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님 리퀘. 샤치+펭귄+로우 중심.
오늘도 어김없이 노란 잠수함에 아침 햇살이 쏟아져 내림으로서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
바다에 반쯤 잠긴 채 떠 있는 작은 잠수함에서 가장 먼저 눈을 떠 움직이기 시작한 인물은 펭귄이었다. 해적단 내에서 유독 부지런하고 행동력 좋은 펭귄은 다른 동료들보다도 한 발 먼저 행동하는 인물이었다. 아침 햇살을 자명종 대신으로 눈을 뜬 펭귄은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기지개를 켜고는 바로 침대에서 내려와 하트해적단의 선원이라면 해적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증표로 입어야 하는 흰색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아직 해가 뜬 것을 모른 채 푹 자고 있는 선원들 사이를 지나쳐 밖으로 나가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해적단 내의 식사는 주로 그가 책임지기 때문이었다. 물론 선원들의 식사 전부를 혼자서 만들 수 없기에 두 세 명이 함께 움직여야 하지만 그 전의 사전적인 준비는 펭귄이 스스로 맡아서 하는 일이었다. 30분 후, 어느 정도 요리의 형태가 갖춰져 가자 펭귄은 이제 슬슬 동료들을 깨울 시간이 되었다는 것을 눈치 챘다. 위생상 착용했던 앞치마를 벗어 근처에 있는 의자에 걸쳐놓은 후, 부엌에서 나와 다시 공동 침실로 돌아온 펭귄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일일이 하나씩 깨워나가기 시작했다.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지만 큰 소리를 외쳐서 매 아침마다 자신의 목이 상해버리는 일은 피하고 싶었으며, 이렇게 하나하나 손이 가게 해야지 깨어나는 동료들이기 때문이다.
“자, 자. 언제까지 잘 거야! 다들 일어나!! 얌마, 샤치. 오늘 아침은 네가 도와주기로 했잖아.”
“으음… 5분만 더….”
“안 돼, 베포. 일어나. 안 그러면 오늘 아침 없을 줄 알아.”
“흐아아아암. 일어나면 되잖아…. 매일 아침 엄마 잔소리 듣는 것도 지긋지긋 하구만.”
“좋아. 오늘 샤치 녀석 아침은 없다.”
“야, 야! 농담 한 거 가지고 그렇게 치사하게 나오냐!!”
“펭귄, 오늘 아침은 뭐냐?”
“생선 요리. 아침 먹고 싶으면 빨리 주방으로 가서 만드는 거나 도와. 이제 마무리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 전에….”
펭귄 덕분에 하나 둘씩 잠에서 깨어나 의식을 되찾기 시작하는 하트해적단의 선원들은 갑자기 자못 비장한 투로 말하는 펭귄의 말에 일동 주목하였다. 잠에서 덜 깬 이들은 아직 펭귄이 무슨 말을 꺼낼지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으며 샤치, 베포 등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이들은 펭귄의 비장함에 대한 의미를 알아차리고는 본인들도 어느 정도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펭귄은 이목이 집중되자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을 재차 이어갔다.
“…오늘은 누가 캡틴을 깨울지 결정해야 된다.”
펭귄의 말에 하트해적단 선원들은 펭귄을 포함하여 일동, 상당히 복잡하면서 회피성이 강한 표정을 지었다.
일상의 아침
W. 아르카디
트라팔가 로우. 하트해적단의 선장이자 최악의 세대 중 한 명으로 세간에 ‘죽음의 외과의’라는 이명으로 통하는 해적. 하트해적단의 선원들 모두가 자신들의 선장을 존경하며 그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각오가 되어있었다. 젊고 강인한 죽음의 외과의의 머릿속을 완전히 파악하기에는 그의 부하들로서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가 부하들이 자신에게 충성하는 만큼 그에 대한 보답을 해준다는 점은 충분히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싸울 때마다 자신의 등을 부하들에게 맡긴다. 그것은 부하이자 동료에 대한 신뢰의 증표였으며 그들은 그것에 무엇보다 기뻐하며 그의 등을 수호해주며 지탱해주는 역할을 했다. 하트해적단은 그야말로 트라팔가 로우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도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로우에 대한 무한한 충성과 신뢰, 존경, 그리고 약간(?)의 과보호성을 가지고 있는 그들도 로우의 어느 한 부분만큼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물론 선장의 단점도 부하로서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것이 매일 아침마다 전쟁처럼 일어난다면 제 아무리 충성심 강한 부하도 아침마다 한숨을 푹 쉬는 수밖에 없었다.
