터넷에서 떠도는 낭설로 여겼지만 눈앞에서 자신의 둘째 형이 꽃을 토하는 장면을 생생히 목격해버린 이상 병의 존재를, 자신들의 이상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병을 알게 된 후로도 달라진 점은 없었다. 짝사랑이라는 발병 전제 조건에 걸리지만 않으면 평소에는 일반인과 하등 다를 바 없었기에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들의 체질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한 것이지만 말이다.
꽃을 토하는 둘째 형의 모습을 보게 된 이후로 쵸로마츠는 자신도 짝사랑을 하게 되면 저렇게 꽃을 토하게 될까 하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제 목을 부여잡고 꺽꺽거리며 침 범벅이 되는 꽃을 토하는 차남의 모습은 그에게는 미안하게도 사랑을 토하는 낭만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 만큼 추하고, 괴로워보였다. 아마도 ‘짝사랑’이라서 그런 모습이 되지 않았을까, 하고 짐작해볼 뿐이다. 병을 낫게 하는 치료제는 현재까지 개발되지 않았다. 밝혀진 치료 방법은 단 하나, 짝사랑하는 상대에게 고백해서 더 이상 짝사랑이 아니게 만드는 것이다.
“말이야 쉽지, 그러지 못하니까 병에 걸리는 거 아니겠어?”
데카판 박사에게서 치료법을 들은 직후, 오소마츠가 그런 식의 불평을 투덜거리는 걸 쵸로마츠는 옆에서 똑똑히 들었다. 그의 말이 맞다. 고백하지 못하니까, 자신만이 알 마음을 어디에도 토로하지 못하고 속에 꽁꽁 숨긴 채 다녀야 하니까 병으로 악화되는 것이다. 꽃은 그런 짝사랑의 감정이 더는 참지 못하고 분출되어 나온 형태였다. 상사병의 일부분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을 토해내도 무의미했다. 꽃을 토해내 봤자 되돌아오는 것은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밖으로 토해냈다는 후련함이 아니라 눈앞에 구체적으로 드러나 버린 자기감정의 신세에 대한 허망함이었다.
지금처럼.
“…하아.”
쵸로마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목이 다 쉬어버린 탓에 한숨 소리에 거친 쇳소리 같은 것이 섞여들었다. 쵸로마츠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입가를 닦은 뒤 가방 안에서 라이브 이전에 사둔 생수병을 꺼낸 뒤 몇 모금 정도 남은 물을 전부 마셨다. 물을 마시니 바짝 마른 목구멍이 적셔지면서 조금 산 것 같아 쵸로마츠는 크게 숨을 뱉어냈다. 목구멍에 붙어버린 것까지 전부 위로 내려간 것 같았지만, 한 두 번의 일이 아니니 그냥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는 슬쩍 변기 안을 내려다 봤다. 냐쨩 라이브를 직관하여 한창 기분이 좋았는데 이런 식으로 끝나버려 기분이 영 좋지 못했다. 아니, 라이브가 끝난 직후에 치밀어 올라서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쵸로마츠는 복잡한 눈빛으로 계속 아래를 내려다봤다.
더러운 공중 화장실의 변기 안에는 붉은 아네모네가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이제는 까마득히 멀게 느껴질 만큼 오래 된 처음 꽃을 토한 날, 마츠노 쵸로마츠는 10년 가까이 부정으로 일관해온 자신의 감정이 버젓이 내놓은 모습에 끝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붉은색의 아네모네.
너무도 노골적인 그 빛깔에 쵸로마츠는 당혹감에 몸이 굳어져서 한참동안 꽃을 망연히 내려다보기만 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처음부터 그를 좋아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그래 처음에는 동경을 기반으로 한 형제애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순진했던 형제애가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감정으로 변모해버린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처음부터 예정된 일처럼 조금씩 달라져가는 감정에 대해 쵸로마츠는 일찌감치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을 기만하며 감정을 매도에 가까운 부정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눈앞에 떡하니 자신의 감정이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나게 되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꽃의 색깔은 짝사랑의 대상을, 꽃말은 그 대상을 향한 자신의 마음을 의미한다.
