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갈 수 없는'의 후속작. 때문에 쵸로오소 언급이 있습니다.
*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토고오소 포함.
* 여전히 꿈도 희망도 없는 스토리(...)
그가 보고 싶다.
그가 너무 보고 싶은데 이젠 볼 수 없다니, 이렇게 결정적인 감정은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그를 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그를 보려면 슬픔의 끝으로 끝없이 슬픔의 끝으로 들어가야 하나.
ㅡ박지혜, 「초록의 검은 비」 中
“자, 사양 말고 쭉 들이켜, 카라마츠 군.”
선심 쓰듯 말하는 토고의 말에 카라마츠는 아직 술은 입에도 되지 않았는데도 독주를 한 동이 마신 것 같은 토기가 치밀어 올랐지만, 딱딱하게 굳은 얼굴이 안에서 끓어오르는 감정들을 시멘트처럼 전부 굳히고 덮어주어 내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정좌한 무릎에 두 손을 주먹 쥐고 가지런히 얹은 카라마츠는 토고의 말을 듣고도 금방 행동으로 이행하지는 않고 무서우리만치 맞은편에 앉은 그를 노려보다가 오른손을 들어 토고가 가득 채워둔 술잔을 집어 들어서 단숨에 목구멍 너머로 털어 넣었다. 도수가 높은 일본주는 본래부터 술이 약한 카라마츠로서는 썩 궁합이 좋지 못하는 것이었고,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들이켜 마시면 아침에 고생할 것도 자명했지만, 카라마츠는 술맛도 음미하지 않고 한 방울도 남겨지지 않은 술잔을 소리 없이 탁자에 내려놓았다. 그의 앞에서라면, 허세라도 좋으니 약한 모습을, 과거의 어린 시절 모습을 털끝만큼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오기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그런 카라마츠의 모습을 토고는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이야, 카라마츠 군. 시원하게도 잘 마시네.’라는 말만 남기고는 먼저 음식에 젓가락을 가져다댔다. 상다리가 부러질 만큼 과하게 차려진 고급 정식집의 만찬은 시각과 후각으로 손님들의 침샘을 자극했지만, 카라마츠는 감히 그것에 손을 대지 않았다. 토고가 몇 번이고 젓가락을 들라고 해도 카라마츠는 식욕이 뚝 떨어진 사람처럼 요지부동이었다.
“뭐해. 기껏 불렀는데 상 앞에서 고사 치를 셈이냐? 그렇게 딱딱하게 나오면 이쪽 입맛도 다 떨어지거든, 카라마츠 군.”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할 생각인겁니까.”
잡다한 사설은 더 늘리고 싶지 않았다. 이 남자하고 오래도록 이야기하면 할수록 득보다는 실이 우세라는 것을 카라마츠는 경험으로 터득했다. 토고는 카라마츠의 그 말에 정말로 식욕이 떨어졌는지 신경질적으로 젓가락을 탁자에 던지듯 내려놓았다. 잠시, 두 사람의 사이를 채우는 거대한 상의 정중앙에 배치되어 있는 전골이 부글부글 끓는 소리만 들렸다. 불쾌도 잠시, 토고의 입에서 비죽 나온 것은 애송이를 향한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아저씨는 잘 모르겠는데.”
카라마츠는 그 말에 바로 인상을 구겼다. 이 자리에 앉기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몇 번이고 평정심을 잃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했는데, 이 남자의 뱀과 같은 간교한 말을 들으면 그런 다짐이 무색해지고 만다. 그는 종종 자신을 가리키는 호칭으로 ‘아저씨’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리고 그 호칭은 오직 카라마츠와 쵸로마츠의 앞에서만 나오는 단어였다. 그 1인칭이, 카라마츠는 싫었다. 그 호칭이야말로 자신이 그와 대립했을 때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없다는 것을, 여전히 그에게 있어 자신은 어린애에 불과하다는 것을 교묘히 드러냈다. 그러나 이런 호칭 하나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이 협상에서 카라마츠는 어떻게든 대화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 가야 했다.