본론을 말하자면, 트라팔가 로우는 저혈압인 것이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체질은 다행히 당사자가 의사인 덕분에 스스로 체질 관리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아침에 일어난 직후, 혈압이 극도로 낮아 평소와 다른 컨디션에서 약을 제대로 챙겨먹고 정신을 차릴 수는 없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트라팔가 로우의 아침 직후의 모습은 그를 존경하는 선원들도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을 정도로 악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아침에 로우를 깨우지 않고 일어날 때까지 놔두면 오후까지 자버릴 수 있으며 왜 깨우지 않았냐며 불만을 들어야 했기에 그것 나름대로도 꽤나 골치 아픈 일이었다. 결국 선원들은 아침마다 로우를 깨우는 나름 막중한 인물을 즉석에서 뽑기로 합의를 보게 된 것이었다. 펭귄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더니 이내 막대기 여러 개를 손에 가득 쥐어 꺼내들었다.
“오늘은 간단하게 제비뽑기다. 하나에만 표식을 그려 넣었으니 그걸 뽑은 녀석이 캡틴을 깨우러 간다.”
“오오!!!”
“새삼스럽지만, 캡틴은 이런 식으로 우리들이 자기를 깨우러 오는 것을 회피한다는 걸 알고 있을까.”
“상기시키지 마. 모두 해적단과 선장을 위해서야.”
불현 듯 떠올리는 죄책감을 고백하는 선원과 그걸 좋은 방향으로 포장하며 현실도피를 하는 선원의 대화는 다행히 제비뽑기로 인한 소란스러움으로 묻혀서 다른 동료들이 듣지 못했다. 그렇게 진행된 제비뽑기는 5분 뒤, 마침내 당첨자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끝에 붉은 X자가 작게 그려진 막대기를 들고 서 있는 샤치가 오늘의 당첨자였다. 샤치의 당첨에 나머지 선원들은 오늘은 피해갔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며, 샤치는 차마 이 현실을 납득하기 어려운지 재빨리 펭귄에게 달려가 매달렸다.
“자, 그럼 오늘은 샤치인가. 빨리 가서 캡틴 좀 깨우고 와.”
“잠깐, 잠깐, 잠깐!! 이건 불공평하잖아! 난 어제도 선장님 깨우러 갔다고!!”
“네가 뽑기 운이 없는 걸 어쩌겠냐.”
“야, 진짜 나 오늘은 안 돼! 오늘도 갔다가는 그 때는 정말로 선장의 칼에 목이 떨어질 거라고! 능력이 아니라 진심으로! 나 어제 능력으로 목 잘려서 반나절동안 마스크에 매달린 거 몰라서 그러냐!! 아침에 잠에서 깨어난 선장 성질이 얼마나 더러운… 아니, 안 좋은지 알잖아!”
“이미 결정된 일을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이제 시간도 없으니까 포기해.”
“그, 그렇다면 펭귄 네가 나랑 같이 가주라! 오늘 밤 보초는 내가 대신 서 줄 테니까 제발!!”
“정말인지… 하는 수 없지. 베포. 뒷일은 너한테 부탁한다.”
“응. 알았어.”
이틀 연속으로 걸린 샤치의 필사적인 애원에 펭귄도 내심 마음이 약해진 것인지 결국 한숨과 함께 동행을 허락하며 나머지를 베포에게 맡겼고, 샤치는 적어도 한 명보다는 두 명이 가는 것으로 불상사를 피할 확률이 낮아졌다는 것에 죽을상이었던 얼굴이 활짝 펴지면서, 나중에 펭귄이 징그러우니 그만 떨어지라고 말할 때까지 몇 번이고 펭귄 옆에 달라붙어 고맙다는 인사를 반복했다.
잠시 후, 선실 내 가장 안쪽에 자리 잡은 로우의 방 앞에 도착한 두 사람은 동시에 마른 침을 삼켰다. 혼자가 아니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지만 이 안에서 아직 수면 중일 자신의 선장이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지 알 수 없는 일이기에 미지에 대한 두려움으로 절로 손에 땀이 차며 몸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그러나 이대로 앞에 계속 서 있어서도 될 일은 아니었다. 샤치가 손을 뻗어 문손잡이를 잡았고, 고개를 돌려 펭귄과 시선을 교환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선장의 기상을 위해서가 아닌 사황 급 정도의 적을 기습하기 위해서 온 것 같은 분위기였다.
