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푸님 리퀘 신청 소설.
※ 마피아 AU. 보스 오소마츠와 행동대장 쥬시마츠.
※ 모브오소 요소 포함.
※ 성적 묘사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어렸을 적에 가장 많이 즐겨했던 놀이라면 단연 숨바꼭질이었다.
하나, 두울, 세엣…. 술래가 벽에 기대어 눈을 가린 채 숫자를 새면, 남은 아이는 술래가 찾아내지 못할 장소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백까지 숫자를 전부 센 술래는 숨어있는 아이를 찾아 온 동네를 샅샅이 돌아다닌다. 대개 놀이의 형평성을 위해 숨을 수 있는 범위를 정해놓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들의 경우에는 범위를 특별히 정해놓지 않았다. 덕분에 어느 날은 옆 동네까지 넘어가서 숨어버린 적도 있었다. 여섯 쌍둥이들 중에서는 장남이 가장 숨바꼭질을 잘했다. 항상 기상천외한 장소를 찾아내 교묘하게 숨어버리니 다른 동생들이 끈질기게 온 동네를 뒤져도 찾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었다. 끝내 찾지 못하게 되자 동생들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못 찾겠다, 꾀고리-’를 외친다. 그 말을 들어서야 얄미운 장남이 불쑥 등장해 승자의 미소를 보란 듯이 보여준다. 정말, 어디에 숨어있었던 거야! 동생들의 울음 섞인 항의에 아이는 그저 비밀, 이라고 답할 뿐이다. 앞서 말한 옆 동네까지 숨으러 간 장본인이기도 한 지라 그 때는 부모와 어른들까지 대거 나서서 밤늦게까지 찾아내야만 했을 정도다. 그쯤하면 슬금슬금 다시 나올 때도 되었는데 아이는 꿋꿋이 숨어서 자신을 찾아내기를 기다린다. 그런 놀이잖아, 안 그래? 한바탕 소동을 치른 뒤, 왜 자신을 찾는 목소리를 들었어도 나오지 않았냐는 부모님의 야단에 장남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그리 답했다.
그래도 모든 놀이가 전부 장남의 승리로 끝나지는 않았다.
딱 한 사람, 유일하게 오소마츠를 찾아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숨바꼭질이라면 가장 자신 있기에 자신을 쉽게 찾아내는 모습에 장남이 분한 듯이 어떻게 찾아냈냐고 물어도 그냥, 이라고 답할 만큼.
그를 찾아내는 일 정도는, 그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당연한 일이었다.
숨바꼭질은 그런 놀이였으니까.
* * *
“오소마츠 형아, 찾았다.”
참 해맑고 기특한 목소리여서 상황만 아니었으면 잘 찾았다면서 머리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었다. 애석하게도 두 손은 뒤로 단단히 묶여져 있는 상태라 무리였지만. 여러 냄새가 난잡하게 뒤엉켜져 있는 퀴퀴한 창고 안으로 뛰어든 사내는 얼굴 가득히 큼직한 미소를 그려내어 보기만 해도 순박해 보였지만, 역광으로 들인 그림자와 어깨에 걸쳐진 배트가 그 순박함을 역방향으로 뒤집어버렸다. 뭐, 뭐야 이 자식! 예고 없이 난입한 불청객의 등장에 남자들은 허겁지겁 태세를 갖췄다. 너무 급한 나머지 바지도 제대로 입지 않아 반쯤 선 성기를 덜렁거리고 있는 놈도 있어서 오소마츠는 그 꼬락서니를 쿡쿡 비웃어줬다. 하아. 느른한 한숨이 흘러나와 피와 함께 바닥을 더럽혔다. 이제야 한 숨 돌리겠네. 쉴 틈도 없이 제 뒷구멍을 쑤셔댄 통에 숨조차 제대로 쉬기 버거웠을 정도였다. 아, 그러고 보니 몇 번을 싸질렀냐. 중간에 세는 게 귀찮아서 관뒀더니 잘 모르겠네. 골반과 다리에 거의 감각이 남아있는지 않는 걸 보면 어지간히도 박혔나 싶었다. 연이어 홈런이 터지는 소리를 들으면서 오소마츠는 근처의 호텔에 가서 몸을 씻는 일과 내일 아침에 먹을 호텔 뷔페 메뉴에 대해 생각했다.
창고 안 공기를 지배했던 먼지와 정액 냄새를 피 냄새로 전부 덮어버렸을 때야 사방이 조용해졌다. 아, 끝났나. 다시 눈을 뜨니 보이는 건 그의 코앞에 쭈그려 앉아 여전히 웃고 있는 제 동생이었다. 쥬시마츠. 이름을 불러주니 피에 젖은 미소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눈부신 미소였다.