“형님을, 오소마츠를 언제까지 데리고 있을 생각이냐는 거다.”
“아, 그 이야기인가.”
토고는 이제야 카라마츠가 제시한 대화의 주제를 파악한 척 과장스러운 제스쳐까지 취했다. 토고의 낯빛에는 단 한 점의 동요도 없었다.
“당신에게 있어서 형님은 더 이상 이용 가치도 없지 않은가. 더러운 일을 부려먹는 거라면 우리 둘로도 충분하다고 보는데.”
“아, 물론 카라마츠 군과 쵸로마츠 군은 열심히 해주고 있어. 처음에는 한 사람 분이라도 제대로 할까 걱정했는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줘서 정말 놀랐다고? 아저씨는 두 사람이 이렇게 듬직하게 커줘서 진심으로 기쁘단다.”
그 목소리에는, 정말로 자신이 애지중지 키워온 아이들이 자신의 기대 이상으로 성장해준 듬직한 모습에 감탄한 보호자의 흐뭇함과 애정이 듬뿍 들어있는 목소리라서, 카라마츠는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목 끝까지 토기가 오르는 것을 간신히 눌러 참아야만 했다. 그의 가식을 기반으로 한 연기력은 학창시절 당시 연극부에서 주역까지 발탁될 정도의 연기력을 선보인 카라마츠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정말로 연기에 있어서 천부적인 재능을 갖췄다. 본인도 자신의 행동과 말투가 어디까지고 연기인지, 진심인지 가늠하지 못할 정도의 일체화된 실력이었다. 그는 두 아이의 성장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그들을 여기까지 오게 한 형제애에 감동하여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카라마츠가 이제껏 살아온 인생의 길이만큼의 연륜으로 다져진 연기력은 스스로의 진심마저 속일 만큼의 경지에 오를 지경에 이르렀다.
“그리고, 오소마츠 군도 잘 자라줬지. 내 마음에 쏙 들 정도로.”
그의 입에서 오소마츠의 이름이 나오자, 카라마츠는 절로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그가 읊조리는 오소마츠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그의 흔적을 발견한 것 같아 카라마츠는 마른 침을 거칠게 삼켜야만 했다.
“이용 가치가 없다는 말은 틀렸단다, 카라마츠 군.”
토고가 술병을 들어 비어있는 카라마츠의 잔을 다시 일본주로 채워줬다. 작고 새하얀 잔에 조금씩 차오르던 투명한 일본주는 얼마 지나지 않아 술잔의 범위를 넘어서 콸콸 넘쳐흘렀지만, 토고는 따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상 위를 적시고, 카라마츠의 자리에까지 줄줄 흘러버리는데도 토고는 멈추지 않았다. 넘쳐흐르는 잔과, 바닥으로 흘러 내려 다다미 위를 무의미하게 적셔가는 맑고 투명한 술에서,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의 잔상을 떠올렸다. 그의 아래서 유린되어가던, 마주하고 싶지 않았으나 결국에는 마주해야만 했던 그의 현실을, 카라마츠는 비참함을 비수에 꽂아서 마주했다.
“자네와 쵸로마츠 군이 여기에 있는 이상, 오소마츠 군도 여기에 있어야지.”
형제끼리 사이좋게, 예전처럼 다 같이 지내야지.
술병을 전부 비우고서야 따르는 것을 멈춘 토고가 만연에 띄운 미소는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하숙인 토고의 미소였다.