똑똑. 예의상이자 사전 탐색을 위해 노크를 두 번 했지만 문 안쪽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아직도 로우가 수면 중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한 두 사람은 이윽고 천천히, 신중하게 문을 열었다. 세심한 움직임으로 연 덕분인지 문은 소리 없이 열릴 수 있었다. 문이 열리자 펭귄과 샤치는 다른 곳보다도 더 짙으면서도 익숙한 소독약 냄새와, 아침햇살을 가로 막은 커튼을 통해 은은하게 보이는 실내 인테리어, 그리고 방의 한 구석에 위치한 침대에서 아직 일어나지 못한 로우의 모습을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잘 때는 상의를 벗고 자는 습관이 있기에 새하얀 침대 시트 아래로 문신의 끄트머리가 보였다.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간 펭귄은 곧바로 방의 창문으로 걸어가 단번에 커튼을 열어 젖혔다. 촤악하고 열리는 소리와 함께 폭포수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아침햇살에 창문에 가장 가까이 있던 펭귄도 잠시 눈을 가늘게 접어 햇빛으로부터 눈을 보호했다. 뒤이어 방 안에 들어온 샤치는 조심스레 침대로 다가가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로우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캐, 캡틴. 이제 그만 일어날 시간입니다. 벌써 아침이라고요.”
“뭐하냐. 그렇게 개미만한 목소리로 깨어나기는커녕 들을 수 있겠냐.”
“시, 시끄러! 잘못 했다가는 선장 기분만 나쁘게 될 수 있고, 애초에 선장을 함부로 다뤄서 깨운다는 것 자체가….”
“그냥 깨우기 싫다고 말해라.”
“그런 의미가 아니라…!!”
부스럭. 펭귄의 핀잔에 반박하며 작은 말싸움으로 이어지려는 그 때, 시트가 끌리는 소리와 함께 꿈틀거리는 인기척에 펭귄과 샤치는 동시에 입을 다물고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설마. 자신들의 말싸움으로 잠에서 깨어났나 싶어 벌써부터 최악의 사태를 상정하고 도망칠 자세를 취한 두 사람은 이대로 도망칠 것인가, 아니면 남을 것인가에 대한 갈등의 최고조를 겪고 있었다.
처음의 움직임에서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로우가 상체를 들어 올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직 고개를 푹 숙이고 상체를 세우는 것 이외의 움직임이나 말을 보여주지 않아 아직 상당히 잠이 덜 깬 것으로 보였지만 스스로 몸을 일으켰다는 것은 펭귄과 샤치의 수고를 충분히 덜어주는 일이었다. 펭귄과 샤치는 잠시 상황을 지켜보며 서로의 눈치를 주고받다가 이윽고 로우가 계속해서 반응이 없는 것에 적어도 자신들로 인해 심기가 불편해져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조금씩 로우에게 접근하였다. 어느 정도 거리가 좁혀지자 샤치가 먼저 로우에게 최대한 로우의 기분을 신경 쓰며 말했다.
“서, 선장님. 일어나셨어요? 일어나셨으면 이제 옷 갈아입고 식당으로 가셔야 하는데….”
마음과 같아서는 그냥 어깨를 붙잡고 앞뒤로 뒤흔들며 깨우고 싶었지만 그런 거친 짓을 했다가는 필시 목숨이 열 개가 있더라도 부족할 것이라는 확신으로 인해 샤치는 최대한 대화로서 로우를 잠에서 깨우고 싶었다. 그러나 로우는 여전히 반쯤 뜬 눈과 초점 없는 눈동자, 살짝 벌어진 입과 이리저리 뻗혀 부스스한 머리를 계속 유지하며 앉아있었다. 상당히 무방비하고 무기력한 로우의 모습은 때 마친 상체 탈의라는 점에서 상대에게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샤치는 어느새 자신이 로우의 모습을 넋 놓고 감상하고 있다는 것에 헉하고 놀라며 잠시 뒤로 물러났다. 삿치의 반응에도 로우는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펭귄은 샤치의 모습을 잠시 한심하다는 듯이 보았다.
“뭐하냐. 선장한테 네가 넋 놓고 있을 때냐?”
“누, 누가 넋을 놨다고 그래! 그, 그나저나 오늘 선장은 평소랑 좀 다른 것 같은데….”
“아, 너 몰랐었냐? 가끔 저렇게 멍할 때가 있거든. 나도 자주 본 건 아니라서 아까 전에는 좀 놀랐지만 이럴 때의 선장은 일일이 우리가 손봐야 하지만 그래도 심기 불편하실 때보다는 나아.”
“그, 그래?”
“너는 옷장에 가서 겉옷 좀 가져와. 캡틴, 조금이라도 정신 차리세요.”
펭귄의 말에 샤치는 재빨리 옷장으로 가서 검은 후드티를 꺼내 왔고 그 사이 펭귄은 시트에 아직 잠겨있던 로우의 발을 빼내어 침대 아래로 내린 후 침대 근처에 가지런히 놓여 져 있던 구두를 신겨주었다. 그 사이 샤치는 후드티를 로우에게 입혀주려고 했지만 손 하나 까딱하지 않은 로우에게 조심스럽게 옷을 입히는 것은 상당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었다. 옷을 들고 우물쭈물 서 있던 샤치는 결국 구두를 거의 다 신긴 펭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야, 펭귄. 선장님 이거 어떻게 입히냐?”