빌어먹을 아네모네. 이젠 아네모네 꽃향기만 맡아도 머리가 아플 지경이라 쵸로마츠는 아네모네가 수북이 띄워진 변기물을 그대로 흘려보낸 뒤 밖으로 나왔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오히려 남들의 눈을 피해 꽃을 토해야하는 번거로움만 생겨버렸다. 쵸로마츠는 아직도 입안에 꽃잎이 달라붙은 것 같은 찜찜한 기분으로 길을 걷다가 어느 전자제품 판매점의 쇼윈도에 있는 TV의 내용을 보고 멈춰 섰다.
TV에서는 뉴스로 이지적인 미모의 아나운서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어느 남녀 간의 치정살인을 보도하고 있었다.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다정한 연인 사이였는데, 어느 날 남자가 여자를 칼로 찔러 살해한 것이었다. 그 후 경찰에게 붙잡힌 남자는 어째서 살인을 저질렀냐는 기자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연인이 항상 자신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신도 연인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 마음이 진심인지 알 수 없어서 죽음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리고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비로소 자신도, 연인도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기뻐하는 건지 후회하는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 몇몇이 그런 남자를 보고 미친놈이라고 손가락질 했다. 그러나 그 중에서 유일하게 쵸로마츠만이 남자의 심정을 절실히 공감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을 꽃으로 만들어 토해내는 자신도 이렇게 괴로운데, 상대의 말을 완전히 믿지 못해 끝내 죽음으로서 자신과 연인의 사랑을 확인해본 그는 오죽하랴 라는 생각이 미쳐들었다.
그 때, 쵸로마츠는 자신의 목구멍으로 또 다시 올라오는 심상찮은 울렁임을 감지하고 재빨리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 그대로 또 다시 꽃을 토해냈다. 다행히 골목길 밖에서 걷고 있는 사람들은 쵸로마츠의 모습을 보고 낮술을 거나하게 퍼마신 주정뱅이의 토악질로 여기고 무시한 채 지나쳤다. 그러나 쵸로마츠의 발아래에 겹겹이 쌓여져가는 것은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토사물이 아닌 진한 향기를 품은 붉은 아네모네였다.
차라리 더러운 토사물이 더 나았을지도.
한참을 웩웩 소리를 내며 토해내던 쵸로마츠는 그런 생각으로 멍하니 자신이 전부 토해낸 수많은 아네모네를 내려다봤다. 아네모네의 독한 향기와 매혹적인 붉은 빛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언제까지, 이 지긋지긋한 아네모네에 파묻혀있어야 할까. 이젠 꽃을 토하며 자신의 감정이 결실조차 맺지 못하고 시들어지는 것을 지켜보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TV에서 봤던 남자의 눈물과 고백이 자꾸만 시야에 어른거리고 귓가에 윙윙거렸다.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자신을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어요. 설령 후회하게 되더라도.」
역시, 그 방법밖에 없는 건가.
쵸로마츠는 몽롱한 눈빛으로 말라붙은 꽃잎이 묻어난 혀를 굴려 공중에 체념을 흩뿌렸다.
처음 병에 대해서 알게 된 날. 데카판 박사에게서 병에 대한 설명을 전부 듣고 돌아가려던 때, 데카판 박사는 무슨 이유인지 오소마츠만을 따로 불렀고, 먼저 돌아가라는 말을 들었음에도 쵸로마츠는 궁금했던 나머지 문 밖에서 몰래 둘의 이야기를 엿듣고 말았다.
박사가 오소마츠에게 말하길, 이 병은 희귀한 병인만큼 표본 사례도 적었지만, 그 중에서도 극소수의 변형 케이스가 존재하는데 공교롭게도 오소마츠가 그 케이스에 속하는 인간이라고 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마츠노 오소마츠는 짝사랑을 하게 되어도 꽃을 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건 병에 걸리는 게 아니지 않냐고 오소마츠는 물었지만, 데카판 박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설명을 이었다. 꽃을 토하지 않는 대신, 꽃이 몸속에 쌓인다고 한다. 어찌 보면 토하는 것 이상으로 위험한 케이스였다. 짝사랑의 정도가 깊어질수록 몸속에 쌓여가는 꽃의 양도 늘어서 종국에는 몸에 큰 무리가 와서 쓰러질 수도 있기에 요주의가 필요하다고 박사는 오소마츠에게 신신당부했다.