“또 금방 찾아냈네. 이번 건 꽤 자신 있었는데.”
“헤헤. 그럼 제가 또 이긴 겁니까?”
“그래, 그래.”
“아, 이것 좀 풀어줘. 아까부터 피 안통해서 죽겠어.”
“옛썰!”
손목을 묶은 줄이 풀어지자 오소마츠는 그제야 손목과 어깨를 돌리면서 몸을 추스를 수 있었다. 실오라기 하나 걸쳐져 있지 않은 몸에는 크고 작은 피멍과 생채기로 엉망이었지만 오소마츠는 그것보다도 담배가 너무 그리웠다. 중간에 환각성 마약을 맞아서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기에 더욱 담배가 그리운 것인지도 모른다. 펄럭. 멍하니 허공에 담배 연기를 덧그릴 쯤, 어깨 위로 무언가가 사뿐히 내려앉으면서 몸을 덮었다. 시선을 돌려 확인해보니 언젠가부터 사라졌던 제 코트였다. 그리고 뒤에는 쥬시마츠가 뒷머리를 긁적이며 칭찬 받기를 기다리는 어린애처럼 서있었다. 형아 감기 걸리면 안 됩니다! 양 팔을 위아래로 허우적거리며 혹여 그새 오소마츠가 감기에 걸렸을까 걱정하는 쥬시마츠를 보니 오소마츠도 뒤따라 맥 빠진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쥬시마츠의 정수리 위로 가벼운 무게감이 얹어졌다. 오소마츠의 몸을 덮은 코트보다도 더 가벼운, 차가운 냉기가 도는 새하얀 손이 천천히 쥬시마츠의 머리를 맴돌았다. 쥬시마츠. 왜 그럼까, 오소마츠 형아.
“이번엔 형아랑 다른 놀이 하자.”
뭐, 목욕은 뒤로 조금 미뤄도 괜찮겠지. 어린애 같은 사고방식으로 오소마츠는 호텔에 가서 해야 할 일을 급하게 추가시켰다.
* * *
두 사람의 놀이는 언제나 숨바꼭질이었고, 술래는 항상 쥬시마츠였다.
오소마츠가 어디에 숨어있던지 간에 쥬시마츠는 매번 오소마츠를 찾아냈다. 형제들 중에서는 유일하게 쥬시마츠만이 오소마츠가 있는 장소를 찾아내어 숨어있는 그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서 쥬시마츠는 한 번도 ‘못 찾겠다 꾀꼬리-’를 말한 적이 없었다. 자꾸만 쥬시마츠가 자기를 찾아내는 것을 성공하자 오소마츠는 매번 당하는 것이 분해 어떻게 그렇게 잘 찾아 내냐고 따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이었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오소마츠는 매번 어디 있는지 금방 알아낼 수 있다고. 그것이 쥬시마츠에게는 가장 잘하는 일이자 다른 사람들은 할 수 없는 유일한 일인지라 더 없이 뿌듯했고, 오소마츠도 이내 그것을 받아들였다. 너라면 내가 어디에 있든지 간에 금방 찾아주겠지. 두 사람만의 숨바꼭질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여전히 술래는 쥬시마츠로, 감쪽같이 숨는 사람은 오소마츠로.
문득 눈이 절로 떠져서 쥬시마츠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어둠 속에서도 새하얀 시트에 둘러싸여져 곤히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이 선명히 그려졌다.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보는 건 몇 번이고 기쁘고 새로운 일인지라 쥬시마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오소마츠 형아, 예뻐. 언제든, 어떤 모습이든, 심지어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윤간을 당한 모습마저도, 쥬시마츠에게는 그저 예쁘고 어디든 눈에 띄었다. 쥬시마츠가 오소마츠를 잘 찾아낼 수 있는 이유는 거기서 찾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니 미리 충전시켜 둔 휴대폰에 불이 깜빡였다. 부재중 통화 안내 메시지와 문자가 잔뜩 쌓여있었다. 거래를 앞두고 갑자기 말도 없이 사라진 카포(카포레짐. 마피아 내 행동대장을 의미한다.) 때문에 부하들이 찾느라 한바탕 난리가 일어난 모양이다. 그 증거로, 문자 메시지의 대부분은 갑자기 사라진 쥬시마츠를 대신해 본의 아니게 그의 몫의 일을 떠맡은 토도마츠가 보낸 것이다. [오소마츠 형을 찾았으면 내일 아침까지 꼭 돌아와!!!] 토도마츠의 문자를 읽고 답장을 할까 잠시 망설이던 쥬시마츠는 슬쩍 잠든 오소마츠의 얼굴을 살피다가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놨다. 미안, 토도마츠. 어쩐지 지금 연락했다가는 당장 쵸로마츠가 연락할 것 같아서였다. 다시 오소마츠 쪽으로 몸을 돌린 쥬시마츠는 잠도 다 달아나 말똥말똥한 눈동자로 오소마츠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별빛보다도 더 반짝이는 큰 눈동자에 그의 모습을 한 번에 담아, 발끝으로 오소마츠의 발가락을 톡톡 건드려보기도 하고, 손가락으로 쇄골에 남긴 키스마크를 쭉 연결해보기도 했다. 바스락, 바스락. 쥬시마츠의 움직임에 시트가 간지럼 타는 소리를 냈다. 으음. 오소마츠가 잠시 뒤척이며 잠투정하는 소리를 쥬시마츠가 황급히 두 손으로 제 입을 막고 숨을 죽였다. 다행히 오소마츠는 쌔액 쌔액 숨소리를 내어 깊이 잠들었다. 휴우우우. 잠시 참았던 숨이 길게 뱉어지는 소리가 났다.