“에이, 씨. 오늘 당번은 너인데 왜 내가 거의 다 하고 있냐. 옷 이리 주고, 너는 선장 좀 잘 잡고 있어.”
자신은 순수하게 도우미를 자청하고 온 것인데 정 반대로 본래 샤치가 해야 할 대부분의 일을 자신이 대신하고 있다는 것에 샤치에 대한 짜증을 잠시 드러낸 펭귄은 샤치의 손에 들린 로우의 옷을 거의 뺏다시피 전해 받고는 대신 로우에게 옷을 입히기 시작했다. 여전히 잠에서 깨어나지 못해 축 늘어져 두 선원에게 모든 걸 맡긴 로우로 인해 샤치와 펭귄은 생각보다 힘든 상의 입히기에 아침부터 땀을 흘려가며 끙끙거리며 입혔다. 어린아이라면 체구가 작아서 쉽겠지만 다 큰 성인 남자, 그것도 자신의 선장을 보물처럼 다루며 최대한 조심스럽게 갈아입힌다는 것은 벅찬 일이었다. 잠시 후, 마침내 로우에게 후드티를 갈아입히는 것에 성공한 두 사람은 잠시 상당한 육체적, 정신적 소모가 찾아오는 일에 대한 피로감으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이런 두 사람의 노력에도 로우는 아직도 잠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금씩 깨어날 기미가 보이는 것인지 몸이 조금씩 움직이려고 한다는 것이었다. 펭귄은 허리를 곧게 펴 잠시 기지개를 키고는 샤치에게 말했다.
“식당에 도착할 때쯤이면 깨어나실 거다. 가서 귀곡하고 캡틴 모자 좀 챙겨와.”
“아, 그래… 아까부터 좀 거슬렸는데 왜 자꾸 나한테 이것저것 시키고 있냐?”
“누구 덕분에 여기까지 온 줄이나 알기는 하냐? 그리고 일은 거의 내가 다 했거든. 잔말 말고 가지고 와서 캡틴 부축하는 것 좀 도와.”
“쳇.”
펭귄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것은 싫었지만 오늘의 일은 확실하게 그의 도움을 받았기에 샤치는 제대로 반박하지 못하고 투덜거리며 벽에 세워져 있던 귀곡과 책상 위에 있는 모자를 챙겨들고 펭귄과 함께 각각 로우의 팔을 한 짝 씩 잡고 어깨에 걸쳐 그대로 들어올렸다. 제법 마른 체구인 덕분에 무게에 대한 부담감은 없지만 신장차로 인한 부담이 있었기에 펭귄과 샤치는 방에서 나와 식당으로 걸어가는 와중에도 자세를 몇 번 고쳐야만 했다.
잠시 후, 식당과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쯤, 펭귄의 말대로 드디어 잠에서 어느 정도 깨어난 로우가 고개를 들고 주변을 살펴보다가 자신이 지금 펭귄과 샤치의 부축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조용히 두 사람을 불렀다.
“펭귄, 삿치.”
“아, 캡틴. 일어나셨습니까?”
“조, 좋은 아침입니다. 선장님!”
평소와 같이 허스키하게 울리는 또렷한 목소리에 샤치와 펭귄은 반사적으로 로우에게 아침 인사를 올렸다. 목소리를 들은 것으로 두 사람은 로우가 정신을 차렸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재빨리 부축을 풀어주었다. 두 다리로 허리를 곧게 펴 서 있는 로우는 뒤이어 샤치가 그 때까지 맡아두고 있던 귀곡과 모자를 로우에게 돌려주었고, 로우는 그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었다. 모자를 머리에 쓰고, 귀곡을 어깨에 짊어진 로우는 먼저 두 사람 앞에 나서서 걸어가려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고는 툭 던지듯이 말했다.
“아침부터 수고 많았다.”
그렇게 말하고 먼저 식당으로 향하는 로우의 뒷모습을 이번에는 펭귄과 샤치가 반대로 로우와는 다른 의미에서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그리고 어쩐지 로우의 말이 여기까지 부하들의 도움을 받아 왔다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과 감사를 애써 그 한마디에 응축시켜 숨기듯이 내뱉은 것 같아 펭귄과 샤치는 잠시 서로를 마주보다가 이내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아, 정말인지. 이렇게 나오면 매일 아침의 수고도 제법 보람 있게 느껴졌다. 샤치는 손바닥으로 펭귄의 등을 탁 두드리고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가자, 배고프다.”
“그래.”
샤치의 말에 펭귄도 빙긋 웃으며 대답하였고, 두 사람은 재빨리 모두가 기다리고 있을 식당으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