그리고 설명을 들은 오소마츠는 무언가를 깨달은 듯 아아, 하는 소리를 내더니 이런 말을 남겼다.
「어쩐지~ 예전부터 속이 더부룩해서 줄곧 소화제를 먹었는데도 전혀 효과가 없는 게 그런 이유 때문이었나.」
변이된 증세도, 심각한 와중에 저런 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너무나 그다워서, 쵸로마츠는 박사의 설명을 듣고는 놀란 나머지 막 열어젖히려 했던 손길을 거둬버리고 말았다.
가벼운 언행으로 항상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처럼 여겨져도, 알고 보면 숨기는 것이 더 많은데도 숨긴다는 것 자체마저 감추는 것에 능숙한 사람이었다. 오소마츠의 그런 점에 대해 쵸로마츠는 좋아하면서도, 동시에 싫어했다. 병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였다. 몸속에 꽃이 쌓이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오소마츠는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이 태연히 사실을 받아넘겼다. 그리고 쵸로마츠는 오소마츠의 말을 듣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아챘다.
마츠노 오소마츠는, 이미 누군가를 짝사랑하고 있다.
쵸로마츠가 꽃을 토한 건, 그 사실을 알아차린 다음 날의 일이었다.
쵸로마츠는 눈을 떴다. 눈을 뜨니 자신의 주변에는 아네모네가 흩어져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번에는 아네모네의 독한 향기가 맡아지지 않았다. 다른 향기가, 좀 더 기분 좋은 향기가 풍겨와 쵸로마츠는 크게 숨을 들이켜 마셨다. 처음 맡아보는 향은 장남을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여기저리 퍼져있는 아네모네 꽃잎은 이번에는 평소보다 유난히 더 아름다웠다. 아니, 원래부터 아름다웠다. 그것을 토해내는 자신은 더할 나위 없이 추하고, 그렇게 피어난 아네모네마저 토사물보다 더 역한 향기를 풍기며 뭉개져 있는데도, 그 붉음만큼은, 유일하게 그를 상징하는 붉음만큼은 어느 꽃의 빛깔보다도 아름답게 칠해져 있었다.
핏빛을 닮은 붉은 색. 고대적 신화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이 흠모했던 사냥꾼이 흘린 피로 탄생한 꽃이라는 전설에 어울리는 붉은 색이다.
그렇다면 그 붉은색에 어울리는 사람이 피우는 꽃은 어떤 색일까.
자신의 꽃을 토해낼 때마다 쵸로마츠는 매번 몸속에 꽃을 품은 형을 떠올렸다. 차라리 꽃을 토해냈더라면 무슨 수를 써도 그 꽃을 찾아낼 텐데. 그렇게 해서 꽃의 색깔을 확인하면 적어도 기대를 가질 수도, 완전히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꽃은 토해지지 않고 그의 몸에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무도 그가 누구를 짝사랑하고 있는지 모르게 된다.
그러니,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처음부터 하나로 정해지고 만다.
“그러니까, 이건 형이 잘못했어.”
형에게 무조건 잘못을 떠넘기는 철없는 동생과 같은 울먹임에, 붉은 꽃잎에 둘러싸인 그는 자신에게는 여전히 어리기만 한, 더없이 사랑스럽고 또 누구보다 사랑하는 동생을 달래기 위해 떨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게. 이번에는 내가 잘못했네.”
그러니까 울지 마라. 쵸로마츠.
그 말을 듣고서야 쵸로마츠는 자신의 뺨에 꽃잎과 함께 흐르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무엇을 의미하는 눈물인지는, 두 사람도 모를 일이었다.
그의 갈라진 뱃속에서 흘러나온 건 붉은색이 어울리는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초록빛의 수많은 달리아였다.
아네모네 : 사랑의 괴로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달리아 : 당신의 마음을 알아 기쁩니다.
*실제로 초록색 달리아는 없지만 전개 상 임의로 설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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