어른이 되어서도 두 사람은 여전히 둘만의 숨바꼭질을 이어가고 있다.
이따금 오소마츠는 어디론가 사라진다. 납치당한다는 표현이 가장 정석적이지만, 본인이 자처해서 적진에 뛰어들거나 아예 처음부터 납치당하는 당사자가 납치 계획을 주도하는 것도 ‘납치’라고 할 수 있는지는 조금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아무튼, 본인이 ‘납치’라고 주장하니 원하는 대로 불러주는 수밖에 없다. 오소마츠는 불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변덕스럽게 납치를 당해, 여러 남자들에게 범해졌다. 어떤 경우에도 빠짐없이, 처음부터 그의 육신으로부터 얻는 쾌락이 본연의 목적이었다는 것 마냥 그들은 짐승처럼 득달같이 오소마츠에게 달려들어 마구잡이로 그의 가장 은밀한 곳을 무례하게 휘저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반복되는데다가 나중에는 그 모든 일이 의도적으로 벌어진 일이라는 것에 본인이 숨김없이 드러내니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사방팔방 찾아 헤매던 형제들도 종국에는 학을 떼며 모른 척 하기에 일렀다. 제발 이런 미친 짓 좀 그만하라고 애원하다시피 말해도 놀이는 끝나지 않았다. 하나씩 떠나가 버린 놀이판에 남은 건 오소마츠와, 쥬시마츠 뿐이었다. 쥬시마츠만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오소마츠를 찾아다녔다. 그에 오소마츠는 아무 말도 안했다. 처음부터 이 놀이는 너와 나만의 놀이였다는 것처럼, 당연하다시피. 오소마츠가 납치당할 때마다 쥬시마츠는 그를 찾았고, 납치한 이들을 물리치고, 오소마츠를 구해주고, 그와 몸을 섞었다. 고전적인 클리셰를 잔뜩 뿌리고 버무린 삼류 동화 스토리였다. 위기에 빠진 공주님과, 공주님을 구해주는 백마 탄 왕자님. 그렇게 공주님과 왕자님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웃었던 입매가 천천히 일자로 굳게 닫혀 지고, 길게 늘어진 소매가 입을 가렸다. 생각에 잠길 때마다 드러나는 쥬시마츠의 버릇이었다. 호텔 최상층의 스위트룸의 커다란 창문을 통해 달빛이 쏟아져 들어와 두 사람의 몸을 흠뻑 적셨다. 옅은 진청색으로 가득 찬 방 안에서 쥬시마츠는 입을 다물고, 가만히 오소마츠의 얼굴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의 형제들이 알았더라면 기함했을 어구지만, 어쨌든 쥬시마츠는 생각했다.
자신은 과연, 오소마츠 형을 제대로 찾아내 구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지에 대해.
어렸을 적 토관 속에 빠졌을 때도, 밑바닥에서 시작해 형제들의 눈을 피해 몸소 흙탕물 위를 맨몸으로 굴렀어야 할 때도, 그 때도 찾아내어 오소마츠를 구했던가.
오히려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외면해버린 횟수가 더 많았고, 그것만이 서로에게 남겨졌다.
「꼭 열까지 세고 찾아야 해. 다 세면, 그 때는 꼭 찾으러 와야 한다.」
어렸을 적, 숨바꼭질을 시작하기 전에 항상 오소마츠는 꼭 쥬시마츠에게 그리 당부했다. 열까지 세면, 꼭 찾으러 와. 그 말을 듣고 쥬시마츠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꼭 찾으러 와. 쥬시마츠는 단지 그 말을 꼭꼭 기억해서 찾으러 다녔을 뿐이고, 그래서 유일하게 오소마츠를 찾을 수 있었던 것뿐이다. 간단한 일이었다. 어린애들이 하는 놀이였으니까. 그럼 지금은? 자신이 찾으러 가지 않았던 때에도, 기다렸을까.