[카라오소]막다른 길
W. Arcadia.
낡은 침대가 반동으로 삐걱거리는 소리, 거친 숨소리, 젖은 살들이 천박하게 맞부딪치는 소리, 철썩이는 소리, 구원인지 쾌락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교태 섞인 신음소리. 하수구에 흐르는 오물을 연상시키는 더러운 소리들이 흉측하게 뭉쳐서 정체 모를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문 너머서 들리는 그 소리에 어떤 억하심정이 들었는지, 문틈 사이로 얼핏 보고 만 절망적인 광경에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지어버리고 말았는지, 카라마츠는 무엇 하나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했다. 온 몸이 굳은 채로 문 앞에 망연자실 서있는 것이 카라마츠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반응이었다. 방 안에 뛰어 들어갈 수도, 그 자리에서 도망칠 수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카라마츠는 오소마츠를 찾고, 토고의 밑에서 갖은 더러운 일을 하는 동안 자신이 형을 지금까지도 제대로 구해내지 못했다는 의미의 무력감을 동무 삼아 여태까지 살아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가소로운 착각이었다. 카라마츠는 그 자리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무력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자신의 상정을 뛰어넘은 심연은 카라마츠마저 절망으로 빠트렸다.
볼일을 마치고 바지만 얼추 걸쳐 입고서 땀에 젖은 채로 밖에 나온 토고는 카라마츠를 발견해도 태연한 모습을 보여줬다. 카라마츠가 무엇을 보고 저렇게 굳어있는지를 알면서도 토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오늘도 수고했다는 말을 태연히 건넸다. 그의 격려에 찬 말에, 어둠에 파묻혀진 나신에, 비틀려진 일상감에, 카라마츠는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속에 있는 것을 전부 게워냈다. 제대로 청소를 하지 않아 오물로 더러운 변기를 부여잡고 카라마츠는 자신의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을 토해냈다. 토사물을, 눈물을, 일말의 희망을, 행복했던 추억을, 어린 시절의 형의 모습을, 전부, 전부를. 자신을 텅 비워놓지 않으면 정말로 머리가 어떻게 되어버릴 것 같아 벌이는 생존본능과도 같았다. 그 때문인지, 카라마츠는 수년 만에 재회 아닌 재회를 한 오소마츠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다. 어차피 오소마츠도 그 때 정사에 지쳐 기절한 것으로 보이니, 피차 다행인 일인지도 모른다.
카라마츠는 더 이상 어린 시절의 형을 떠올리지 못했다. 자신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호기심을 보였던 장난꾸러기 맏형을, 어린 시절의 모습만 남겨져 있어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한없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형의 모습을, 카라마츠는 잊어버리고 말았다. 형을 토고로부터 구원해낼 수 있다고 믿으며 희망을 품었을 때는, 어떻게든 형을 잊지 않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나 마주한 절망에 찬 현실에, 카라마츠는 희망을 빼앗겼다. 더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형을 구한다고 해도, 여섯이서 아무 일 없이 행복하던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쵸로마츠가 간절히 바랐던 유일한 소원은 시도 해보기도 전에 거칠게 짓밟혀진 상태였다.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에게 사실을 고할 수 없었다. 자신의 입으로 말하는 것이 그나마 가장 나은 선택지라고 해도, 카라마츠는 쵸로마츠의 앞에서 차마 입을 열 수 없었다.
카라마츠는 담배를 입에 물며 길거리를 비척비척 걸었다. 술은 한 잔 밖에 마시지 않았는데도 그의 걸음걸이는 주정뱅이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기만 했다. 토고의 말이 어지러이 맴돌았다. 형을 구하기 위해 그의 밑으로 들어갔는데, 도리어 그것으로 인해 토고는 오소마츠의 발목에 단단한 족쇄를 두 개나 더 채우고 말았다. 철저히 그 남자의 손에 놓아난다는 것이 미치도록 분하고 억울했지만, 아직 카라마츠에게는 힘이 부족했다. 쵸로마츠에게조차 비밀로 하고 조직 내에서 토고와 대척중인 세력에 비밀리에 들어가 일종의 스파이 노릇을 하며 그를 무너뜨릴 방도를 찾고 있지만, 그의 몰락은 아직도 머나먼 이야기였다. 그의 몰락으로 향하는 과정에도, 오소마츠는 그의 손아래서 부서져갔다. 이미 늦었다고 해도, 더 늦기 전에 구하고 싶은 마음은 아직 카라마츠의 안에 사금파리처럼 남겨져 있었다. 카라마츠는 거의 타들어간 담배를 역한 냄새를 풍기는 하수구에 던져 넣었다. 보기만 해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하수구의 모습이, 자신과 오소마츠의 현주소를 가리켰다.