하나, 둘, 세엣. 쥬시마츠는 속으로 숫자를 세었다. 생각의 흐름이 점차 아래로 내려갈 때가 되면 쥬시마츠는 눈을 감고 숫자를 세었다. 꼭 열까지 다 세어야 해. 그 말을 쥬시마츠는 잘 따랐다. 눈을 꼭 감고, 전봇대나 벽에 달라붙어서, 또박또박 숫자를 불렀다. 네엣. 다섯. 여섯. 숫자를 세는 짧은 시간 동안 쥬시마츠는 오소마츠가 어디로 가서 숨을지 생각했다. 우리 집, 토토코네 생선가게, 치비타네 집, 이야미네 집, 놀이터, 공원, 뒷골목, 토관, 침대 밑, 창고, 호텔…. 여러 장소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일곱. 여덟. 아홉. 빨리 찾으러 가고 싶은데. 얼른 찾으러 가야하는데. 그래도 열까지 다 세라고 오소마츠 형이 말했으니까. 숫자를 다 세면, 오소마츠 형을 찾으러 가자. 지금쯤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어서 자신을 데리러 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구하러 기다리고 있을, 사실은 숨바꼭질을 제일 싫어하는 오소마츠 형을, 찾으러 가자.
여얼.
“다 숨었니?”
“다 숨었다.”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낸 말이었는데 대답이 돌아와 쥬시마츠는 반짝 눈을 떴다. 눈을 감기 전까지만 해도 미동도 없이 잠들던 오소마츠의 얼굴이 훤히 보였는데, 지금은 불룩 튀어나온 새하얀 언덕만이 있었다. 쥬시마츠가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오소마츠 형, 어딨슴까? 방 안을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다가, 숨을 죽이고 잘게 들썩이는 시트 끄트머리를 잡아 슬쩍 들어올렸다. 안에는 몸을 작게 웅크린 채로 키득키득 웃으며 저를 반기는 오소마츠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소마츠 형, 찾았다!”
“우왓!”
찾아내자마자 쥬시마츠는 바로 오소마츠 위를 덮쳐 내리눌렀다. 성인에다가, 체격 좋은 조직 내 행동대장을 무방비하게 맨몸으로 받아 내려하니 잠시 숨이 눌린 소리가 났지만, 오소마츠는 금방 여유를 되찾아 제 목덜미를 끌어안고 얼굴을 부비는 동생의 머리를 익숙하게 쓰다듬어줬다. 일종의 포상이자 칭찬이었다. 역시 못 당해내겠다니까. 그 말에 쥬시마츠가 실없이 웃으며 더욱 깊숙이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아직 아물지 않은 피멍을 생각해서, 조금은 조심히 끌어안은 두 팔은 그럼에도 절대 풀리지 않을 양 단단했다.
“쥬시마츠.”
“왜에.”
이름을 부르고도 오소마츠는 한참 말이 없었다. 고개를 들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나 보고 싶었지만, 머리를 쓰다듬는 손을 물리치고 싶지 않아 응석 부리듯 그의 마른 살갗에 코를 부비기만 했다.
“다음에는 잘 찾을 수 있지?”
그럼, 물론이지.
라고 말해야 했다.
하지만 쥬시마츠는 순간 아무 말도 못했다. 실실 웃고 있던 입매가 일순간 딱 굳어져버렸다. 데굴데굴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만 크게 들렸다.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해, 이해하기도 겁나서 쥬시마츠는 어쩔 줄 몰라 그냥 도망치듯 오소마츠의 품에 자꾸만 파고들었다. ‘다음에도’가 아니라 ‘다음에는’이라는 말이 무서웠다. 정작 중요할 때는 찾으러 오지 않으면서, 구하러 오지 않으면서. 쥬시마츠는 혼이 날까봐 두려운 아이처럼 필사적으로 매달려 응석을 부렸다. 왜 그래, 쥬시마츠. 오소마츠가 물었지만 그 말에도 대답하지 못했다. 맞닿는 차가운 살결이, 짓눌린 숨결이, 자꾸만 아득히 느껴졌다. 자신이 찾을 수 없는 곳까지 숨어버린 오소마츠가 야속스러울 만큼 미안해서 쥬시마츠는 조금씩 그의 차가운 어깨를 뜨거운 눈물로 녹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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