오소마츠는 아직 카라마츠와 쵸로마츠가 토고의 밑에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몇 차례 토고의 대화를 통해 카라마츠가 간접적으로 알아낸 사실 중 하나였다. 만약 오소마츠가 자신들의 상황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까. 토고가 카라마츠가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 만드는 협박성 무기는 바로 그것이었다. 자신들의 존재 자체가 오소마츠를 파멸로 몰아넣을 수 있다. 카라마츠는 이 빌어먹을 상황이 욕이 나올 만큼 혐오스러웠다. 이치마츠가 할법한 욕들이 입 밖으로 무심코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녔다. 이 바닥에 있다 보면 그런 거친 말 정도는 익히기 싫어도 저절로 익히게 되지만, 그러면 여기 있는 녀석들과 동류가 되는 것 같아 자제하고 있었는데, 최근의 돌아가는 상황을 마주할 때마다 카라마츠는 답답함을 떨치기 위해 욕이라도 실컷 퍼붓고 싶었다. 그러나 그 욕들마저 전부 형에게로 돌아갈 것 같아, 카라마츠는 금방 후회를 쓰게 삼켜야만 했다.
자신에게 있어 오소마츠는 여섯 쌍둥이 중에서도 유일한 형이었고,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첫사랑이었다.
차남이라는 입장에서 유일한 형이자 장남인 오소마츠는 자연히 의지하게 되는 존재였다. 바로 밑에 네 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돌봐야 한다는 차남으로서의 책임감에 힘겨워질 때마다 카라마츠는 바로 오소마츠를 찾아갔고, 오소마츠는 그런 카라마츠의 고충을 이해해주며 저만의 방식으로 카라마츠의 부담감을 덜어줬다. 그와 생이별을 하게 되어 자리를 비우게 되더라도, 한동안 실질적인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다했다고 해도, 카라마츠는 자신을 결코 오소마츠의 대신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가 돌아올 자리는 반드시 남겨둬야 했기에, 언젠가 돌아올 것을 믿었기에 카라마츠는 감히 장남의 자리를 넘보지 않았다. 카라마츠는 누구보다도 장남인 오소마츠를 따랐고, 지금껏 동경해왔다. 그런 동경에서부터 출발한 첫사랑이었다. 어린 시절, 카라마츠는 오소마츠에게 고백한 적이 있었다. 어린아이의 말이라 진심으로 전해졌을지 어땠을지는 몰라도, 오소마츠는 카라마츠의 고백을 드물게 장난이 아닌 진심으로 마주해 거절했다.
「고마워. 하지만 난 지금 이렇게 여섯이서 다함께 있는 게 좋은걸.」
코 밑을 쓱 닦으면서 이가 훤히 드러날 만큼 밝게 웃으면서 답한 오소마츠의 대답에, 카라마츠는 자신의 첫사랑이 이렇게 끝나게 되었다는 것에 실의를 가지면서도, 오소마츠의 뜻을 받아들여줬다. 그리고 고백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소마츠는 토고의 손에 이끌려 사라졌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카라마츠는 오소마츠가 그 때 고백을 거절해준 것에 대해 지금 와서는 내심 안도하고 말았다. 만약 그가 고백을 받아들여준 채로 사라졌더라면, 자신은 죄책감에 스스로의 목을 졸랐을 테니까.
정처 없이 걸으니 카라마츠가 도착한 곳은 토고의 사무실이었다.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 보면 늦은 시간이라 아무도 없는 텅 빈 사무실로 보였지만, 사실은 아무도 없는 것이 아녔다. 가장 안쪽의 문. 그곳을 의식해서 한참을 주시하고 있다 보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꺼질 듯한 인기척을 감지할 수 있었다. 카라마츠는 안쪽의 문으로 걸어갔다. 안쪽의 인기척이 숨을 죽였다. 이 방에 유일하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이 온 것으로 여기고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카라마츠는 문으로 다가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윽고 문 앞에 선 카라마츠는 말없이 낡은 문을 마주했다. 문이 아닌 커다란 벽과 마주한 기분이 들었다. 그를 구하기 위해 깊고 어두운 좁은 길로 뛰어들었는데,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그저 숨이 차오르도록 달리는 것에만 집중했는데, 결국 지금껏 달려왔던 길은 막다른 길이었던 것이다.
안쪽의 인기척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주춤거렸다. 평소라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을 게 분명한데, 문 앞에 서성거리기만 하니 의아하게 여긴 것이다. 더 눈치 채기 전에 여기서 떠나야 했다. 그러나 조금 전에 마신 일본주 한 잔에 취해버린 것인지, 아니면 오늘이 달도, 별도 뜨지 않은 심연을 닮아버린 밤이라서 그런지, 카라마츠는 결국 문에 매달린 채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그 날의 무력감이, 다시 한 번 카라마츠를 엄습했다.
“…형 …오소마츠, 형.”
카라마츠는 결국 참고 참았던, 줄곧 그를 향해 부르고 싶었던 그리운 호칭을 애처로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의 두 눈에는 어느 틈엔가 굵은 눈물이 멈출 기미 없이 흘러내려 방금 전까지 멀끔했던 얼굴이 눈물과 콧물로 축축하게 젖어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다. 형. 오소마츠 형. 짐승의 울음소리와 같은 부름으로 카라마츠는 문에 매달려 그 너머에 있을 자신의 그리운 이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데, 아직 자신은 오소마츠의 앞에 나타날 자격도 갖추지 못했는데 무슨 염치로 그의 이름을 부른다는 걸까. 그러나 카라마츠는 지금, 너무도 오소마츠가 보고 싶었다. 그를 마음껏 부르고 싶었다. 저 너머에 그리운 얼굴이 있는데, 자신의 사랑하는 형이 있는데 어째서 보지도, 부를 수도 없다는 것일까. 카라마츠는 다시 한 번 오소마츠를 불렀지만, 오열로 잔뜩 뭉개진 목소리와 발음은 제대로 된 형태를 이루지 못했고, 끝내 카라마츠는 여태껏 주리를 틀고 참아내야만 했던, 전부 토해내도 사라지지 않은 감정들을 전부 쏟아냈다. 그의 두 손이 손톱을 세워 문을 긁었다. 때문에 날카로운 나무 가시에 손이 찔려 피를 흘리는데도, 카라마츠는 자신의 형에게 매달리듯 문을 붙잡고 오열했다. 형을 만나게 되면 이번에는 자신이 형의 지지대가 되어주자 결심했는데, 결국 자신은 마츠노 오소마츠라는 존재에게 기댈 수밖에 없게 된다. 둘도 없는 형이자, 쵸로마츠에게 지지 않을 만큼 지켜주고 구해주고 싶었던, 더없이 사랑스러운 자신의 잃어버린 첫사랑을 위해, 카라마츠는 있는 힘껏 그의 몫까지 눈물을 흘려줬다. 그것이 카라마츠가 사랑하는 형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이었기에.
“…카라마츠?”
문 너머로, 그의 이름을 부르는 얇은 목소리가 들렸다. 너무도 친숙하고, 더없이 그리웠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부름은 카라마츠의 오열에 소리 없이 파묻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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